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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규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월 6일 밤 법원이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 발부, 대검찰청에서 나서 서울구치소로 수감되기 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말을 전하고 있다.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1월 6일 밤 법원이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 발부, 대검찰청에서 나서 서울구치소로 수감되기 전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말을 전하고 있다. ⓒ 유창재
[기사보강 : 22일 오후 3시40분]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에게) 벌금 700만원을 처한다."

오늘(22일) 오전 10시10분경.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재판장 이동흡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서울고법 403호 법정에 선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은 순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선고 직전까지도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하늘색 수의를 입고 서 있는 박 의원의 선고를 지켜보기 위해 재판정을 찾은 방청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역시 '아∼'하는 안타까운 탄성을 질렀다.

현행 선거법은 '당선자 본인이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박 의원은 의원직 상실 상태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제17대 국회의원 중 처음으로 '개인비리' 혐의(뇌물수수)로 구속기소된 상태이다. 곧바로 구치소로 가기 위해 403호 법정을 나서는 박 의원의 발걸음은 매우 무거워 보였다.

대법원 최종 결정만 남아... 뇌물수수 혐의도 박 의원에게 불리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또다시 위기에 빠졌다.

박혁규 의원은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1심 재판부가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소 여유로운 상태였다. 오히려 박 의원은 '17대 국회의원 중 개인비리로 첫 구속'이라는 불명예를 안겨준 경기도 광주지역 건설업체들로부터 아파트 건축 인·허가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에 신경이 쏠려있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당선무효형인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제 박 의원은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법원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놓게 됐다.

이와는 별개로 박 의원은 건설업체로부터 아파트 건축 인·허가와 관련해 금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 기소된 사건의 1심 재판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도 결코 박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박 의원은 제16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을 2002년 5월부터 2004년 7월 사이에 LK건설 등 공동주택사업 참여업체들로부터 팔당상수원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인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일대 주택조합아파트의 건축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10차례에 걸쳐 현금 등 8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여 알선 사례금' 받은 의원 꼬리표

그러나 박 의원은 "채권·채무와 관련된 돈을 제외하고는 뇌물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더구나 법원이 지난 1월 6일 박 의원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박 의원이 받았다는 8억원 중 5억원에 대해서만 범죄소명이 인정된다"고 밝힌 상태다.

더군다나 박 의원은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최완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자신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건설업자 권아무개씨에게 최태원 SK회장 소유의 임야와 농지를 매입하도록 권유한 뒤 매입자금을 빌릴 수 있게 알선해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로 인해 박 의원은 '대여알선 사례금'을 받은 의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도덕성에도 상처를 입게 됐다. 박 의원 당시 법정에서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말해 스스로도 도덕적으로 떳떳치 못하다는 점을 내비치기도 했다.

통상 동일한 피고인에 대해 두 개의 사건이 진행될 경우 병합해서 하나의 형을 정하게 돼 있지만, 박 의원의 경우는 예외다. 선거사범일 때 다른 사건과 별도로 형을 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의원은 뇌물수수와 선거법 위반이라는 두 가지 사건 결과에 따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된다.

'당원권 정지'... 한나라당, '유죄' 확정시 출당 조치

한편 한나라당은 지난달 22일 당 인사위원회(위원장 이재창)를 열고 박 의원에 대해 1년간 당원권 정지 결정을 내렸다. 더군다나 한나라당은 박 의원이 최종심에서도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즉시 출당 조치하기로 했다.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는 "수뢰혐의로 구속수감 중인 박 의원의 1심 판결이 나지는 않았지만 본인이 당원권 정지를 요청해 1년간 당원권 정지라는 징계를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제 박 의원은 '당원권 상실'이라는 위기와 함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원직 상실'이라는 험난한 위기의 여정을 걸어가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됐다.

"계획적인 것이 엿보이는 위반행위로 당선에 상당한 영향"
서울고법, 박 의원 항고심 선고에서 원심 파기, 700만원 벌금형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재판장 이동흡 부장판사)는 22일 오전 10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항소심에서 박 의원이 17대 총선을 앞둔 2003년 12월 8일과 11일 지역구 이장단 협의회에 참석해 1100여만원 상당의 식사대접을 한 혐의와 같은해 9월 지역 조기축구회 창단식에 참석해 고사상 돼지머리에 현금 20만원을 낸 혐의(선거법상 기부행위 및 사전선거운동)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의원이) 지난 2003년 12월 8일 이장협의회에 참석해 이장들에게 식사대접을 한 것은 17대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고, 이 자리는 박 의원의 선거구민들 중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이장들의 모임"이라며 "12월 11일자 2차 이장단 회식은 연장 회식으로 당시 정황상 이장들을 대접함으로써 박 의원에게 유리한 작용을 하도록 한 가능성(사전선거운동 목적)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조기축구회 창단식의 규모나 성격을 봤을 때 (고사상 돼지머리에) 현금 20만원을 제공한 것은 단순 축의금이나 종교제의상 헌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선거후보자인 피고가 선거인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하는 탈법적 행위를 한 것은 엄단함이 마땅하다"며 "피고인의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것이 엿보이는 위반행위로 피고의 당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가 (자신의 혐의에 대해) 개인적 기부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어 깊이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고 위법행위로 볼 때 당선무효를 정하는 형을 면할 수 없다"면서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에게) 벌금 700만원을 처한다"고 선고했다.

한편 1심 재판부는 박 의원의 혐의 중 조기축구회 고사상에 20만원을 놓은 '기부행위'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고, 이에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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