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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11시 30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 인도와 차도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장애아동의 학부모 250여명이 '장애인교육권 확보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전국부모결의대회'를 열었다.

▲ 참가자들의 의지를 담은 휘장들 '장애인교육차별철폐'
ⓒ 이철용

이날 집회에는 장애인교육권연대(공동대표 윤종술) 소속 전국의 장애인 부모들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를 위해 전국의 부모들은 이른 새벽부터 각 지역에서 대형버스를 대절해 행사장에 집결했다.

전국에서 모인 250여명 장애 학부모들 "장애인교육권 확보" 함성

참가자들은 가슴과 등에 '차별에 저항하라', '장애인 차별철폐' 등이 적힌 휘장을 두르고 손에는 '장애인교육차별철폐, 장애인교육예산 6% 이상 확보' 등이 적힌 노란 천을 흔들며 시종일관 결의에 찬 모습을 보여줬다.

세종문화회관 뒤편의 인도와 1개 차로에 도열한 전국의 부모들은 '차별에 저항하라'라는 깃발 아래 장애해방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지역단위로 자리를 하고, 장애해방열사에 대한 묵념에 이어 '님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르며 집회를 시작했다.

"교육차별 외면하는 교육부는 각성하라"라는 힘찬 구호와 함께 장애인교육권연대 도경만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시작된 집회는 뜨거운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50명 참가자들의 일사분란한 구호와 노래, 함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70년대엔 '특수교육진흥법', 2천년대엔 '장애인교육지원법'

첫 번째 발언에 나선 장애인교육권연대 윤종술 공동대표는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싸움에서 부모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준다고 했음에도 아직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내 자녀는 갈 곳이 없는데 교육부는 만들었다고 큰소리를 친다. 공부할 곳이 없는데 자기들은 다했다고 요구도 천천히 하라고 한다"라고 말하며 지난해 투쟁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 전교조 이수일 위원장과 윤종술 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
ⓒ 이철용

윤 공동대표는 "단식도 했고 삭발도 했다. 너무 지친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 70년대에 만들어진 특수교육진흥법을 가지고 2천년대를 살고 있다. 이제는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장애인교육법을 당당히 만들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참가자들은 뜨거운 함성으로 결의의 모습을 보였다.

도경만 집행위원장은 "교육부총리와 직접 면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교육부총리는 바빠서 만날 수 없다고 한다며 대신 특수교육정책과장을 만나라고 하니 누가 전국에서 특수교육정책과장을 만나겠는가?"라며 교육부의 무성의를 성토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수일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우리의 장애인교육 현실은 교육예산의 1.8%로 OECD 국가들은 8-15%인데 우리가 꼴찌다. 현재 우리의 교육현실은 지금도 특수학교에 배치하는 교사가 대부분 임시교사다. 이렇게 차별받는 교육을 받다보니 취업도 안되고 불평등한 교육이 불평등한 사회를 낳고 있다"라며 가정과 시설에서 방치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시혜와 동정은 거부한다", 이젠 당당한 권리다

420공동투쟁단 박영희 공동대표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은 장애인을 정치적으로 시혜와 동정으로 무엇인가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이 날이 되면 동사무소와 구청에서 도시락과 과자, 음료수를 주며 위로잔치를 한다. 장애를 극복하고 살자고 한다. 그러나 극복을 위해 무엇을 주었는가? 교육을 받게 했는가? 일을 하게 해줬는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 주지 않고 교육과 일을 못하게 하고 매일 매일 지하철에서 노점상으로 죽어가는 장애인이 있는데 아무것을 해주지 않고 장애인의 날이라고 동정과 시혜로 살아가라고 한다"라며 이러한 장애인의 날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 420공동투쟁단 박영희 공동대표와 민중가수 박준씨
ⓒ 이철용

박준씨의 노래공연에 이어 울산장애인교육권연대 이정희 부회장이 단상에 올라 한 편의 시를 읽어 내려갔다.

