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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22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이 공청회가 열리게 된 근본적인 계기는 2003년 8월 발생한 시각장애인 김아무개씨 성희롱 사건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였다.

시각장애여성 사건을 통해 불거진 형소법 개정 논란

2003년 8월 시각장애인 김아무개씨는 "60대 남성이 엉덩이를 만졌다"며 112에 신고했다. 그러나 출동한 경찰은 이전에 두 번의 성희롱 신고 경험이 있는 김씨를 알아보고 피의자에 대한 신원파악조사 없이 "저 할아버지가 아가씨 엉덩이를 만졌겠느냐?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아느냐?" 등의 모욕적인 말을 하며 약 20분 가량 김씨를 나무랐고, 그 사이 피의자는 현장을 빠져나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 지난 1월 26일 열린 형사절차상 여성장애인 인권실태 연구보고회
ⓒ 이철용
김씨는 경찰이 도움보다 오히려 가해자가 보는 앞에서 경찰관으로부터 모욕을 당한 것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인권센터에 상담을 요청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정신지체인애호협회를 비롯한 7개 장애인 단체들은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장애인인권확보 공동행동'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며 공청회를 개최한 것이다.

당시 공청회에서는 수사 과정에서 절차를 무시하고 장애인 가족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문제, 수화통역사 1인이 꼬박 24시간을 통역하는 문제, 언어장애가 있는 장애인에게 엉뚱한 진술서에 지문을 찍으라고 강요하는 문제 등 각종 형사절차상의 문제점들이 대두되었다.

7개 장애인단체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장애인인권확보 공동행동'

이러한 형사절차상에서 장애인들이 당하는 부당성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법무부도 개정절차를 밟고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장애인의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지난해 6월 18일에는 당시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인권단체 관계자들과 면담하면서 장애계의 문제제기에 동의를 표하고 대안마련을 지시한 바 있다.

▲ 지난해 3월 22일 열린 형사절차상 장애인권 침해 관련 공청회
ⓒ 이철용
그러나 지난 해 8월 말 발표된 법무부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장애계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장애계의 반발을 샀다. 급기야 장애계는 '장관이 바뀌면 약속도 없었던 일이냐?'라며 장관 면담을 요청하는 반발을 벌였고 법무부는 발표된 것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한 발 물러서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장애계의 의견을 전적으로 반영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4일, 국회의원 21인 형소법개정안 국회발의

지난 4월 4일 국회의원 21인의 공동발의로 형사소송법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이 개정법률안은 '형사소송법개정을 통한 장애인인권확보 공동행동'이 제안한 것을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다. 이 개정법률안에는 열린우리당 장향숙 김종률 노현송 최재성 김태홍 이근식 김원웅 정성호 김종인 등 9명, 민주당 손봉숙 이정일 김홍일 김효석 한화갑 등 5명, 민주노동당 현애자 이영순 심상정 천영세 조승수 권영길 최순영 등 7명 이렇게 총 21명이 함께 했다.

▲ 지난 4일 형사소송법개정발의안을 발의한 현애자 장향숙 손봉숙 의원
ⓒ 이철용
이번에 제출된 발의안에는 "보조인에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추가(안 제29조제1항)"하고, "보조인으로 하여금 피고인·피의자를 위하여 진술하거나 진술을 조력할 수 있도록(안 제29조제4항 신설)"하고, "조서 작성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전자음향기·플로피디스켓등을 이용하도록(안 제46조제2항 신설)"하며, "청각·언어장애인의 진술을 위한 수화·구화 등의 통역을 의무화(안 제181조제1항)"하고, "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신문방법을 선택하여 진술하도록 하게(안 제242조제2항 신설)"하며, "피의자 신문시 보조인을 참석토록(안 제243조제2항 신설)"하고, "재판시에도 보조인이 진술하거나 진술을 조력하도록(안 제287조제4항 신설)"할 수 있는 근거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개정법률안을 제출한 국회의원들은 제출 이유에 대해 현행 형사소송법 하에서 정신지체나 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은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소송서 가장 큰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시각장애인의 경우, 자신의 진술이 제대로 기록되었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넘어가야 하며, 청각 및 언어장애인의 경우, 경찰이나 검찰과 의사소통 자체가 매우 어려워 진술과정에서 차별을 겪고 있는 실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보조인제도와 장애인의 신문·진술·재판서 작성 과정상의 편의제공을 위한 각종 제도 장치가 있으나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며 보조인제도의 경우 법정대리인·배우자·직계친족·형제자매와 호주로 국한되어 있어 직계가족 등이 없는 장애인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신문·진술·재판서작성과정상의 편의제공도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로 구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21명의 국회의원들은 개정법률안을 통해 "그간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장애인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차별의 순간이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기대를 밝혔다.

▲ 지난해 9월 2일 법무부의 개정안에 반발하며 법무부 앞에서 장관 면담을 주장하는 장애인단체 관계자들
ⓒ 이철용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장애인인권확보 공동행동'에는 노들장애인야학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농아인협회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정신지체인애호협회 등 7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4일 국회에서 발의된 형사소송법개정법률안 주요내용

가. 보조인에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자를 추가함(안 제29조제1항).

나. 보조인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의 수사 및 법원의 심리에 참여하여 피고인 피의자를 위하여 진술하거나 피고인 피의자와 진술시 조력할 수 있음(안 제29조제4항 신설).

다. 재판서 또는 재판을 기재한 조서를 작성함에 있어서 피고인이 시각장애인인 경우에는 이를 점자, 전자음향기 또는 플로피디스켓 등 시각장애인이 인지할 수 있는 형태로 추가 작성하여야 함(안 제46조제2항 신설).

라. 청각장애인 또는 언어장애인의 진술에는 통역인으로 하여금 수화 또는 구화 등으로 통역하게 하여야 함(안 제181조제1항).

마.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인 경우 그 장애의 특성에 따른 신문방법을 선택하여 진술하게 하여야 함(안 제242조제2항 신설).

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장애인인 피의자를 신문할 때 직권 또는 피의자의 신청으로 보조인을 참석시켜야 함(안 제243조제2항 신설).

사. 재판장은 피고인이 장애인인 경우 직권,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신청으로 보조인을 참석시켜 진술하게 할 수 있고, 이 경우 신문하기 전에 보조인을 참석시켜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피고인 또는 변호사에게 고지하여야 함(안 제287조제4항 신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http://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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