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앙카라]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7년 국교 수립 이후 48년만에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터키를 방문했다.
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는 14일 저녁 8시(이하 현지시각. 한국시간으로 15일 새벽 2시)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 도착해 간단한 도착행사를 마치고 숙소인 쉐라톤호텔로 향했다.
앙카라에 도착한 노 대통령을 가장 먼저 환영한 것은 현대-기아자동차에서 세운 환영광고였다. 이전 방문지인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과 LG가 노 대통령 일행을 환영한 것에 뒤질세라, 현대는 공항에서 앙카라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 곳곳에 환영광고를 내걸었다.
현대-기아차는 노 대통령 숙소인 쉐라톤호텔의 일부 공사중인 건물 외벽을 아예 베를린의 덮개광고를 연상케 하는 환영 현수막으로 덮어버렸다.
숙소 인근 건물 덮은 현대-기아차 환영 현수막
이 나라에서 가장 투자액이 많은 한국기업인 현대-기아차(합작투자 2억 달러)보다 더 열렬하게 노 대통령을 환영한 것은 터키 언론이었다.
최대 일간지인 <휴리엣(Hurriyet)>(14일자)은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제목의 한국특집 별지(4개면)를 포함해 무려 15개의 관련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1면에 특집안내 기사를 싣고, 11면에는 노 대통령의 서면회견기,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터키 방문 환영합니다, 48년만의 첫 방문'이라는 제목의 해설기사 등을 비중있게 실었다.
이 신문은 "48년간의 공백 후 한국 대통령의 첫번째 공식방문이 실현됨으로써 양국관계는 더욱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자동차 산업 등 이번에 방문할 한국 대기업 총수들은 신규 투자 및 공공투자 증대방안 등에 대해서도 협의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명했다.
특히 이 신문은 별지 특집에서 "한국에서 1천만 명 이상이 운행중인 개인 승용차 중에서 약 70%는 현대-기아그룹의 자동차"라면서 "67년에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현대차는 전세계에서 5만 명 이상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자세히 소개했다. 이어 "현대는 터키에 약 2억5천만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데 90년도에는 키바르 회사상표로 자동차를 판매하다가 현대자동차 브랜드로 생산 판매하고 있다"면서 "이번 투자확대 서명으로 현대는 유럽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공략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터키 언론 "터키는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이 신문은 또 "한국경제는 62년도 1인당 국민소득 87달러였던 것이 2003년말에는 1만2646달러에 달했다"면서 "터키는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알리 키바르 현대아산(현지 합작법인) 회장의 발언을 기사 제목으로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터키의 이슬람계 권위지로 알려진 <자만(Zaman)>(14일자)은 반기문 외교부장관의 특별기고문과 함께 '한국 대통령, 첫 터키 방문' 기사 등 3개 기사를 실었다.
반 장관은 기고문에서 "한국민에게 터키는 형제와 같은 나라다"면서 "82년 '에브렌' 대통령과 2004년 '에르도안' 총리 등 터키 정치 지도자들께서 한국을 방문했지만 우리 대통령의 답방은 그간 이루어지지 못해 항상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자만지는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미국, 영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참전용사를 파병했던 국가다"고 전제하고, '이제 한국이 의리를 지킬 차례'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국가간 의리의 면에서 지난 긴 세월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방문하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공식방문은 방문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신문은 이어 "현대, 삼성 등 한국기업들이 터키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희망이 약속된 경제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정상회담에서는 터키에 대한 투자와 한국이 짧은 시간에 이룩한 성공이 주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요컨대 터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터키 언론과 국민들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노 대통령이 자국을 방문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크게 환영하면서도 '이제 한국이 의리를 지킬 차례'라는 표현으로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를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터키에 투자한 한국 기업은 ▲현대차의 자동차 합작공장 진출(총합작 2억 불)을 필두로 ▲LG전자의 에어컨 생산 합작투자(5천만 불) ▲만도기계의 자동차용 shock absorber 생산합작투자(1400만 불) ▲한일이화의 자동차 내장제품 생산합작투자(600만 불) ▲CJ(제일제당)의 사료공장 합작투자(400만 불) 등이다.
노 대통령이 터키를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터키의 환대를 받을 수 있을지는 결국 이들 기업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