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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3월 31일 1면
매일신문 3월 31일 1면 ⓒ 매일신문
감사 결과 대구의 섬유산업진흥사업(밀라노프로젝트)은 사업 전보다 생산ㆍ수출액이 오히려 감소하는 등 "사업 효과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특성에 적합하지 않은 패션산업육성사업을 중점 추진"했기 때문을 이유로 지적했다.

패션산업은 기본적으로 문화ㆍ예술산업의 성격을 갖고 있어 고급 원단의 제조, 첨단 염색·가공 등 기술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산업단지 조성 등을 통한 인위적 육성은 실현이 곤란한 데도, '대구 지역은 이러한 패션 기반이 극히 취약하다'는 전문연구기관(모니터컴퍼니 등)의 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대구시는 하드웨어 구축 위주로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패션어패럴밸리 조성사업의 경우 "산업자원부와 대구광역시는 타당성조사 기관 등의 패션단지 조성 반대 의견도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했고 "재원 조달에 있어서도 총사업비 3007억원(국비700억원) 중 2307억원에 달하는 민자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추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 "대구광역시에서는 섬유산업진흥사업을 1999년도에 시작하였으나 타당성조사는 1999년 12월에 시작, 2000년 12월에 완료하는 등 사전 타당성조사 없이 사업계획을 수립ㆍ집행하는 등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를 설립하면서는 사전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아니 함으로써, 인근에 유사한 기능(전시, 공연 등)을 수행할 대구전시컨벤션센터가 건립 중이어서 당초부터 그 필요성이 적었는데도 이를 간과한 채 건립을 추진했고, 그 결과 2003년도의 활용실적은 전문패션쇼 개최 5회(28일), 패션교육 3주에 불과하는 등 저조"했다.

감사원은 "산자부장관과 대구광역시장에게 패션어패럴밸리에 대한 입주 수요와 재원 조달방안 등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사업의 추진 여부를 전면 재검토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책임 떠넘긴 <매일신문>의 책임은?

<매일신문>은 패션어패럴밸리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사업 전면 재검토'로 나오자, "사실상의 사업 중단"이라며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4월1일 사설에서 "사실 어패럴 밸리를 비롯한 '밀라노 프로젝트'는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급조된 사업이다…'밀라노 프로젝트'는 김대중 정부의 '동진 정책'과 중앙 정계 진출을 노렸던 문희갑 전 대구시장의 '정치적 야심'이 빚은 합작품이었지, 대구섬유산업의 현실과는 괴리된 정책이었던 셈이다"고 보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희갑 전 대구시장에게 모든 책임을 지운다. 물론 잘못이 있다면 당시 정책 최고 결정권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사업 선택이 아니라 사업 추진이 잘못되었다는 감사원의 감사 내용을 고려하면 과도한 지적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우리는 안 될 줄 알았다'는 식으로 얘기하면서 밀라노 프로젝트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매일신문>은 처음부터 이렇게 주장했을까? <매일신문>은 당시 '밀라노 프로젝트'는 중앙정부와 대구시의 야합에 의한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을까? 그래서 '밀라노 프로젝트'의 추진을 반대하는 기사를 실었을까? '밀라노 프로젝트' 얘기가 한창이던 1998년으로 가보자.

당시 신문은 "대구시는 섬유도시 건설과 산업인프라 구축 등 굵직한 지역 현안 문제들 중 상당수가 이번 김대중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서 해결 가닥을 찾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는 특히 김대통령이 시의 현안사업들을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직시하며 지원의사를 밝힌 데 대해 유례없는 일이라며 반기고 있다(1998년 5월 1일 '김대통령 대구방문서 남긴 것')"고 보도했다.

그런데 김 대통령이 대구를 다녀간 뒤에도 사업 추진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지 않자 신문은 "최근 대구 섬유산업은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먼저 안으로는 아시아의 밀라노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말 발표키로 했던 대구섬유산업 육성방안을 아직도 확정짓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시의 어패럴 밸리 조성계획도 예산 당국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대통령의 지시에 마지못해 지원시늉만 내는 산업자원부는 믿을 곳이 못된다(1998년 7월 20일 '대구산업 어디로…(1)-섬유')"고 보도했다.

또 그 뒤 정부에서 '밀라노 프로젝트'를 확정하자 신문은 "대구를 세계적인 섬유도시로 육성한다는 '밀라노 프로젝트'는 꿈이 가득찬 그야말로 희망의 계획이다… 게다가 정부는 IMF로 인해 예산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국비3천6백억 원을 지원하는 용단을 내렸다(1998년9월10일 사설- '대구 밀라노' 실속 있어야)"고 보도했다.

