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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제주여민회와 부락해방공투여성연락회 임원들이 첫 만남을 기념해 촬영을 했다.
20일 제주여민회와 부락해방공투여성연락회 임원들이 첫 만남을 기념해 촬영을 했다. ⓒ 양김진웅
20~21일 제주여민회(공동대표 김영순 김영란)와의 연대교류차 제주를 찾은 일본 오사카 부락해방공투여성연락회(대표 나가히사 무츠코 외 2명)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질의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일본 측에서 총 23명의 임원단이 방문했다.

제주여민회와 첫 교류한 '부락해방공투여성연락회' 독도문제 피력

첫날 제주와 일본의 진보여성단체의 첫 만남 자리에서 이들은 두 단체간 교류 문제 보다 최근 일본의 독도 문제와 역사왜곡 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제주여민회 회원들. '한 사람의 여성도 안전하지 않다면 우리 모두 안전할 수 없다'는 문구가 일본어로 쓰여 있다.
제주여민회 회원들. '한 사람의 여성도 안전하지 않다면 우리 모두 안전할 수 없다'는 문구가 일본어로 쓰여 있다. ⓒ 양김진웅
먼저 제주여민회의 조매경 이사가 '일본 시마네현의 독도의 날' 조례제정과 관련, 일본인의 입장과 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말해 달라고 하자 이들은 "일 정부가 잘못한 일"이라고 답변했다.

하치야 기요미 사무국 차장(오사카 자치단체노조 부위원장)은 "전 국민의 감정은 잘 모르지만 상당수 일본 국민은 놀라워하고 있다"며 "한국과 우호관계가 무르익어가고 있는데 왜 이(독도) 문제가 제기됐는지에 대해 일본 국민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히가시 히로코 사무국장(오사카부 교조 부위원장)은 "독도문제를 역사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며 "한일합방 후 일본이 독도를 일본 영토 선언으로만 자국 영토라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것은 옳지 못하다"고 즉답했다.

그는 이어 "국제법 상으로도 일본 정부가 틀렸다고 생각한다"며 자국정부에 대한 명백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왜곡된 역사교과서 채택 반대… 오사카 한 곳도 없어"

히가시 히로코 부락해방공투여성연락회 사무국장.
히가시 히로코 부락해방공투여성연락회 사무국장. ⓒ 양김진웅
또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와 관련해서도 명백한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히가시 히로코 사무국장은 "모든 모임에서 교과서 제작을 맡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문제가 된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든 역사교과서 채택에는 명백히 반대한다. 우리는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올곧고 바른 역사를 가르쳐야한다고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이 모임이 제작한 역사 교과서 채택은 적지만 정부 측에서 적극적으로 알리며 선택해줄 것을 홍보하고 있다.

적어도 오사카 지역 단체들은 한국과 일본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는 역사운동을 벌이고 있다. 4년에 한 번씩 중학교 교과서를 선택하는데 지금이 지금이 그 시기이다. 오사카에서는 왜곡된 교과서를 한 곳도 채택하지 않았다. 이런 역사바로 알기 운동은 '유사시 군대파견을 할수 있다'는 내용의 '학교기본법' 개정 반대와 닿아 있다.

우리는 '학교기본법'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일본은 두 번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없다'는 평화헌법 수호 단체와 연대해 나가고 있다. 단지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문제에만 국한하지 않고 잘못된 역사교육을 그만두고 자녀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교직원들도 학교기본법 개정은 이뤄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연구회 등을 조직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단체는 안티미스대회 등 제주여민회가 하고 있는 일과 비슷해서 서로 통하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세계의 여성이 모두 이러한 운동을 하고 있다는데서 오는 '통함'이 아닐까 생각한다"라며 "독도 문제와 역사교과서 문제도 있지만 역사적 진실에 기반을 두고 왜곡 사례가 있을 때마다 맞서고 고쳐나가는 일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 국민, 독도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질의에 응답하는 제주여민회 임원들.
질의에 응답하는 제주여민회 임원들. ⓒ 양김진웅
교포 3세 좌미화자씨(36. 대판부 교조 고교조)는 "사실상 일본인들은 죽도(독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며 "관심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틀 전 한국에 와서야 독도 문제가 심각한 줄 알았다"며 "일본인들은 정부차원의 독도 영유권 추진에 다소 불만을 갖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독도 관련 이슈가 끝나자, 교류사업을 위한 양단체의 소개와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일본 측은 "일본에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여성관련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 사정은 어떠냐"는 물음에 대해 김효선 여성상담소장은 "정부 위탁사업으로 진행되는 '여성 긴급전화 1366' 밖에는 거의 없다"고 실정을 전했다.

