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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금) 오후 2시 천안경찰서 4층 대회의실에서는 '학교폭력예방 및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및 학부모 대표 간담회'가 열렸다.
지난 8일(금) 오후 2시 천안경찰서 4층 대회의실에서는 '학교폭력예방 및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및 학부모 대표 간담회'가 열렸다. ⓒ 이진희
학교폭력예방 및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및 학부모 대표 간담회
인사말씀·격려사는 한시간 반, 건의 및 토론은 전무


최근 이른바 '일진회'를 중심으로 한 학교폭력의 실태는 전 국민을 충격 속에 빠뜨렸다. 보복에 대한 두려움에, 자녀에 대한 무관심에, 지켜야 할 학교의 명예에, 학교폭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흉포화, 집단화되어 버린 것이다.

얼마 전부터, '이건 정도가 지나치다'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행정기관, 교육청, 경찰 등 관련 기관·단체들이 갖가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학교 폭력 사례 발표에 나선, 병천고등학교 홍만선 학생부장
학교 폭력 사례 발표에 나선, 병천고등학교 홍만선 학생부장 ⓒ 이진희
모든 학교 정문에는 '학교폭력 자진신고 및 피해신고 기간 운영'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동시에 학교폭력예방 5개년 대책, 스쿨폴리스제도, 학교폭력 서포터제 등이 발표됐다.

이외에도 교내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자, 경찰을 상주시키자는 등 실효성과 가능성을 떠나 문제해결의 의지가 고조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천안에서도 지난달 10일 충청남도학생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클린 천안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학교폭력 추방 선포식'에 이어 지난 8일(금) 오후 2시 천안경찰서 4층 대회의실에서 '학교폭력예방 및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및 학부모 대표 간담회'가 열렸다.

'학교 폭력'이라는 말 자체에 책임감 느껴

천안경찰서, 천안교육청이 주관하고 천안시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는 성무용 천안시장, 안억진 경찰서장, 이성구 천안교육장을 비롯해 관내 초·중·고등학교장 1백여 명과 중·고등학교 학생부장 44명, 학교운영위원회협의회장 등 2백여명이 참석했다.

안억진 천안경찰서장은 "학교폭력의 경우, 교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전체의 약 50%에 달하고, 주변 5백m 이내에서 발생하는 것을 포함하면 80%에 달하지만, 경찰이 교내에 들어가기가 껄끄러운 게 사실"이라며 교육청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이성구 천안교육장은 "'학교폭력'이라는 말 자체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운을 뗀 뒤 "학교가 폭력이라는 이미지가 아닌 평화스럽고 안전한 곳으로 인식되어야 하며, 그 책임은 교원들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간 명예, 위신을 생각해 감춰왔던 부분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교외생활지도 등에 만전을 기울여,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조차 발붙일 수 없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성무용 천안시장은 "감시, 제어 같은 물리적인 수단보다 건전한 가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기성 세대의 관심과 애정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청소년종합상담실 김영순 사무국장은 "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데는 10명의 어른이 필요하다"는 힐러리의 말을 인용하며,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충남청소년종합상담실 김영순 사무국장은 "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데는 10명의 어른이 필요하다"는 힐러리의 말을 인용하며,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이진희
잠시 후, 병천고등학교 홍만선 학생부장의 사례발표에 이어, 충남청소년종합상담실 김영순 사무국장의 '청소년에 대한 이해'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김영순 사무국장은 건강한 부모의 리더십이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상대를 믿어주는 상담에서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사랑과 감사를 받고 줄줄 아는 아이들로 교육해야 한다. 아이들의 부정적인 말과 행동에는 긍정적인 동기가 숨어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최재숙 시인의 시, '꽃씨 하나가 꽃이 되려면'을 낭독해 많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간담회 취지, 제대로 살렸나.

주요 기관장들과 학교장 1백여 명, 학부모 대표들이 모인 간담회. 좋은 의도를 갖고 준비한 모임이었고, 이런 모임 자체가 학교 폭력예방에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이번 간담회를 통해 긍정적인 희망을 찾았다기보다는 과연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더 커졌다.

2시부터 4시 남짓까지 진행된 간담회에서 기대했던 중요한 사례발표나 구체적인 계획은 전무했고 주최·후원한 기관들은 '네가 해야지', '네가 도와주어야지'식으로 떠맡긴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서장과 교육장, 시장의 인사·격려사는 1시간이 넘게 진행된 반면, 사례 발표나 건의·토론의 과정에서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배포된 자료집에도 학교 폭력과 무관해 보이는 기관 홍보가 절반이 넘었다. 연사 중 일부는 문제의식이 의심될 만큼 '실언'을 반복했다.

현재(8일)까지 수치상으로 천안경찰서에 접수된 폭력상담은 총 85건. 이 중 본인이 상담한 것이 27건, 대리인이 58건이다. 자진신고는 대리인을 통한 1건이 있고, 피해신고는 전무한 상태다.

토론을 경청하는 간담회 참석자들. 이 교육장의 말대로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조차 발붙일 수 없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토론을 경청하는 간담회 참석자들. 이 교육장의 말대로 '학교폭력'이라는 용어조차 발붙일 수 없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 이진희
학교폭력 피해 사례가 없다는 안일한 인식이, 사실상 '알맹이'는 하나도 캐내지 못했다는 자책과 한층 더 노력하겠다는 의지보다 더욱 강해 보였다.

한 간담회 참석자는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각성도 해야 하고 대책도 세워야 하는데 좋은 시간은 앞뒤로 다 짤라먹고 축사다 뭐다 중요한 얘기를 들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참석하신 분들 모두 '우리 학교는 별 문제없다'는 식의 안일한 대처만 하셔서 답답하더군요"라고 말했다.

현재 천안경찰서는 학교폭력 예방·근절 홍보와 관련, 전단·스티커 8천여 매를 제작하고 설문조사와 간담회, 일선학교에 출강 등을 실시하고 있다.

오는 15일(금)엔 신부동 터미널 아라리오 광장에서 가두캠페인을 실시하고, 사례공모집 발간, 범죄예방교실 등의 사업계획도 잡혀 있다.

또 향후 학교폭력서클의 실태를 파악하고 인터넷 사이버 순찰 강화로 중요 위법 사항을 발견, 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신고기간이 끝나는 5월1일부터는 일제단속에 들어가며 경찰이 수집하는 각종 자료는 교육시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자료제공을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과 화려한 계획들이 내내 실효성을 거두고 지속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 같다.

덧붙이는 글 | 천안아산지역신문,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원사인 충남시사신문 355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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