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에서 '세나라당'이 되었다고들 한다. 행정도시법 처리 후폭풍으로 조직된 수도지키기투쟁위원회(상임대표 이재오. 이하 수투위)가 '당내 당' 모양새를 취하더니, 이제는 소장파가 '반박'(반박근혜)의 또 다른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의 정치적 우군이었던 새정치수요모임(회장 정병국) 소속 소장파 의원들은 지난 연말을 거치면서 당직과 거리를 두며 반박으로 돌아섰고, 지금은 재창당 수준의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며 박 대표 체제를 위협하고 있다.
이와 관련, 수요모임의 정병국 의원은 3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대표가 누가 되든 괘념치 않는다"며 "다만 당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고 지도체제 등 당헌당규가 바뀌는데 전당대회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것"이라고 진의를 설명했다.
수요모임 내 '분당' 논의가 일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정 의원은 "우리가 왜 나가나, 절대 우리가 나갈 일은 없다"고 못박은 뒤 "한나라당의 재창당에 준하는 혁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나가야 한다"고 화살을 되돌렸다.
정 의원은 이어 현 지도체제를 사실상 '박 대표 1인 체제'라고 비판한 것과 관련해 "과거 박 대표는 이회창 총재 시절 1인 독재 체제라고 반발하며 탈당까지 했다, 하지만 현재 한나라당은 겉으론 대표최고위원-원내대표 '투톱' 체제지만 지난 연말 4대 법안 처리 과정에서 완전히 (박근혜 대표) 단일체제로 운영되었다"고 비판을 거두지 않았다.
"우리가 왜? 당 혁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나가라"
그러면서 정 의원은 "단일체제에 대한 확실한 견제책이 필요하다"며 선출직 당직자들로만 구성된 상임운영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제안했다.
정 의원은 "상임운영위원회가 지금은 임명직 당직자들도 참석하는 '협의체' 수준이지만 최고위원을 비롯해 원내대표, 청년위원장, 여성위원장 디지털위원장 등 선출직 당직자들로만 구성해 '합의체'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 "지도체제의 변화가 자칫 원내정당화를 저해하는 방식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장기적으로 원내정당화의 표본으로 삼고 있는 미국식 원내대표(Floor Leader) 중심 체제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수요모임이 박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에 대해 "돌아섰다기 보다 방법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 전에는 비공개로 건의를 많이 했다. 그런데 반영이 잘 안되었다.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수요모임 뭐 하나'라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당직을 맡는 것이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고 맹렬하게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하기로 했다. 당의 발전을 위해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최근 혁신위원회가 주도하는 당 혁신 작업에 대해 "한나라당이 변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두 번 다시 재기의 기회가 없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부패, 수구꼴통, 반통일, 지역주의 등 이런 한나라당의 잘못된 부분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재집권이 어렵다. 혁신위가 그 껍데기를 거둬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표의 책무가 크다. 자의든 타이든 그간 정부여당에 의해 많이 휘둘렸다. 그걸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표의 측근들은 이 점을 박 대표에게 진정으로 충언해야 한다."
정 의원은 수요모임이 '반박'으로 지칭되는 것에 대해 "(반박으로) 몰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불이익이 있더라도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반박' 지칭 두려워하지 않는다"
수요모임의 위상에 대해 정 의원은 "과거 '미래연대'는 비판자의 역할이었다면 지금은 재선, 3선이 주축인만큼 당 운영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기전대' 개최 논란을 놓고 수요모임 내에서도 친박-반박 분열 양상을 보인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정 의원은 "일부 '당 흔들기'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지만, 그렇다 해도 주저하지 말고 개혁에 맞춰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의원들의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라도 개혁을 하고 단합을 하자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다음주 단합대회를 갖기로 했다. 그런데 그걸 언론에서는 '담판'이라고 썼더라(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