김영순 공동대표는 "제주여민회 스스로 순수한 교류의 장을 마련한데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첫 교류에서 의미를 찾기란 쉽지 않다"며 "두 단체의 여성들이 세계평화를 지켜내야한다는 뜻도 서로 확인했으며 이미 세계평화를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좌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일본 측도 "우리는 여러 단체의 네트워크 조직이기 때문에 첫 방문에서 어떤 목적을 도출해내긴 힘들다"며 "여민회 창립 20주년때 일본을 찾아주면 기쁘게 맞겠다"고 화답했다.

제주여성이 썼던 '물허벅' 앞에서 쓰임새를 듣고 있는 日여성들.
제주여성이 썼던 '물허벅' 앞에서 쓰임새를 듣고 있는 日여성들. ⓒ 양김진웅
이들은 첫날 제주해녀항일운동의 본산지인 북제주군 구좌읍 김녕리 해안을 찾아 해녀를 만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후쿠오카 지진 여파로 인해 해녀들이 작업을 모두 철수했다'는 긴급 연락을 받고는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이어 두 단체는 성읍 민속마을에 이어 4·3 유적지인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4·3 당시 주민 동굴피신처 '목시물굴'과 '낙성동 성터'를 찾아 당시의 실상을 체험했다.

부락해방공투여성연락회는 어떤 조직?

▲ 15개 단체 간부로 구성된 임원들.
ⓒ양김진웅

부락해방공투여성연락회(部落解放女性連絡會議)는 일본 대형 서점인 '키노꾸니야(紀伊國屋)'의 여성차별규정에 대응하고자 1983년에 결성된 단체다.

이들은 당시 ▲ 못생긴 여성 ▲ 키작은 여성 ▲안경 쓴 여성 ▲살찐 여성 ▲병 있는 여성 ▲ 지방출신 여성 ▲ 사투리 쓰는 여성 ▲지능이 낮아 똑똑하지 못한 여성 등 무려 15가지 조항이 담긴 직원 채용에 대한 차별 문서를 찾아내 전국적으로 항의하는 운동을 벌였다.

일본 오사카 지역의 교직원노조, 자치단체 노조, 철도노조 등 진보성향을 띤 15개 단체가 공동이슈 대응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인대회 반대운동과 오사카부의 여성시책에 대한 충실한 시행, 오사카부의 남녀평등조례 제정 등을 요구하며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부락(部落)은 '마을'을 지칭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에서 '차별받는 소외계층의 모든 집단'을 뜻하는 총체적 대상을 의미한다.

대판부 교조여성부의 요코가와 마쓰미씨는 "1922년 차별받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우리도 인간이다'라고 외치는, '3·8 세계여성의 날'과 같은 선언이 있었다"며 "이를 계기로 부락이란 용어가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 연합체는 각 단체가 일을 하다 공동의 이슈가 생기면 신속하게 대응하게 위해 합숙을 한다. 정기적으로 봄 합숙이 있으며 사안이 생길 때 마다 조직을 꾸린다.

단체 한 관계자는 "참여 단체가 모두 일하는 여성을 위한 법적, 제도적 차별에 대해 목소리는 내고 있지만 법과 제도가 점차 갖춰지면서 '세계여성과 함께하는 인권 및 평화문제'에 대해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양김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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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대자(大者)는 그의 어린마음을 잃지않는 者이다' 프리랜서를 꿈꾸며 12년 동안 걸었던 언론노동자의 길. 앞으로도 변치않을 꿈, 자유로운 영혼...불혹 즈음 제2인생을 위한 방점을 찍고 제주땅에서 느릿~느릿~~. 하지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 아이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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