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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군이 미용학원에서 마네킹의 머리 파마 작업에 몰두해 있다.
ⓒ 장선애
올해로 만 13살이 된 소년이 미용사자격증을 취득해 화제다.

예산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정훈군은 지난달 30일 미용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날 미용학원에서 만난 정훈군은 "굉장히 기뻐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정훈군은 초등학교 4학년때 아버지와 손을 잡고 미용학원을 찾았다. 하지만 미용학원 선생님은 "너무 어리니 중학교에 가면 다시 오라"고 말했다고. 이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던 정훈군은 지난해 미용학원에 등록했다. 그리고 1년만에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다.

정훈군을 지도한 최민식(예산미용학원 원장)씨는 "3년 뒤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줄 몰랐다"면서 "수강하는 태도가 진지하고 참 열심이다"고 칭찬했다. 이어 그는 "솜씨가 좋고 성격이 차분해 대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용사자격과정은 커트와 파마, 메이크업 등의 모든 과정을 섭렵해야 한다. 그만큼 어려운 과정이라 합격률이 20% 정도밖에 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게 최 원장의 설명이다.

정훈군은 미용사 자격증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 방학때는 오전 9시부터 밤늦게까지 그리고 학기 중에는 학교수업이 끝나는 4시부터 오후 9시까지 미용수업을 받았다.

미용이 왜 그렇게 좋으냐는 질문에 정훈군은 "그냥 좋아요. 연습할 때 마네킹을 손님으로 생각하고 머리를 만지면 기분이 매우 좋아지는 걸요"라고 말한다.

정훈군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고등학교는 일단 인문계에 진학한 뒤 일본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라며 "대학은 '비달 사순' 대학으로 가고 싶고요"라고 당차게 말한다.

정훈군의 장래희망은 세계 여러 나라에 자신의 이름을 건 미용실을 운영하는 것. 그 때문인지 학교교과목 중에서 영어를 가장 좋아한단다.

또 취미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이다. 정훈군은 미용수업 때문에 쉬었던 피아노를 이제 다시 시작할 거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창의력, 특성화 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입시 위주의 학력교육에 목을 매는 세태에서 어린 아들의 특별한 선택을 온전히 지지할 수 있는 부모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예산소방서에 근무하는 정훈군의 아버지 이재환씨는 아들의 가장 큰 지지자다. 이씨는 서울에 있는 유명 미용실에 아들을 데리고 가 머리를 깎아주며 간접 경험을 하게 하고 기능올림픽도 함께 관람했다고 한다.

이씨는 "아이들이 어릴 때 장난감 가게에 데리고 가면 큰애는 로봇을 고르는데, 정훈이는 머리가 긴 인형을 사서 머리 만져주는 것을 좋아했다"며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고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너무 빨리 진로를 선택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이씨는 "정훈이는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길을 가다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된다"고 말했다.

정훈군이 처음 파마를 해준 사람은 어머니라고 한다. 정훈군의 어머니는 얼마 전 정훈군이 해준 파마머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참 잘했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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