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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미 삽교소방 파출소장
ⓒ 장선애
지난 9일 삽교소방파출소에 부임한 안정미(32·사진) 소장은 이 꼬리표 때문에 지난 한 주를 정신없이 보냈다. 여러 언론매체의 인터뷰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부임하면서 관내 상황 파악을 하느라 바빴지만 인터뷰 역시 업무와 관련해 중요하고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해서 모두 응하고 있습니다."

번거롭고 성가실 법도 하건만 안 소장은 의외로 이 과정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소방의 중요성을 알리고 뒤에 올 여성후배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달라졌다 하더라도 아직 '미혼'에, '여성'에, '어린' 사람이 책임있는 자리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도시와 달리 보수적인 사고가 많은 농촌지역에, 그것도 명령과 지휘체계가 확실한 소방관련 업무에서.

그런데 안 소장은 그런 우려에 대해서도 답변이 명쾌하다.

"업무에서는 지위가 우선이고, 사적인 자리에서는 인간적으로 다가서면 되지 않겠습니까?"

인생을 많이 산 분들에게 경험과 지혜를 배우면서 화재 현장과 같이 냉철한 판단과 지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또 자리에 맞게 임무를 다하겠다는 안정미 소장.

전남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안 소장이 소방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특별하지 않다. 마땅한 일을 찾다가 큰 고민 없이 소방 학교에 지원을 했는데 5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소방학교 입학시험에서도, 학교생활에서도 타고난 체력 덕분에 힘든 훈련을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또 불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던 것을 보면 어차피 이 길을 갈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소방관이 되겠다는 꿈이 있었던 것도, 특별한 봉사정신이나 사명감이 있었던 것이 아닌 그는 소방학교에서 모든 것을 배운 셈이다.

"학교에서는 한계상황을 직접 경험케 해서 구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합니다. 그런 교육을 받으면서 소방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명감을 갖게 됐습니다."

소방학교 13기인 그는 그 곳에서 오는 5월 결혼할 평생 동지도 만났다. 그야말로 '소방'에서 일과 사랑을 이룬 '소방인'이다.

차밭으로 유명한 보성출신의 안 소장이 고향으로 가지 않고 이곳을 지원한 이유는 참 거국적이다.

"행정수도 이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중심인 충남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 지역의 안전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너무 정치적이고 거창한가'하고 멋적게 웃더니 이어 "속도의 시대에 충청인들의 여유 있는 자세는 큰 경쟁력이고 매력"이라며 '충청찬양론'을 계속 펼친다.

군인이 연상될 정도로 절도있는 말투에, 인터뷰 내내 솔직한 자세로 응하는 자세가 인상적인 안 소장에게 어떤 꿈이 있는지 물었다.

"수십 년 근무한 직원분들 생각하면 이 자리가 너무 무거워 정말 열심히 안 하면 죄송한 일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마음으로 열심히 하면서 전체를 보고 여건을 조성해나가며, 책임져야 할 때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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