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같은 시인, 시인 같은 꽃이 담긴 <김해화의 꽃편지>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4월 16일 오후 7시 순천 연향동 중앙서점에는 출판기념회에서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 모였다. 많은 작가들 사이 맨 앞줄에 앉은 사람들은 김해화 시인의 공사장 동료들인 ‘철근쟁이’들이다.
네 번째 시집을 내는 김해화 시인은 지금까지 공사장 동료들에게 시집이 나와도 책을 준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출판사에서 시집이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함께 철근 일을 하는 형님들께 주었습니다."
김해화 시인과 함께 일하는 공사장 동료들은 김해화 시인이 출판기념회 때문에 일을 며칠 쉰다는 말을 듣고 녹슨 철근 물이 배어 있는 작업복과 안전화를 벗고 봄 잠바를 곱게 차려 입은 채 검게 그을린 얼굴로 출판기념회를 찾았다.
그들은 출판기념회 자리가 어색한지 앞에 놓인 음료수도 마시지 못하고, 눈을 어느 곳에 두어야 할지 모른다. 내가 본 어느 출판 기념회보다 이번 출판기념회가 가슴 뭉클하고, 아름다운 까닭은 <김해화의 꽃편지>보다 아름다운 동료들이 들꽃이 되어 함께 자리를 해주었기 때문이다.
사진으로 출판기념회를 담았는데, 아쉽게도 이들의 얼굴은 실지 못했다. 아직 노동자의 얼굴이 알려지는 것에 편견을 갖고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책에 실린 산수국, 참꽃마리, 히어리 꽃에서 철근쟁이들의 얼굴을 찾아야 한다.
김해화 시인은 <인부수첩> <우리들의 사랑가> <누워서 부르는 사랑 노래> 세 권의 시집을 냈으며, '도서출판 삶이 보이는 창'에서 펴낸 <김해화의 꽃편지>는 1986년부터 전남 동부지역의 산과 들에서 들꽃 사진을 찍으면서 인터넷 다음 카페 <시와 사랑, 우리 꽃을 찾아서(http://cafe.daum.net/kimhaehwa)>를 통해 회원들에게 띄운 꽃편지를 모아 엮은 책이다.
뒤숭숭한 꿈자리 털고 일어나
고운 아내가 챙겨준 새벽밥 먹고 일 나왔던 비계공 최씨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져 온 몸으로 꽃 피워놓고
다시는 집에 돌아가지 못합니다.
이렇게 나뉜 사랑
세상에 또 상사화로 핍니다.
- <김해화의 꽃편지> 가운데 '이렇게 나뉜 사랑 - 상사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