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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천 살레시로의 집 입구(故 박철규씨의 수목장)
ⓒ 살레시오의 집
생태학적으로 죽어 있는 묘지의 개념이 아니라 생명이 살아 숨쉬는 자연의 녹지공간으로 만들자는 이른바 '그린묘지' 운동이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 'The Natural Death Centre'를 필두로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폴란드, 벨기에, 미국, 일본, 중국 등 많은 나라들이 정부 및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형태의 '그린묘지' 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영국은 봉분이나 인위적인 설치물 없이 산림에 자연 매장하는 'Woodland Burial'이 200여 곳에 달하고, 독일은 수목장림(樹木葬林)인 '프리트발트(Friedwald)',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의 산림매장지 'Natural Burial', 일본의 자연장(自然葬), 뉴질랜드의 산림매장 'Evergreen Funerals', 스웨덴의 생태학적 매장인 'Ecological Burial' 등 기존의 묘지개념이 아니라 생태학적으로 생명이 살아 숨쉬는 '자연녹지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주의 움직임은 비단 묘지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신을 처리하는 장법에까지 퍼지고 있다. 스웨덴, 영국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시신의 처리방법인 'Freeze-dried(promessa, 氷葬)'는 지구상에 현존하는 장법 중 '생태학적으로 가장 친환경적이다'는 평을 받고 있다.

Freeze-dried는 화장(火葬)시 사용되는 연료마저 환경을 해한다는 이유로 액체질소를 이용한 이른바 '빙장(氷葬)'의 형태로, 그 방법은 사망 후 사체를 섭씨 -18도의 냉동고에 10일간 보관 후, -196도의 액체질소에 의해 급속냉동 처리되어 진공실에 넣어지고, 증기(물방울)와 진동을 이용해 가루로 만든다.

가루로 된 시신은 금속분리기를 통해 수은등의 금속 충전물들과 유해물질이 걸러지고, 옥수수전분으로 만든 전용관에 입관 후 산림이나 녹지 등에 매장된다. 매장시에는 30cm 깊이로 얕게 매장하고 그 위에 나무를 심어 자양분으로 삼는다고 한다.(80kg의 시신을 처리시 20kg의 친환경적인 가루를 얻는다고 하며, 기존 화장비용의 50% 정도면 가능하다고 함.)

특히나 엠바밍(embalming, 시신의 방부처리)이 발달한 서구 유럽의 경우는 매장이나 화장시 엠바밍 처리 때 사용되었던 약품성분의 오염문제가 심각하게 대두(실제로 엠바밍한 사체를 처리하는 장례지도사나 화장장 직원들의 신경계 손상과 뇌손상이 심각하고, 토양(매장)이나 대기(화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보고서가 나왔다)되고 있어,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장법이 더욱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보건위생을 위한 장사등에관한법률 시행 이후(2001년) 급속하게 화장의 장법이 주를 이루고 있고(대도시의 경우 70% 수준에 이름), 이에 따른 납골시설을 권장하면서 장례문화의 크나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나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라는 미명하에 원칙없는 이분법적 논리로 화장· 납골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기존의 묘지보다 더한 환경훼손 우려를 낳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나친 석물 위주의 납골정책은 기존의 순환 가능한 묘지보다 더 심한 환경훼손을 낳을 수 있고, 특히나 민간이 주도하는 무분별한 납골시설의 설치는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실정에 와 있다.

지구상의 모든 장법은 자연회귀의 원칙에 따라 순환가능하도록 형성되고 변화되어 왔는데, 국내의 경우는 급속한 장법의 변화 속에 영구적이고 지속가능한 납골시설이 마치 최선인양 받아들여지고 있는 형편에 있다.

다행히 최근에 화장후 산, 바다 등에 자연 산골(散骨)하는 자연장(自然葬)과 수목장(樹木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고, 서울시를 필두로 화장·납골정책에서 화장·산골하는 정책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자발적인 시민모임까지 형성되고 있는 등, 국내의 장례문화에도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는 정부든 민간이든 '환경과 자연'이라는 원칙 아래 체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녹색장묘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형웅 기자는 온라인포럼 '자연주의 장례를 위한 모임-수목장樹木葬(www.funeral.pe.kr)'의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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