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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구독을 권유하기 위한 상품권과 구독계약서
신문구독을 권유하기 위한 상품권과 구독계약서 ⓒ 김기세
오는 4월 1일부터 신문을 구독하면서 연간 '무가+경품'이 2만8800원을 넘으면 신고대상으로 하여 신문 강제 투입에 대해서는 30만원이, 경품제공을 신고했을 경우에는 최저 30만원에서 최고 5백만원의 포상금이 주어지는 신고포상제가 실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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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신고포상제를 앞두고 소위 우리나라의 주요 일간지들이 막판에 시잠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공공연히 벌이고 있는 장면과 그 내용을 다룬 기사가 종종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1년여 전만 하더라도 길가에 판촉용 자전거를 놓고 신문구독을 권유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었습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자기신문사가 제공하는 자전거가 더 고급이고 제품이 탁월하다는 선전을 하다가 급기야 경쟁신문사와 시비를 벌이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은 신문사가 자전거를 수입하여 파는 것인지, 신문을 파는 것인지를 착각할 정도였으며, 심지어 경품으로 받은 자전거가 불량이었을 경우에는 A/S에 관한 책임소재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게 되는 상황이 언론에 가끔 등장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 후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러한 '자전거일보'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여론이 높아지면서 경품이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경쟁적으로 자전거를 대체할 다른 경품으로 선풍기, 커피제조기 등이 한때 활용되었습니다.

요즘은 그 경품이 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조금 더 자극적인 경품이 등장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금화도 가능한 '상품권'입니다.

저는 지난 3월 18일 오후에 큰아이와 작은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갔다 오는 길에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 장면은 두 명인지 세 명인지 모를 사람들이 제 각각 다른 방향에서 한 손에는 상품권을 들고 한 손에는 무슨 장부인가를 들고 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상품권 5만원을 드립니다. 받아가세요"라고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호기심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전거를 타고 그 사람들을 쫓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은 모두 각각 한 곳에 멈춰 서 있는 경우는 드물었으며, 상품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과 약 10~30여초의 정도만 머무를 뿐 주위를 경계하면서 계속적으로 인파가 많은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저는 작은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있었고, 큰아이는 따로 자기 자전거를 타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을 따라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원래 그들이 있던 자리로 되돌아가서 조금 기다렸습니다. 그랬더니 역시 그 사람들 중 한 명이 다른 지역을 돌고 나서 제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제가 자전거를 탄 상태에서 길을 가로막고 "아저씨 무슨 상품권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 예 동아일보 보시면 상품권 5만원 드리고요, 6개월 동안 무료로 신문 보실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아저씨 이거 불법 아니에요?"라고 말하면서 동시에 늘 호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던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들고 우선 다짜고짜 상품권과 구독신청서를 들고 있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아니 사진을 왜 찍어요?"라고 하면서 이제는 반대로 제 자전거 앞을 가로막고 나섭니다. 저는 "아니 그냥 찍었습니다. 괜찮아요. 그냥 취미생활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자전거를 돌려서 오려 했습니다.

아저씨는 "안 돼요. 지워주세요"라고 말하면서 저를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았습니다. 지워드릴게요"라고 말하고는 전에 찍어두었던 다른 사진을 삭제하면서 삭제장면만 보여주었습니다. 그러자 순순히 보내주었습니다.

아들과 황급히 현장을 벗어나면서 혹시나 하는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현장에서 이탈하여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상품권을 들고 있는 다른 사람이 다가와서 저에게 다시 신문 구독을 권유하기에 저도 한마디했습니다.

"저는 종이신문은 한겨레신문 보고요. 온라인신문은 오마이뉴스 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저와의 더 이상 대화는 의미 없다는 듯 "아 예 그러세요? 저도 이것 좋아서 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먹고 살려고 어쩔 수 없이 합니다"라고 말하고는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쓰고 있는 안경의 색깔에 따라서 세상의 색깔이 달라 보이듯이, 언론이라는 창을 통하여 바라보는 세상도 제각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언론이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창'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세상이 투명하고 상식적인 사회로 가려면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 중에 한 명입니다. 그러나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주요 언론들은 그 역할에 대하여 성실하고 올바르게 역할을 수행하여 왔는가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는 4월부터 실시되는 신문불공정거래 신고포상제의 도입은 공정한 신문시장의 정착에 기여를 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른 맑고 투명한 사회를 정착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시행자 및 이용자의 의지에 따라서 신고포상제가 자칫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따라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강력하고 철저하게 시행을 해야 할 것이며, 많은 국민들도 신고포상제의 정착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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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민족과 국가가 향후 진정한 자주, 민주, 통일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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