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종로에 있는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아래 정대협) 수요집회 현장에서 만난 시인 오인숙씨가 한 말이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맺힌 한의 정서를 형상화한 시집 <귀향>(창조문예사 발행)을 펴낸 오인숙씨는 이날 수요집회에 참가, 할머니들에게 시집을 한 권씩 전해드리며 두 손을 꼬옥 잡곤 했다.
오인숙씨가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시로 쓰게 된 계기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년 전 아는 분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얘기를 시로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셨어요. 제안을 받고 과연 함축된 시어로 할머니들의 그 한스런 삶을 표현한다는 게 가능한지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고민 끝에 그녀는 시를 써보겠다고 다짐한 뒤 우선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으며, 정대협 등 관련 단체에서 발간한 자료와 책들을 읽어나갔다. 시를 쓰기 위한 사전 준비인 셈이다.
“1년간 할머니들과 여러 차례 만나고, 자료도 읽으며 역사공부 하고 나서야 시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점점 역사의식도 깊어지는 한편, 중간에 쓰는 게 너무 힘들다고 느껴 포기하려고도 했어요.”
그녀는 무엇보다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구체적 사례가 담긴 증언 채취록을 읽으며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으로 움츠러들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할머니들이 살아계신 동안에 일본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받아내야 한다”는 신념도 생겨났고, “시를 통해 아픔을 나눌 수 있으리란 생각”은 더욱 깊어가 작업에 뛰어들었다.
엄청난 산고를 거친 시들은 지난 해 1월부터 12월까지 <창조문예>에 1년간 연재됐다. 1년을 지나다 보니 어느덧 60편의 연작시가 돼 한 권의 책 <귀향>으로 태어난 거다.
최근 잇따른 일본의 망언과 관련해 그녀는 “할머니들의 고통스런 삶은 과거로만 끝난 게 아니라 현재 진행형”임을 강조한 뒤, “일본정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힘주어 말했다.
“일본정부는 지금이라도 역사왜곡을 중단하고 과거에 대한 사죄를 해야 합니다. 할머니들의 처참했던 역사가 제대로 알려졌으면 좋겠고요. 하루 빨리 일본정부가 사죄해 할머니들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