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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장애를 겪고 있는 희찬이의 표정은 늘 밝다
복합장애를 겪고 있는 희찬이의 표정은 늘 밝다 ⓒ 정종인
아름다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일상은 아름답다. 장애로 인한 수많은 아픔이 있지만 푸른하늘을 보며 티없이 맑은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이희찬군(10).

희찬군은 신장 기형, 육손(여섯 손가락), 잠복 고환, 척추 기형, 늑골 기형, 흉추 기형 등의 복합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다. 희찬이는 특수교사가 있는 정읍시 고부면 고부초등학교에 지난해 입학해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있는 희찬이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있는 희찬이 ⓒ 정종인
장애가 워낙 심하다보니 학교 등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특수교사가 자애원을 방문해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희찬군은 지난 2002년 겨울, 매우 위급한 손가락 절단(육손)과 고환 보건수술을 많은 후원자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치렀다. 하지만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곳도 수두룩하다. 척추, 늑골, 흉추 기형으로 인한 장애를 치료해야 하기 때문.

한두 가지 장애도 아닌 복합장애를 겪고 있지만 희찬군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자전거를 타며 내일을 향해 희망의 걸음을 내딛고 있다. 봄향기가 그윽한 지난 18일 정읍시 고부면에 소재한 자애원을 찾아 희찬군의 일상을 취재했다.

2000년부터 자애원서 '재활의 꿈' 키워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희찬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는 희찬이 ⓒ 정종인
희찬이가 생활하고 있는 자애원은 사랑·봉사·실천을 바탕으로 2000년 4월 17일 정읍시 고부면에 설립됐다. 개원 초기 24여명의 생활인과 손정녀 원장을 비롯 5여명의 직원들이 희망의 꿈을 위해 노력한 결과 5년이 지난 지금은 83명의 생활인과 36명의 직원들이 장애인들과 더불어 한 가정을 만들어 살아가는 정신지체장애인 생활시설이다.

희찬군은 지난 95년 12월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날 전주에 소재한 영아원 대문 앞에 유기된 후 극적으로 구조돼, 2000년 9월 정읍 자애원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자애원으로 맡겨진 희찬군의 상태는 말 그대로 '절망의 극치'였다. 뇌성마비, 자폐, 잠복고환, 오른쪽 신장이 없는 신장기형, 왼쪽 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육손, 늑골 2개가 붙어 버린 늑골기형, 척추기형, 한쪽 다리가 짧아 기우뚱거리며 발끝으로 걸어 다니는 내반족, 설유착증, 요도하열까지.

그러나 자애원 손정녀 원장을 정점으로 사회복지사들은 절망하지 않고 '쓰러진 들풀'을 일으켜 세우듯 희찬군에게 새생명을 주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2002년 모방송사에 출연한 희찬군은 이는 많은 시청자들의 눈물 바람 속에 독지가들의 후원이 줄을 이어 제일 급한 잠복고환, 요도하열, 육손 섬유착증 등을 전북대학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완치되는 기쁨을 안았다.

공을 만지며 놀고 있는 희찬이
공을 만지며 놀고 있는 희찬이 ⓒ 정종인
희찬이의 보행을 저해했던 내반족은 지도 교사들의 체계적인 교육과 물리치료로 호전되고 있으며, 벽에 머리를 찧는 자해 증세는 담당 선생님이 잠들기 전까지 보듬어 재우기를 5개월 정도 실시한 이후 많이 호전된 상태다.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신장기형은 지속적인 신장기능 검사를 평생 동안 받아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으며 척추기형, 골형성 부전증은 현재 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치료와 검사, 필요시에는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자애원 손정녀 원장은 "희찬에게 가장 시급한 치료를 원하는 신장기형은 지속적인 신장기능 검사를 평생 동안 해야 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늑골 및 척추기형, 골형성 부전증 역시 현재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치료와 검사, 필요시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 원장은 "언어장애는 '아' 소리만을 낼 뿐이어서 특수학급에 소근육운동 및 특수교육과 물리치료를 받고 점진적으로 향상돼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신체장애를 겪으면서도 재활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희찬이는 이런 아픔 속에서 사랑을 받을 줄도 표현할 줄도 아는 자애원의 재롱둥이로 통한다.

자전거 타며 천진난만한 '웃음꽃'

희찬이는 자전거 타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희찬이는 자전거 타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 정종인
요즘은 사회복지재단에서 후원해 준 학습 교구에 푹 빠져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희찬이는 평소에는 잔디밭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을 제일 즐긴다.

전북정읍지역에서는 희찬이 소식이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서서히 알려지자 외부인들이 안부 전화를 거는 등 희찬군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희찬군의 재활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는 손 원장은 "희찬이가 나이가 어려 앞으로 건강한 신체로 성장이 가능하고 머리가 좋은 똑똑한 아이로 말을 하지 못할 뿐 선생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며 "희찬이가 좀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지원과 프로그램, 특수치료가 병행되어야 하고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손 원장은 "희찬이는 많은 변화를 보이지는 않고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생활방식을 조금씩 터득해나가고 있다"며 근황을 소개했다. 성년도 감당하기 힘든 복합장애를 겪고 있는 희찬이의 '희망노래'가 가뜩이나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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