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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까마득히 1000 고지의 산이 보인다
저 멀리 까마득히 1000 고지의 산이 보인다 ⓒ 전희식
근 10년째 산에서 살고 있는 고향의 이종동생이 고로쇠 물 좀 와서 먹으라고 해서 이왕 가는 것 이참에 나도 고로쇠가 뭔지, 나무의 피를 빨아 먹는다는 비판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도 살펴보고 산 좀 타 볼 겸 갔다가 기대 이상의 만족을 얻고 돌아왔다. 고지식하게 시골에서만 살고 있는 그 이종동생은 뭐든 고지식하게 일을 하는데 고로쇠 채취도 고지식하게 했다.

수액이 잘 나오는지 손 볼 데는 없는지 매일 매일 점검한다. 오른쪽이 필자.
수액이 잘 나오는지 손 볼 데는 없는지 매일 매일 점검한다. 오른쪽이 필자. ⓒ 전희식
꼭 5년째가 되는 그의 고로쇠 나무 수액 채취는 나무와 삶을 같이하는 셈이었다. 그는 고로쇠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칡넝쿨과 넝쿨나무들을 쳐내고 나무에 뚫는 구멍도 8밀리미터 이하로 제한하는 협회 규정을 따랐다. 또 한 나무에 뚫는 구멍 수도 제한을 두어 나무가 한 해만에 완전히 복원되도록 하고 있었다. 곧 허가제가 되면서 무작위 고로쇠 수액 채취가 제한받을 것이라 했다.

병들어 누운 환자처럼 투명한 고무호스가 나무에 끼워져 있으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병들어 누운 환자처럼 투명한 고무호스가 나무에 끼워져 있으니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 전희식
마을에서 올려다 본 산은 까마득했지만 물 좋고 공기 좋다보니 힘드는 줄 모르고 산을 몇 개나 넘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 험한 산을 눈이 무릎까지 쌓이는 1월 달에 올라와서 시설을 다 했다고 한다. 나무에 구멍을 뚫고 호스 빼서 잇고 하는 작업이 만만찮았을 듯 보였다. 그는 1500여 그루나 되는 고로쇠 나무를 혼자서 관리하고 있었다.

인기를 끄는 보신재들이 다 그렇듯이 고로쇠도 성인병에 좋다고 한다. 약 먹듯이 먹는 게 아니고 일삼아 먹어야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아예 어떤 사람은 찜질방에 한 통 가져가서 땀 빼면서 계속 먹는다는데 그러면 체액이 다 교체될 정도로 체내 노폐물이 빠져나와 건강이 좋아진다고도 하는 신비의 수액이라는 것이다.

채취한 고로쇠 나무 원액을 저온창고로 옮겨 보관한다.
채취한 고로쇠 나무 원액을 저온창고로 옮겨 보관한다. ⓒ 전희식
고로쇠 나무에 투명한 호스가 두 세 개씩 박혀 있는 모습이 코와 입에 호스를 물고 약물을 주입하는 병실의 환자를 연상시켰다. 나무 서너 그루에서 모아진 수액이 겨우 눈에 보일 정도였는데 이도 하루 중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4시 정도까지란다. 그 이외의 시간은 나무가 자기 유지하느라 수액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처럼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 수액 양은 적어져도 질은 좋다고 한다. 추울 때는 나무도 몸에 수분을 다 빼내서 뿌리로 내려 보냈다가 날이 풀리면 힘차게 물을 빨아올리는데 나뭇가지마다 다 보내고, 움 트는 데도 보내고 남은 수분이 뿌리로 되돌아가는 것을 채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론은 나무의 생존과 성장에 아무 지장이 없게 한다는 것이었다.

페트병에 넣어 박스에 담아 유통한다.
페트병에 넣어 박스에 담아 유통한다. ⓒ 전희식
고로쇠 동호회들이 고로쇠 주산지를 찾아다니는 것은 고로쇠 물도 고로쇠물이지만 고로쇠가 나는 산을 타고 다니는 것이 더 건강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타는 동안 기운을 쏟는 게 아니라 기운을 얻고 있다고 여겨질 정도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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