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지난 31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앞에서 최초로 진행되는 재외공관 총영사회회의에 맞춰, 영국에서 숨진 유학생 故이경운군 사건의 진실규명과 재외국민보호를 촉구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서 변연식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여는 말을 통해 "어머니의 심정으로, 아들을 5년 동안 냉동고에 두고, 그 죽음의 진실 규명만을 위해 살아온 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며, "이 문제의 진실을 밝히는 일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10월부터 고 이경운군의 인터넷 추모카페를 운영하며 외교통사부 앞 토요 집회를 이끌어 온 안샘솔씨는 “처음에는 이경운군의 안타까운 사연과 아버지의 눈물을 보며 이 일에 관심을 가졌다”면서 “외국에서 일어나는 인종차별의 문제, 재외공관의 불성실한 재외국민보호 대응을 보며,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느끼게 되었다”고 말했다.
배여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는 발언을 통해 “경찰과 장의사의 기록에서 사망일자가 일치하지 않는 점, 부검 시 유가족의 입회를 불허하고 있는 점, 사인을 단순히 ‘복합상해’라고만 발표한 점, 시신사진의 조작 의혹과 사건 현장의 진위여부 등을 밝혀야 한다”면서 이와 같은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의 도움요청을 묵살한 영국주재 한국대사관을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외교통상부에 영국유학생 故이경운군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외공관의 재외국민의 인권보호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며 항의서한과 질의서를 전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1997년 호주에서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형사절차 없이 교도소에 불법 구금되어 5년을 복역하고 강제 추방된 서재오씨가 참석했다. 서재오씨는 자신이 겪었던 고통과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내어주지 않았던 한국정부에 대한 분노를 이야기 했다. 그는 소송을 해서라도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손상렬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는 “재외국민은 헌법에 의해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외공관의 안일한 태도와 미온적 대응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과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이를 위한 법적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은 “이경운군의 2차 부검 시 한국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직원을 영국에 공식 파견할 것을 요구함과 동시에, 지난 2001년 중국에서의 한국인이 처형된 사건, 작년 6월 이라크에서 사망한 김선일씨 사건, 지난해 말 남아시아 지진해일과 관련 정부의 늑장대응 등을 지적하며, 이경운 군의 일을 계기로 재외공관의 재외국민 보호에 관한 제도적 장치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들은 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재외공관 총영사회의 장소인 서초동 외교안보연구원 앞에서의 1인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넣고 국회청원 활동들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많은 관심을 요청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국제민주연대, 지학순정의평화기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평화인권연대 등 10여개의 인권사회종교단체들이 참여했다.
앞서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던 이경운군은 2000년 9월 영국 켄터베리에서 사망했으나 영국경찰은 이를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 그러나 유가족과 한인사회는 이 사건에서 많은 의혹과 허점을 발견하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노력으로 고 이경운군 사망사건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군의 부친인 이영호씨는 아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5년간 생업도 버려둔 채 진실규명에만 매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