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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청와대 경호실 전·현직 처장·부장이 각각 박사학위를 취득해 '경호실이 문무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전직 경호처장은 '조선시대 경호제도'를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한 현직 경호부장은 '중동 테러리즘에 대한 한국경호 안전도 극대화 방안'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알고 보니 김세옥 경호실장이 바로 '척척박사'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2시간 30분 동안 북악산 신춘산행을 하는 과정에서 네 차례 '산중대화'를 가졌다.

노 대통령은 첫 번째 쉼터인 '만세동방 약수터'에 도착해 약수 한 바가지를 퍼 마시면서 기자들에게도 "여기 물이 좋다"며 마실 것을 권유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표석에 '만세동방 성수남극'이라고 쓰인 글을 보며 김세옥 경호실장에게 대뜸 "글은 누가 쪼았는지 모르겠는데, 저 동방이란 글은 '삼천갑자 동방삭'에서 나온 말 아닐까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세옥 실장은 "동방삭에서 나온 말로 장수무병을 의미한다"고 척척 답변을 했다.

북악산 정상에 올라서도 노 대통령은 말문이 막히면 김세옥 실장에게 SOS를 쳤다.

노 대통령은 북악산 정상(342m)에 올라 숨을 채 고르기도 전에 서울의 산세에 대해 얘기하다가 막히자 김세옥 실장에게 "남산과 인왕산은 몇 미터냐"고 물었고, 김 실장은 다시 막힘 없이 "예 남산은 250미터이고 인왕산은 338미터입니다"라고 술술 대답했다.

노 대통령은 또 북악산 동쪽 자락의 관망대가 있는 숙정문(肅靖門)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하면서 '산상 기자간담회'를 가질 때도 김 실장에게 마지막 SOS를 쳤다. 숙정문은 그 문을 열어 놓으면 한양 도성의 여자들이 봄바람이 난다고 해서 닫아두었다는 얘기가 전해오는 조선시대 문이다.

노 대통령은 좌담회 자리를 잡기 전에 기자들을 바라보며 "북악산 능선 걸으며 보면 벼랑 위에 세워져 있는 성벽 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이곳은 한양의 북문이다. 퇴락해 있었는데 고쳤다"면서 대뜸 다시 경호실장에게 "76년 복원했죠"라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경호실장의 자세한 설명을 들은 뒤에 "누각은 나중에 없어졌군요"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김 실장은 한번도 막힘이 없이 노 대통령의 질문에 술술 답하는 '서울학 박사'였다.

지난해 4월 11일 출입기자단 산행 때는 김세옥 경호실장과 이병완 홍보수석 그리고 윤태영 대변인, 안연길 춘추관장, 양정철 국내언론비서관, 안영배 국정홍보비서관 등 홍보수석팀이 수행했다.

그로부터 1년만인 이번 산행에는 역시 김세옥 경호실장과 윤태영 부속실장 그리고 조기숙 홍보수석·김만수 대변인·김현 춘추관장, 양정철 홍보기획·노혜경 국정홍보·안영배 국내언론·선미라 해외언론비서관 등 홍보수석팀이 대거 수행했다.

1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이름은 여럿 눈에 띄지만, 같은 직책을 가진 이는 김세옥 경호실장 한 사람뿐이다. 그러니 그럴 만도 하다.

요즘 네티즌들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네이버에 물어봐'가 유행이다. '네티즌 저리 가라'는 '인터넷 도사'인 노 대통령의 '오프라인 네이버'는 김세옥 경호실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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