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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3월 21일
매일신문 3월 21일 ⓒ 매일신문
반월당의 지하공간 개발이 마무리되면서 지난달 18일 반월당 네거리에 있는 횡단보도 4곳이 모두 폐쇄됐다.

대구시는 원활한 교통흐름과 횡단보도에서의 안전을 고려해 취한 조치라고 했다. 그리고 반월당 네거리 주변에 휠체어리프트, 에스컬레이터, 엘리베이터 등의 도로횡단시설을 설치해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장애인단체들은 이런 대구시의 조치에 대해 납득할 수 없고, 시민들의 보행권이 침해됐다며 횡단보도의 원상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 단체들은 횡단보도 폐쇄가 교통흐름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무단 횡단을 유발해 보행자들의 안전을 더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신문, 이슈화는 성공…대안 제시는 미흡

반월당 네거리 '횡단보도 폐쇄' 안내문
반월당 네거리 '횡단보도 폐쇄' 안내문 ⓒ 안태준
대구지역의 주요신문들은 반월당 네거리의 횡단보도가 폐쇄된 지난달 18일을 전후해 관련 기사를 보도했다. 그래서 조금은 낯설어 보이는 장애인의 이동권 문제와 교통 약자 및 시민들의 보행권 문제를 여론화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매일신문>은 21∼22일 이틀 동안 횡단보도 폐쇄 논란을 집중 보도해 대구시의 재검토 결정을 이끌어내는데 큰 몫을 했다.

하지만 지역신문의 보도는 논란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이 맞추어졌고 그래서 논란의 해결책을 제시하는데는 미흡함을 드러냈다. <매일신문>은 “횡단보도는 시민들의 보행권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해야 한다”(3월22일 사설)는 원론적 주장에 그쳤다.

<영남일보>는 “횡단보도를 현재 위치에서 뒤로 물려서 만들고 대신 교통신호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3월29일 사설)는 조금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지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횡단보도를 뒤로 더 물리면’ 보행자들은 둘러 가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고, 네거리 신호와 횡단보도 신호의 이중성으로 인해 교통흐름은 물론 보행자의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또 동아쇼핑 쪽에는 동아쇼핑 주차타워 출입 도로와 길게 늘어선 택시들로 인해 마땅히 횡단보도를 뒤로 물려서 만들 곳도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교통신호의 합리적 조정’은 이번 횡단보도 논란과 무관하게 언제나 그렇게 해야 하는 일반적인 얘기이기 때문이다.

대구시의 횡단보도 폐쇄 이유는 타당한가?

첫째, 대구시는 반월당 네거리의 횡단보도 폐쇄의 법적 근거를 “횡단보도는 육교ㆍ지하도 및 다른 횡단보도로부터 200미터 이내에 설치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9조4항에서 찾고 있다.

하지만 같은 시행규칙의 동일 조항에 다음과 같은 예외 규칙이 있다. “다만, 법 제11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간 내 또는 보행자의 안전이나 통행을 위하여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때문에 이 조항이 폐쇄의 절대적 사유는 될 수 없다. ‘보행자의 안전이나 통행을 위해 특히 필요한 경우’에는 횡단보도의 추가 설치가 충분히 가능하다.

둘째, 대구시는 횡단보도를 폐쇄하면서 횡단보도에서의 교통사고 예방도 고려했다고 한다. 대구시의 교통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신경섭(대구시 교통정책과장)은 3월29일 ‘대구KBS 화요진단’에서 “2003년 교통사고 사망자 226명(대구) 가운데 횡단보도 사망자가 67명으로 30%에 이른다”며 반월당의 횡단보도 폐쇄로 보행자들이 더 안전해졌다고 주장했다. 말 못하는 횡단보도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의 논리대로라면 모든 횡단보도를 폐쇄하는 것이 마땅하다. 교통사고 사망자 30%를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니면 반월당의 횡단보도에서 특별히 사망자가 더 많다는 통계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횡단보도 폐쇄로 보행자들이 더 안전해졌다는 대구시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런데 반월당 네거리에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실질적인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반월당 지하공간에 만들어진 주차장에서 도로로 나오는 차량들이 모두 기존의 횡단보도와 아주 가깝게 마주한다는 것이다. 자칫 인명피해가 일어나기 쉽다. 이런 점에서 횡단보도 폐쇄는 일견 타당성이 있다. 횡단보도를 다시 설치하게 된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셋째, 대구시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도로횡단시설을 설치했다고 한다. 반월당 네거리에는 엘리베이터 1대를 비롯해 휠체어리프트와 에스컬레이터가 각 3곳에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이용할 수 있다”(3월24일 장애인단체 성명서)는 엘리베이터 1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사용에 위험이 크거나 지나치게 불편하다. 에스컬레이터는 경사가 너무 급하고 좁으며 속도도 빨라서 노약자와 장애인 같은 교통약자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이용하기에 상당히 불편하고 위험하다.

