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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전에서 작은 병원의 내과의로 일하고 있다. 내가 앉아 있는 진료실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각양각색의 환자들은 현대 사회의 수다한 단면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그들 중에는 몸이 아파서 마음까지 아픈 사람도 있고,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을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 두 가지를 함께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송대관의 <네박자>가 바로 만병통치약

▲ 현대 사회에서 한 개인과 그가 속한 사회의 건강성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 오마이뉴스 정세연
머리가 아파서 오신 70세 할머니. 신경증이 심해서 순간적으로 불안해하시는 분이다. 할머니는 "TV를 많이 봐서 그런가?" 하신다. 나는 "TV 보지 마시고 즐거운 음악 들으세요"라고 한다.

안 그래도 음악 듣는 거 좋아하고, 들으면 즐겁다고 하시며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잘됐다. 나는 송대관의 <네박자>를 틀어 본다. 쿵쿵 울리도록. 쿵짝쿵짝. 나는 의자에 앉아 팔을 살짝 들고 고개를 까딱까딱 어깨를 들썩들썩하며 "할머니, 어때요? 신나지요? 해 보세요" 한다.

할머니는 차마 쑥스러운지 이런 노래 좋아한다는 말만 하시며 팔만 조금 움찔움찔 하신다. 그러다 일어나 춤은 못 추고 서성이신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한 채로 말이다. 오늘 처방은 '음악 듣고 춤추기'. 집에 가서도 TV 보지 말고 라디오 틀어 놓고 신나는 음악 듣기로 약속하고 할머니는 병원을 나가셨다.

몸 상하는 것보다 하루벌이 3만원이 아깝다

맞은편 아파트 앞에서 호떡 파시는 아주머니 때문에 아침부터 눈물로 진료를 시작했다. 뭐, 어찌 보면 이 동네 사는 분들, 이 병원을 찾는 분들에게는 흔히 듣고 있는 그런 사연, 흔하다면 흔한 사연이었다.

두 아들의 카드 빚을 갚기 위해 호떡 장사를 시작하셨다는 아주머니. 하루 종일 호떡 반죽을 만들고 누르다 보니, 오른쪽 팔목과 어깨에 무리가 와서 붓고 아픈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이루신단다. 그래도 참고 참아왔는데, 오늘은 도저히 몸이 아파서 일을 못하시겠단다. 그런데 아주머니 하시는 말씀. "하루벌이 3만원 날렸다."

아주머니는 일찌감치 혼자가 되고서는 자식 앞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하시더니, "남편 복 없으면 자식 복이라도 있어야지"하시며 설움의 눈물을 훔치신다. 미어지는 심정에 함께 눈물을 흘리던 나는 "아, 오늘은 뽕짝이다"하며 잔잔하게 흐르던 음악을 바꾸고 볼륨을 높인다. 레퍼토리는 <인생은 생방송> <누가 울어>.

호떡 아주머니가 나가시고 다음 환자가 들어왔는데도 나는 진정이 되지 않아 잠시 화장지를 눈에 대고 있었다. 새로 들어오신 환자분 말씀. "감기 걸리셨나 봐요?" 그 소리에 눈물 젖은 웃음으로 다시 진료를 시작한다.

얼마 전, 카페를 하는 친구로부터 우퍼가 달린 조그만 스피커를 얻어다 진료실에 설치했다. 그리고 진료용 컴퓨터에 각종 음악 파일을 받아 놓고, 진료 시간에 음악을 튼다. 환자에 따라 다른 음악을 골라서 틀어 보기도 하고, 환자가 원하는 음악을 함께 듣기도 한다. 가끔 자주 오시는 할머니들과는 진료실에서 춤도 추고….

이 과정을 통해 환자들은 병원이 아픈 주사와 쓴 알약으로 보이는 병만 치료하는 곳이 아님을 조금씩 느끼게 된다. 물론 대다수 일반 병원에서 이 같은 진료가 행해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의사라면, 보이는 병뿐만 아니라 그 병의 진짜 원인을 살필 줄 아는 눈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현대 사회에 진짜 '건강인'이 있을까

몸이 아프면 마음이 병든다. 아니, 마음이 병들어 몸이 아프다고도 한다. 어쨌든 만성질환을 가진 분들은 하나 같이 마음이 아프다. 흔한 이야기지만 몸이 아프더라도 마음이 아프지 않게, 불안하고 두렵지 않게, 즐겁고 신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이 건강하게 사는 것이요, 행복이 아닐까.

건강이란 무엇일까? 사람들마다 건강에 대한 정의는 다를 것이다. '몸이 튼튼한 것이다' '아프지 않은 것이다' '병이 없는 상태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편안한 상태다' 등등.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이렇게 정의한다. "건강은 질병이나 불구가 없을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

이런 정의에서 본다면, 과연 현대 사회에서 건강한 사람이 있을까? 그리고 한 개인만을 놓고 건강하다고 말하는 게 가능할까? 의사라고 하는 나도 이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질병이나 불구라고 불릴 만한 게 없고 정신이 멀쩡하더라도, 혹 개인의 육체적·정신적 문제는 없더라도 사회적 안녕이란 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매일 아침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섬뜩한 범죄 기사들을 보면 '사회적 안녕'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회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렇게 누구도 온전히 건강하기 어려운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건강하고 싶다. 왜일까? 그것은 건강이 생명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생명은 본래 건강하고, 우리는 그 본성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강은 도달해야 할 목표, 상태, 그 무엇이 아니라, 그것으로 나아가는 과정, 방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현대인의 질병은 생활 습관병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건강한 생활 습관에 대한 관심도 높다. 건강은, 건강한 생활 습관을 통해 얻는 어떤 것이 아니라,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사는 것, 바로 그것이 건강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이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건강한 습관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때문에 개개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적·제도적 지원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미국의 브레스로우 건강생활습관

1. 적정한 수면 시간(7~8시간)을 취한다.
2. 흡연을 하지 않는다.
3.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4. 정도를 넘는 음주를 하지 않는다.
5. 정기적으로 운동을 한다.
6. 아침을 매일 먹는다.
7. 간식을 하지 않는다.

일본 의료생협 건강생활습관

1. 적정한 수면 시간(7~8 시간)을 취한다.
2.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3. 흡연을 하지 않는다.
4. 지나친 음주를 삼간다.
5. 적당한 운동을 정기적으로 계속한다.
6. 저염분, 저지방의 균형 있는 식사.
7. 간식하지 않고, 아침 먹는 규칙적인 식생활.

심장질환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대한순환기학회)

1. 다양한 채소와 과일, 잡곡류를 많이 먹자.
2. 금연하고, 모든 술은 2~3잔 이내로 마신다.
3. 소금 섭취량을 하루 6g이하, 기름기 있는 음식 대신 콩과 생선을 많이 먹는다.
4. 매일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을 하자.
5.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주기적으로 체크하자.
6. 증상이 의심되면 빨리 병원을 찾자.
7. 스트레스 줄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자.

암예방을 위한 생활습관(대한암학회)

1. 담배를 피우지 마라.
2. 지방과 칼로리 섭취를 절제하라.
3. 과일·채소 및 곡물류를 충분히 섭취하라.
4. 과다한 알콜 섭취를 삼가라.
5. 너무 짜고 맵거나 태운 음식을 피하라.
6. 적당한 운동을 하되 무리하지 마라.
7.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쁜 마음으로 생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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