"이 세상 한 켠에 낮고 어두운 또 하나의 세상이 있다는 걸 가르쳐준 너의 이름 첫 자만 떠오르면 눈물이 난다. 한나절의 자유조차 허락받지 못하고 평범한 행복마저... 그래도 엄마는 니가 너무 사랑스럽다. 이제는 니가 나보다 먼저 죽길 바라지 않을 거야. 나는 죽어도 너는 살아야지. 내가 죽어도 니가 살 수 있게 널 위해 싸울 거야. 온전치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사랑하는 아이야, 내 사랑하는 아이야. 다음 세상에도 나는 너의 엄마이고 싶다."

이 부회장은 시를 낭송한 후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운동가도 아니고 장애아의 엄마이다. 그까짓 삭발쯤은 내가 머리 하나 깍아서 내 아이의 교육 인권 복지를 얻을 수 있다면 열 번 백 번도 할 수 있다"고 지난해 교육청을 상대로 한 싸움에 대해 말문을 열였다.

이 부회장은 "교육청의 무성의한 모습을 보면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당사자기 때문에 가능했다. 내 아기가 거리에 나와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자식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이 거리가 장애인 부모들이 모두 나와 거대한 물결이 되어 주장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아무것도 거둘 수 없다. 부모가 뛰는 만큼 우리 아이들이 누릴 수 있다"는 말로 끝까지 굴하지 않는 투쟁을 강조했다.

"우리의 아이들도 또 투쟁을 해야 하는가?"

▲ 각종 피켓에는 장애인 교육의 처절함이 묻어나온다.
ⓒ 이철용

이날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서대문장애인부모회 김혜미 회장이 읽은 성명서를 통해 ▲특수교육진흥법을 폐기하고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 ▲장애인교육예산 교육예산대비 6% 이상 ▲통합교육 위한 지원대책 대폭 강화 ▲취학유예자 중 장애아동, 순회교육대상자 등 교육 기회로부터 차별받는 장애학생들 교육권 보장 ▲장애 영유아, 장애인 대학생, 장애성인을 위한 교육지원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성명서 낭독이 끝나자 모든 참가자들은 집회장 한쪽에 설치된 '특수교육진흥법'이라고 기록된 전시물을 향해 미리 준비된 물건을 던져 깨뜨리는 순서를 가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흥분하며 온몸으로 설치물을 부수기도 했다.

세종문화회관 뒷길에서 경찰과 20여분 충돌

모든 집회 순서를 마친 참가자들은 깃발에 이어 휠체어를 앞세우고 교육부장관 면담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뒷길을 지나 정부종합청사로 가두행진을 벌였다. '장애인교육차별철폐'를 외치며 150명이 행진하는 100여미터 전방에는 경찰차량과 경찰병력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10여분의 대치 상태에 이어 앞쪽에 있던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에 경찰병력은 진입을 저지시켰고 강한 충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장애아동의 부모들이 강하게 저항했다.

20여분의 충돌이 벌어진 후 집행부는 참가자들을 진정시키고 교육부장관을 만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전체 참가자들을 자리에 앉히고 준비한 김밥을 제공했다.

대표단 3인, 교육부 관계자 "팽팽한 설전"

이 와중에 대표단 3인이 교육부장관 면담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하기로 하고 장애인교육권연대 실무자 3인이 정부종합청사로 향했다. 청사 앞에 도착한 대표단은 1층 상담실에서 만날 것을 종용하는 경찰에게 강하게 항의하며 집무실에서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정부종합청사 1층 상담실에서 면담을 요청하는 대표단과 교육부 특수교육정책과 이유훈 과장
ⓒ 이철용

집무실 면담을 요구하며 대표단이 청사 정문을 통과하려 하자 경비병력은 긴급히 철문을 닫고 대표단을 막아섰다. 이어 전화통화를 통해 청사 내로 진입한 대표단은 1층 안내데스크에서 다시 집무실을 요구했지만 결국 이유훈 특수교육정책과장이 1층으로 내려와 상담실에서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장관 면담과 관련한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섰으나 결국 장관이 국회 일정이 바쁜 관계로 국정감사가 끝난 후 만남을 주선해 그 결과를 5월 첫주 중에 통보하기로 하고 면담을 마쳤다.

오후 2시 15분, 면담을 마치고 대표단 3인이 청사를 나옴과 동시에 집행부는 이후의 면담을 지켜보기로 하고 집회를 마쳤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http://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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