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근 10년째 산에서 살고 있는 고향의 이종동생이 고로쇠 물 좀 와서 먹으라고 해서 이왕 가는 것 이참에 나도 고로쇠가 뭔지, 나무의 피를 빨아 먹는다는 비판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도 살펴보고 산 좀 타 볼 겸 갔다가 기대 이상의 만족을 얻고 돌아왔다. 고지식하게 시골에서만 살고 있는 그 이종동생은 뭐든 고지식하게 일을 하는데 고로쇠 채취도 고지식하게 했다.
꼭 5년째가 되는 그의 고로쇠 나무 수액 채취는 나무와 삶을 같이하는 셈이었다. 그는 고로쇠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칡넝쿨과 넝쿨나무들을 쳐내고 나무에 뚫는 구멍도 8밀리미터 이하로 제한하는 협회 규정을 따랐다. 또 한 나무에 뚫는 구멍 수도 제한을 두어 나무가 한 해만에 완전히 복원되도록 하고 있었다. 곧 허가제가 되면서 무작위 고로쇠 수액 채취가 제한받을 것이라 했다.
마을에서 올려다 본 산은 까마득했지만 물 좋고 공기 좋다보니 힘드는 줄 모르고 산을 몇 개나 넘으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 험한 산을 눈이 무릎까지 쌓이는 1월 달에 올라와서 시설을 다 했다고 한다. 나무에 구멍을 뚫고 호스 빼서 잇고 하는 작업이 만만찮았을 듯 보였다. 그는 1500여 그루나 되는 고로쇠 나무를 혼자서 관리하고 있었다.
인기를 끄는 보신재들이 다 그렇듯이 고로쇠도 성인병에 좋다고 한다. 약 먹듯이 먹는 게 아니고 일삼아 먹어야 효과를 본다는 것이다. 아예 어떤 사람은 찜질방에 한 통 가져가서 땀 빼면서 계속 먹는다는데 그러면 체액이 다 교체될 정도로 체내 노폐물이 빠져나와 건강이 좋아진다고도 하는 신비의 수액이라는 것이다.
고로쇠 나무에 투명한 호스가 두 세 개씩 박혀 있는 모습이 코와 입에 호스를 물고 약물을 주입하는 병실의 환자를 연상시켰다. 나무 서너 그루에서 모아진 수액이 겨우 눈에 보일 정도였는데 이도 하루 중 오전 11시경부터 오후 4시 정도까지란다. 그 이외의 시간은 나무가 자기 유지하느라 수액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처럼 날씨가 변덕을 부리면 수액 양은 적어져도 질은 좋다고 한다. 추울 때는 나무도 몸에 수분을 다 빼내서 뿌리로 내려 보냈다가 날이 풀리면 힘차게 물을 빨아올리는데 나뭇가지마다 다 보내고, 움 트는 데도 보내고 남은 수분이 뿌리로 되돌아가는 것을 채취하는 것이라고 했다. 결론은 나무의 생존과 성장에 아무 지장이 없게 한다는 것이었다.
고로쇠 동호회들이 고로쇠 주산지를 찾아다니는 것은 고로쇠 물도 고로쇠물이지만 고로쇠가 나는 산을 타고 다니는 것이 더 건강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타는 동안 기운을 쏟는 게 아니라 기운을 얻고 있다고 여겨질 정도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