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는 나에게 "왜 달리는가"에 대한 절반의 대답을 가르쳐 주었다. 대답은 간단하다. 동물이기 때문에 달린다. 달리는 본능이 유전자 속에 있기 때문에 달리는 것이다."
이 글은 책 <달리기가 가르쳐 준 15가지 삶의 즐거움>의 15페이지에 있는 내용이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연필을 찾아 줄을 쳤다. 마라톤 대회를 볼 때마다 가끔 품어보던 질문이 "왜 달릴까, 사람들은 저토록 힘들어하면서도 왜 달릴까?"였다. 궁금증만 지녔지 이렇다 할만한 답을 찾지 못했고 생각해보지 못한 답이었다. 그렇기에 여기 이 책에서 아주 쉽게 그 대답을 정의내리고 있어 놀라움에 저절로 연필로 줄을 쳤다. 하지만 그 아래에 있는 내용은 공감이 가는 바가 있어 줄을 치기 위해 또다시 연필을 들었다.
"오랫동안 달리기를 하면서 내가 배운 것은 달리기는 신체를 정화시킬 뿐 아니라 머릿속 생각을 명확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나는 달릴 때 가장 폭 넓고 풍부하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본문 15쪽에서)
정말, 그렇다. 익히 경험한 적이 있다. 비록 마라톤처럼 오래도록 달리지는 않아도 이른 아침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 운동장을 달려보거나 비록 두발로 땅을 박차며 달리는 것은 아닐지라도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달려 볼 때가 있는데 그때 경험한 바에 의하면 달릴 수록 머릿속이 환해지고 오늘 하루의 일과가 일목요연하게 떠올랐다. 부스스하게 일어나 허둥지둥 아침을 맞았을 때에는 어떤 일부터 시작할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 앰비 버풋은 한때 달리기에 '미쳐'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 그리고 수년간 세계적인 잡지 <러너스 월드>의 편집장으로 일한 사람답게 달리기에 관한 많은 애정을 이 책에 듬뿍 담아 놓았다. 하지만 달리기에 관한 애정이 담겨져 있다고 하여 달리기에 관한 찬사나 사랑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읽으면서 새록새록 느낀 점은 삶의 지혜에 관한 자세와 정신의 보석이 달리기라는 운동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값진 보석은 땀을 흘리는 가운데 얻게 되는 것은 아닐는지? 또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책, 음악 등 모든 곳에서 달리기의 즐거움과 행복을 찾은 앰비 버풋의 즐거움과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그래서 책의 제목만을 볼 때에는 오로지 달리기에 관한 지침서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삶에 대한 예찬서 또는 삶에 대한 지혜서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짧은 팬츠를 입은 이들이 중랑천의 자전거도로를 달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들 중에는 허연 머리에 주름살이 굵게 자리 잡은 이들이 여럿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그들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삶에 대한 겸손, 존중, 인내 등을 달리기로 묵묵히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그 밖에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할 마음자세와 전설적인 달리기 영웅들에 대한 일화가 재미있었고 그들이 남긴 말들에 귀 기울이게 하는 힘이 이 책에는 숨어 있었다. 도서관의 수많은 책 중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읽게 된 이 책은 처음 읽기 시작할 때 보다 읽을수록 잔잔한 감동을 주는 무게가 무겁다.
덧붙이는 글 | * 국정넷포터와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