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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전천만 나경숙부부
들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전천만 나경숙부부 ⓒ 정종인
야생화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배웁니다.

식물원의 500여종에 달하는 야생화 가운데 환한 얼굴로 자태를 뽐내는 복수초. 이름은 살벌(?)하지만 하얀 눈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복수초가 봄바람에 묻혀 아름답게 피어났다.

폭풍우 몰아치는 거친 들판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새봄에 다시 움튼 들꽃 향기가 정읍을 감돌고 있다.

소리 소문없이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우리꽃자생식물원인 '들꽃마당'이 벌써 사람들의 등쌀에 몸살을 앓고 있을 정도다. 이 달 방영된 KBS 6시내고향에 소개된 후 전국에서 문의전화는 물론 방문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수백종의 들꽃들이 손님들을 반긴다.복수초도 눈에 보인다.
수백종의 들꽃들이 손님들을 반긴다.복수초도 눈에 보인다. ⓒ 정종인
40대에 접어든 나이에 모든 게 넉넉해 보이는 전천만-나경숙 부부.

얼굴에는 세상욕심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로 넉넉한 인품이 들꽃처럼 화사하게 묻어나는 '찰떡궁합' 부부다. 무욕(無慾)도 닮은 꼴이라는 게 첫인상이었다.

이들 부부는 40대 나이에 세상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에덴동산'을 남편 전천만씨의 고향에 만들어 놨다. 우리 산야에서 피고 지는 야생화 500여점을 한데 모은 '들꽃마당'은 어찌보면 짧지 않는 인생에서 그들 부부의 '자서전'이다.

정읍시내에서 전북과학대학 고개를 넘다보면 경상남도의 무릉도원인 '외도'를 버금가는 '실락원'이 나온다. '들꽃박사' 전천만·나경숙씨 부부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이 함축되어 있는 '들꽃마당'은 10여 년 전 '첫 삽'을 떴다.

정읍시과교동 중리마을에 위치한 '들꽃마당'은 1000여평에 야생화 작품실과 씨앗파종장, 육묘장, 식물원 등을 두루 갖춘 자연 학습관이다.

전씨의 피와 땀으로 마련된 들꽃마당에는 겨울꽃인 복수초 등 각종 야생화와 수생식물들이 일년 내내 꽃을 피운다. 아울러 설악산 등 강원도 지역에서만 자생하는 '삼지구엽초' '해오라비'등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야생 풀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야생화는 '들꽃마당'을 꽉 메운 모든 것이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그는 흰백조가 날아가는 모습을 하고 있는 '해오라비' 를 제일 귀하게 여긴다.

습지 가운데 양지 바른 곳에서 자라나는 해오라비는 환경변화에 따라 자생지가 파괴돼 사라져 갈 위기에 있기 때문이다.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들꽃마당. 정읍사공원과 내장산인근에 있다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들꽃마당. 정읍사공원과 내장산인근에 있다 ⓒ 정종인
최근에 심혈을 기울여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또 다른 야생화는 '삼지구엽초'. 강원도 높은 고산지대에 사는 '삼지구엽초'는 약용이니만큼 더 효율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비법을 연구 중이다. '씨로 안되는 것은 뿌리로 된다'는 평범한 진리가 출발점이다.

30세에 새로운 인생항해
야생화에 매료돼 시작한 인생


'들꽃대부' 전천만씨는 '들꽃인생'을 살기 전에는 등산을 좋아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았다. 20대 초반부터 등산을 하다보니 갖가지 들꽃을 알게 됐지만 그것이 자신의 인생을 그리는 '화구(畵具)'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산이 좋고 나무와 꽃이 좋아 전씨는 '으뜸화원'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들꽃과 함께 하는 인생항해를 시작했다.

난관도 많았다. 요즘 들어 들은 이야기지만 초창기에는 인근마을 주민들이 속된 말로 '미쳤다'는 소리를 할 정도였다'며 너털웃음을 바람에 날려보냈다.

'들꽃박사' 전천만씨. 17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들꽃과 함께했다.
'들꽃박사' 전천만씨. 17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을 들꽃과 함께했다. ⓒ 정종인
"'세월이 약이겠지요'라는 유행가가 있듯이 야생화는 억지로 자라는 게 아닙니다. 들꽃에게서 인내하는 법을 배우고 사는 지혜도 많이 얻지요. 묵묵히 저의 길에 동반자가 되어준 아내와 자식을 믿어준 부모님에게 제일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동안 들꽃마당을 찾은 경향각지의 사람들로부터 전씨는 갖은 구애(?)와 유혹을 받기도 했다. '백지수표'와 '합작투자'라는 말은 이제 신물이 날 정도다.

한 방문객은 '들꽃마당에 있는 야생화 중 50%만 경기도 일원으로 옮겨가 대규모 농장을 조성하면 한달 안에 인생이 바뀐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사람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전씨는 식물원내에 작은 찻집과 전시판매장을 낼 생각이다.

방문객에게 들꽃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전천만대표
방문객에게 들꽃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전천만대표 ⓒ 정종인
식물원과 연계한 전통예술촌 '희망'

들국화차를 비롯 야생화를 이용한 독특한 차들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내놓을 계획이다. 전씨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보다 야생화를 통한 삶의 여유를 갖기 위해 각종 야생차를 준비하고 있다"며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쓰고 싶다"며 소박한 바람을 털어놨다.

최근에는 들꽃마당을 중심으로 '테마가 있는 문화예술촌'을 만들자는 제안도 쇄도하고 있다. 전씨부부는 '들꽃마당'에서 아이들에게 또다른 인생을 가르치고 있다. 전으뜸(17·배영고2), 샘(15·정읍여중3), 요한(13·정읍중1)이는 자연속에서 배운 진리를 토대로 참으로 아름다운 영혼을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정읍사공원과 호남우도정읍농악전수관 등과 연계한 전통민속촌의 주춧돌이 되고 싶다는 게 전씨부부의 소박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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