그리고 휠체어리프트는 장애인 단체에서 직접 체험한 결과 한 번 건너는데 30∼40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횡단보도로 건너면 3분이면 될 거리를 10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위험을 부담하고 그것도 타인의 도움을 받고서야 건널 수 있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 휠체어리프트 설치가 같은 벽면에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먼저 오른쪽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서 중간에서 다시 왼쪽 리프트로 갈아타야 한다. 장애인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다. 대구적십자병원 쪽에 있는 휠체어리프트는 여러 번 꼬이면서 내려가기 때문에 이용하기에 더욱 더 불편하다.

넷째, 대구시는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횡단보도를 폐쇄했다고 한다.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교차로에서 차량은 어차피 신호 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횡단보도 재 설치로 인한 추가 시간은 늘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횡단보도 녹색 신호 때 우회전 차량이 진행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횡단보도가 교통 흐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도심에서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일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보행자들,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을 불편하게 하면서까지 자동차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환경문제나 에너지 절약 문제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논란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삼성생명 빌딩쪽에 있는 주차장 입구- ‘중앙로(반월당-대구역)의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되면 이 입구는 무용지물이 된다
삼성생명 빌딩쪽에 있는 주차장 입구- ‘중앙로(반월당-대구역)의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되면 이 입구는 무용지물이 된다 ⓒ 안태준
우선 대구시에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을 권고하고 싶다.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다른 시설물 이용은 시민들에게 너무 위험하고 큰 불편을 끼치기 때문이다. 반면 시민단체도 꼭 원래 있었던 그 자리를 고집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장의 일부 수정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중앙로(반월당-대구역)의 대중교통 전용지구 지정’(매일신문 3월28일)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대구시는 앞으로 중앙로 1.1km 구간을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삼성생명과 덕산빌딩 쪽에 있는 지하주차장 출입구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왜냐하면 중앙네거리에서 반월당 방향으로 자가용차가 운행할 수 없기 때문에 삼성생명 쪽 지하주차장의 입구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덕산빌딩 쪽도 지하주차장의 출구 방향이 중앙로 쪽으로 나 있기 때문에 자가용차는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이 2군데의 지하주차장 출입구를 폐쇄하는 것이 어떨까. 만약에 이렇게 되면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량의 위험 부담 없이 중앙로 쪽과 계산오거리 쪽에 횡단보도를 원래 있던 그 자리에 다시 설치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 경산 방향에 있던 횡단보도는 조금 뒤로 물릴 필요가 있다. 이곳도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차와 횡단보도가 너무 가까워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지하주차장 출구 쪽에 차단기를 설치하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인명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금은 둘러서 가더라도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뒤로 미루어서 설치해야 한다.

이렇게 돼도 여전히 횡단보도 녹색 신호 때 우회전 차량의 지체와 경산 방향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보행자들의 불편이 남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불편이 전혀 없게는 할 수 없다. 대신 이렇게 되면 대구시는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에 더는 비용(7∼10억 대구시 예상)을 절약할 수 있고 보행자는 훨씬 더 쉽게 도로를 횡단할 수 있게 된다.

4월1일 대구시와 시민단체는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서로의 의견을 접근시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횡단보도를 원래 있던 그 자리에 다시 설치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횡단보도 재설치는 불가능하고 대신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를 대안으로 내놓은 대구시의 주장이 너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의견 접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민감한 시기에 나름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지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내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아무쪼록 빠른 시일 내에 현명한 해결책이 나왔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안태준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 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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