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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강재섭 원내대표가 문희상 열린우리당의장의 양양 산불 현장 방문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강재섭 원내대표가 문희상 열린우리당의장의 양양 산불 현장 방문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사실 박 대표도 얼마 전 재해 지역 가려고 했는데 우리가 말려서 오늘 간다. 그 정보가 샜는지 열린우리당이 먼저 갔는데, 가는 건 좋지만 오늘 박 대표 국회 연설 있지 않나. 정치 도의상 빨리 돌아와서 야당 대표 연설 경청해줄 것을 부탁한다. 아니면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

8일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한 강재섭 원내대표는 오전 10시 박근혜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앞두고 여당을 향해 이같은 말로 으름장을 놓았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새벽 화마가 휩쓸고 간 강원도 양양·고성 화재현장을 방문했던 것. 한나라당은 '선수'를 뺏긴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박 대표는 국회 연설이 끝난 뒤 재해현장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8일 새벽 양양 고성 산불피해지역을 방문하고 상경한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피곤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8일 새벽 양양 고성 산불피해지역을 방문하고 상경한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피곤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확히 10시 3분전에 도착했습니다"

문 의장은 이날 새벽 3시30분 상임중앙위원들과 함께 버스편으로 당사를 출발해 오전 7시께 양양군 용호리 마을회관에 도착, 현장에서 당직자회의를 열었다. 문 의장은 군수를 비롯해 이재민들에게 △낙산사 주변 산림복구 △대형 농기계 지원 △화재 잔해물 폐기처리 등에 관한 지원을 요구받고 "당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뒤 문 의장은 박 대표의 국회연설을 듣기 위해 먼저 경찰 헬기편으로 서울 양재에 도착했다. 나머지 상임중앙위원들은 현장에 남아 낙산사 피해현장을 더 둘러본 뒤 서울로 출발했다.

문 의장의 본회의장 입장 시간은 "정확히 10시 3분전"이라고 이평수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이 알렸다. 의장의 본회의장 입장 시간을 알리기 위한 공식 브리핑을 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이 부대변인은 "문 의장은 박 대표 연설 전에 도착해 끝까지 경청했음을 알려드린다"며 기자들을 향해 "민생국회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사소한 일정상의 문제로 여야 긴장관계가 생기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런 뒤 이 부대변인은 브리핑실을 빠져나가면서 "잔불에 워낙 큰 피해를 봤기 때문에…"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혹여라도 야당을 자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노파심이었다.

과연 문 의장은 50분 가량 이어진 박 대표 연설을 졸지 않고 경청했다. 다만 새벽 잠을 설친 탓인지 이마를 짚으며 피곤한 기색을 드러냈다.

박근혜 "한푼이라도 예산을 아끼는 게 개혁"이라더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앞서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앞서 옷매무새를 다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박근혜 대표의 강원행은 한결 여유가 있었다. 박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직후 11시30분 용산 미군기지에서 군용헬기를 타고 속초비행장으로 향했다. 박 대표는 낙산사를 들렀다가 용호리·적은리로 이동, 이재민들을 만난 뒤 오후 4시30분경 속초비행장에서 다시 헬기를 타고 서울로 향한다.

박 대표는 헬기를 이용한 덕택에 이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고 현지에 4시간 가량을 머무를 수 있었다. 반면 문 의장의 경우 편도로 버스를 이용하는 바람에 현지 체류시간은 불과 1시간에 불과했다.

박 대표는 또 이날 국회 연설의 도입부를 강원도 산불 재해 문제로 시작하며 다음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해마다 산불로 큰 피해를 입는데 강풍을 이길 수 있는 초대형 소방헬기가 두 대만 더 있었더라도 낙산사가 잿더미로 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한푼이라도 예산을 아껴서 이런 준비를 하는 것이 바로 국민이 원하는 개혁입니다. 그동안 우리 정치권이 과연 이런 개혁을 해왔는지 다 함께 반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승용차로 가장 먼저 달려간 김혜경 대표

한편 정당 대표 중 강원도 재해현장을 가장 먼저 방문한 주인공은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김 대표는 지난 6일 당 소유의 승용차편으로 양양군을 방문, 군수의 수행을 마다하고 손수 재해현장을 돌았다.

김 대표를 수행한 한성욱 비서실 국장은 "여당의 한 중진의원이 군용헬기 요청하면 보내준다고 귀띔했지만 아직까지 요청해본 적은 없다"며 "위급한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우리가 서둘러 가면 되는데 공무원들 움직여서 괜히 불편하게 할 생각없다"고 말했다.

권영길 전 대표도 타던 민주노동당의 당대표 전용 승용차는 2001년 구입 이후 17만5천 킬로미터를 뛰었다고 한다. 일반 직장인이 10년 달리는 거리다.

김동길 민주노동당 양양 분회장이 6일 화재 현장을 방문한 김혜경 당 대표등 지도부에게 산불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길 민주노동당 양양 분회장이 6일 화재 현장을 방문한 김혜경 당 대표등 지도부에게 산불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 인터넷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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