<매일신문>, '사업 타당성 조사' 외면하더니…

매일신문 8월 24일 1면
매일신문 8월 24일 1면 ⓒ 매일신문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매일신문>은 "그동안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여러 전문 연구기관이 '대구는 고급직물생산 기반을 먼저 구축한 후 패션산업으로 진출하라'는 단계적 추진방안을 제시했으나 대구시는 이를 무시한 채 하드웨어 중심으로 패션산업 육성을 추진해왔다(3월 31일 '패션밸리' 사업 중단위기)"는 등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또 4월 1일 사설에서는 "어패럴 밸리 사업은 제직ㆍ염색에 편중된 지역 섬유산업 구조를 패션 디자인ㆍ봉제 등 고부가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대구 섬유산업은 이를 추진할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 경제의 여건상 민자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첨단 업종이 아닌 섬유산업에 투자자가 나설지 의문인 것이다"고 하며 대체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이는 보도를 했다.

그런데 감사원의 이번 지적이 새로운 것일까? <매일신문>도 알고 있듯이 여러 전문연구기관에서 "이미 제시된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2005년 3월 31일)". 그렇다면 여러 전문연구기관의 지적을 대구시만 무시했을까? 외부 기관들의 지적을 외면한 책임을 대구시만 져야 하는가? <매일신문>은 당시 전문연구기관들의 지적에 귀기울였을까?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산업연구원(KIET)의 연구자료가 공개된 2004년으로 가보자.

당시 신문은 "거의 마무리 단계인 밀라노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등 지역 현안사업에 잇따라 제동을 걸어 현실을 도외시한 분석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2004년 8월 24일 'KDI, 지역현안 잇단 제동')"고 보도했다.

매일신문 8월 25일 3면
매일신문 8월 25일 3면 ⓒ 매일신문
그리고 다음날 신문은 "더욱이 패션밸리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진단'은 확인 결과,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진 결과물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지방의 사업에 대한 중앙의 '딴지걸기'논쟁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KDI 등의 원점 재검토 주장은 사실상 주목할 가치가 없는 셈이다(2004년 8월 25일 '민자유치 '착착' 사업순항 예고')"고 보도했다.

또 같은날 신문은 사설에서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미 '발을 깊숙이 들여놓은' 지금 시점에서 밀라노프로젝트의 가치판단 논쟁은 무의미하다… 이미 '포스트 밀라노'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제 와서 '출발이 잘못됐다'며 원론적인 문제로 제동을 거는 것은 실기(失期)해도 한참이나 실기한 어눌한 행동이다… 지역에서 상향식(bottom up)으로 올라온 지역 역량 사업을 중앙의 입장에서 난도질한다면 과연 지역 혁신의 본질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2004년 8월 25일 '실기한 KDI 보고서')"고 보도했다.

대구시와 <매일신문>의 '졸속 대안' 우려된다

대구시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한 대책으로 패션어패럴밸리를 '패션ㆍIT융합형 지방산업단지 조성'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이와 직접적인 관련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대구시는 2005년 4월 1일부터 5월 30일까지 '2005 IT산업기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매일신문>도 4월 1일 사설을 통해 "어패럴 밸리 조성을 최소 규모로 축소하고 나머지는 다른 산업 용지로 전환하면 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대안은 '융합형'이 아니라 '봉합형'이며 '땜질식' 처방이 될 우려가 크다. 감사원은 패션산업의 기반을 다지는 쪽으로 재검토를 지시했다. 고급직물 생산 기반 구축에 사업의 우선 순위를 두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소재 개발 등 연구 개발비를 늘리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단지 민간 유치가 쉽다는 이유로 패션산업과는 연관이 없는 IT산업을 끌어들인다고 하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고 졸속 대안이다.

패션어패럴밸리는 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패션어패럴밸리의 사실상 포기를 의미하는 '패션ㆍIT융합형 단지조성'은 대구 섬유산업육성방안에 큰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 패션어패럴밸리 사업뿐만 아니라 밀라노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세밀한 점검을 통한 종합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한 때이다.

덧붙이는 글 | *<대구경북 오마이뉴스> 바로가기→dg.ohmynews.com

*안태준님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모니터팀장 입니다.
자세한 문의 : 053-423-4315/http://www.chamm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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