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찰은 더욱더 책임감을 갖고 자율적으로 치안업무를 수행하고 아울러 민생치안범죄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국민이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듬직한 민중의 지팡이가 돼 줄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검찰도, 국민 여러분께 더 가까이 다가가 진정한 신뢰와 사랑을 받고,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권 행사로 '우리 사회에 정의의 강물이 넘쳐흘러 인권과 평화와 바다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김종빈 검찰총장)
"그동안 경찰은 대부분의 사건을 수사하고 있으면서도 수사의 보조자라는, 현실과 괴리된 법과 제도로 인해 국민의 요구대로 보다 신속하고 속시원한 수사를 할 수 없었다. (중략) 이렇게 반백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왔다. 처음부터 한쪽으로 기운 저울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없듯이, 특정기관에 지나치게 '편중된 국가기능' 또한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것이다."(허준영 경찰청장)
수사권조정자문위원회(김일수 위원장) 주최로 11일 오후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양측 대표자인 김종빈 검찰총장과 허준영 경찰청장은 인사말을 통해 '수사권 독립' 문제를 둘러싼 확연한 입장차이를 드러냈다.
우선 이날 오후 1시부터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김 검찰총장은 "최근 다양하고 복잡해진 범죄현상에 신속하게 대처하여 질 높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사과정에서의 국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경찰수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부드럽게 말을 꺼냈다.
이어 김 검찰총장은 "수사권은 인권 침해 우려가 가장 높은 국가 공권력으로서 국민을 위해 올바르게 행사돼야 함에도 그 동안 수사현실에 있어서는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혹독한 비판이 있어 왔다"면서 경찰을 겨냥했다.
그리고 김 검찰총장은 "이번 수사조정권을 통해 경찰 수사의 자율성과 효율성이 최대한 보장됨으로써 경찰의 치안역량이 한층 강화되고 아울러 국민의 인권보호와 수사권 남용방지를 위한 확실한 장치를 마련해 국민들에게 편안함과 만족을 줄 수 있는 효율적인 수사시스템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찰 창설 60주년... 사람으로 치면 어떠한 말든지 이해할 수 있는 나이 된 것"
이어 인사말에 나선 허준영 경찰청장은 경찰 창설 60주년을 강조하면서 "사람으로 치면 어떠한 말이든지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라며 "때로는 검사지휘 때문에 장례절차가 지연된다고 항의하는 유족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워해야만 했다"고 검찰의 수사권 지휘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허 경찰청장은 "고소·고발 처리가 지체되면서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이 만연됐고, 무엇보다 수사상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검찰과도 오히려 반목하게 만들었다"며 "치안현장에서 범죄수사를 도맡고 있는 경찰관들은 누구의 명령에 복종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책임감 있게 일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싶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허 경찰청장은 "수사권 조정결과는 양기관간의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경찰과 검찰 모두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윈-윈(win-win) 게임인 것"이라며 "분권과 자율, 대화와 타협이라는 국정이념에 따라 성공적으로 해결한 모범사례로 역사에 기록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 수장간의 '인사말' 1라운드 공방전에서 허 경찰청장의 목소리가 더 강경해 보였다.
검-경 양측 참석자들도 긴장감 조성... 참석자 500여명 깊은 관심
한편 공청회 자리에는 김 검찰총장과 허 경찰청장을 비롯해 검·경 고위 간부, 각계 전문가들과 일반시민 등 총 500여명이 참석했다. 또 외부 인사로는 열린우리당의 우윤근, 이은영 의원 등이 참석했고, 대통령 사정비서관실의 김선수, 신현수 비서관 등이 참석해 진행과정을 지켜봤다.
무엇보다 검·경 양측의 방청객들간 열기가 대단했다. 공청회장은 빈자리 없이 가득 찼으며, 벽 쪽에 기대 서서 발표자의 발언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다수였다. 또 양측의 발표자들의 발표가 끝난 후 터져나오는 박수소리로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