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간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강희철(48·북제주군 조천읍)씨의 보안관찰 갱신 사유 중 하나인 기도회 자리를 마련했던 '평화를 위한 제주종교인협의회(아래 제주종교인협의회)'가 강씨에 대한 보안관찰 기간 연장 취소를 요구했다.
제주지역 불교계와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4대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제주종교인협의회는 강씨의 보안관찰 기간이 2년 연장됐다는 보도에 2일 논평을 냈다.
논평에서 "강씨에 대한 검찰의 보안관찰 기간 갱신 결정은 새 삶을 꿈꾸고 있던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청천벽력 같은 절망을 안겨주고 말았다"며 "검찰은 강씨가 국가보안법 피해자임을 주장하고 있다고 제시하고 있으나, 강씨의 간첩사건이 조작된 사건이라는 증거들이 많이 밝혀졌고, 개인의 양심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공공의 장소에서 표현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 입각한 행동인 만큼 검찰의 보안관찰 연장 결정은 사안에 비해 너무 가혹한 결정"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제주종교인협의회는 "특히 연장결정 이유 중의 하나가 2004년 10월 22일 '평화를 위한 제주종교인 협의회'가 주최한 '민족화해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기도회'에 참석해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고백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며 "그 날 기도회는 현행 국가보안법이 양심과 사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고, 다수의 선량한 희생자들을 만들어내고 있어 종교의 생명·평화 정신에 위배되므로 이 법의 폐지를 촉구하는 종교인들의 소박한 바람의 자리였다"고 밝혔다.
제주종교인협의회는 "검찰이 기도회 참석을 보안관찰 결정의 이유로 삼았다는 데 대해 그 자리를 마련한 종교인들로서는 크나 큰 자괴감과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으며, 도대체 자신의 억울함과 결백을 종교인들 앞에 호소하는 것이 왜 죄가 되어야 하는지 우리나라의 인권수준과 사법정의를 다시 한 번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개탄했다.
이들은 또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영방송의 하나인 KBS 다큐 촬영에 응한 것까지 문제를 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종교인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며, 상식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주종교인협의회는 "보안관찰법은 행위의 결과에 대해 처벌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그럴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기본권을 제약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근대 형법의 정신을 부정하고 있으며,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을 받은 후 보안관찰법으로 또 다시 제약을 주는 것은 이중처벌이며, 천형과 같은 형벌"이라며 보안관찰법의 존재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후 "강희철씨의 보안관찰 연장은 부당한 처사인 만큼 다시 한 번 열린 마음으로 재검토 해 줄 것과 더불어 취소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1975년 부친이 사는 일본으로 밀항했다가 1981년 붙잡혀 한국 경찰에 넘겨진 후 무혐의로 풀려났으나, 1986년 다시 붙잡혀 관공서와 주요 기관의 위치를 북한에 알린 혐의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 13년간 복역하다 1998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돼 지금까지 보안관찰 처분을 받아왔다.
지난달 말 그 기간이 끝날 예정이었으나 2월 1일 제주지검이 법무부에 요청한 보안관찰 갱신 청구가 받아들여져 2년 더 연장됐다. 재야단체 등에선 강씨를 대표적 조작간첩 피해자라고 주장해왔다.
덧붙이는 글 | 이재홍 기자는 제주의 소리(www.jejusori.net)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제주의 소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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