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와 가까운 양양. 그래서 양양에 집을 두고 속초로 출근한 사람들은 계속 뉴스를 들으며 일손을 잡지 못했습니다. 소방헬기들이 끊임없이 남대천(양양의 하천)의 물을 길어다 뿌렸지만 이곳의 바람이 워낙 거세서 진화가 어려웠습니다.
예로부터 양강풍이라는 말이 전해 내려옵니다. 양양과 강릉의 봄바람이 너무 세서 이르는 말입니다. 속초만 해도 든든한 아파트 창문이 흔들거리는 소리가 그 어느 지방에서 들어본 소리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이 바람을 타고 불씨가 하나라도 날아가게 된다면 영동지방에 산불이 퍼지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소방당국에서 그토록 산불에 대해 예민해지는데도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는 데에는 바람의 탓도 늘 있어 왔습니다.
산불감시용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거미줄 같은 신고 체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산은 워낙 넓은 데다가 밤에 일어나는 일은 신고도 어려워 큰 피해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양양군 화재 진화를 마치자마자 헬기들은 쉬지도 못하고 속초의 하늘을 지나 고성군 비무장지대 산불 진화를 위해 날아갑니다. 헬기의 프로펠러 굉음에 도시가 할말을 잊습니다.
도시의 화재는 소방서가 가까이에 있어서 진화가 쉽지만 시골의 화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봄철의 건조한 산에는 탈 것이 많은 데다가 바람 또한 강해서 큰 산 하나 태우는 건 순식간입니다.
산불을 막아보자고 불을 피우는 것도 삼가는 한식날. 모두 불조심을 생활화해야 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지금 이 순간에도 양양군 쪽에선 계속 하얀 연기가 올라오고 고성군 쪽에 갔던 헬기 몇 대가 다시 양양군 쪽으로 날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산불 진화가 덜 된 걸까요? 바람이 워낙 강해서 또다른 곳으로 불씨가 옮겨 갔을까봐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