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이기원
화창한 봄을 맞아 활짝 핀 꽃은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보고자 휴일이면 사람들이 봄나들이를 떠납니다. 연분홍 진달래가 활짝 핀 산을 찾기도 하고 벚꽃 흐드러진 공원을 찾기도 합니다. 벌과 나비는 향기로 유혹하고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태로 유혹하는 것이 봄날의 만개한 꽃입니다.

ⓒ 이기원
하지만 조금만 눈길을 돌려보면 활짝 핀 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피어나기 전의 꽃봉오리도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복숭아 꽃봉오리가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막 돋아나는 조그만 잎과 어우러진 연분홍 꽃봉오리를 보고 있으면 백일도 지나지 않은 귀여운 아기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 이기원
낙엽 덮인 산자락을 타고 자란 찔레 가지에도 새순이 돋았습니다. 지금은 작고 귀여운 새순이지만 초여름 더위가 밀려들 무렵이면 꽤 크게 자란 찔레 순을 꺾어서 껍질을 까서 먹기도 했습니다. 하얀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계곡에 사는 가재도 살이 오르고 알도 뱁니다. 찔레 순을 보고 있으면 하얀 찔레꽃 향기를 맡으며 가재를 잡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릅니다.

ⓒ 이기원
갯버들 가지에도 새순이 돋았습니다. 물이 오른 갯버들 가지를 비틀어 껍질만 빼내고 버들피리 만들어 불던 때가 있었습니다. 버들피리는 굵기와 길이에 따라 소리가 달라집니다. 보리밥 먹고 뀌는 맥없는 방귀 소리를 내는 것도 있지만,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를 닮은 것도 있습니다. 갯가에서 불던 버들피리를 집에까지 가지고 와서 불면 어른들은 뱀 들어온다며 불지 못하게 말렸습니다.

ⓒ 이기원

ⓒ 이기원
배나무 꽃봉오리도 돋았습니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나무의 새순도 보입니다. 저 작은 꽃봉오리가 나중에 하얀 꽃이 되어 배나무 과수원을 눈처럼 하얗게 덮게 되겠지요. 저 가녀린 새순이 햇살 받고 자라면서 나무가 자랄 양분을 듬뿍 만들겠지요.

ⓒ 이기원

ⓒ 이기원

ⓒ 이기원
활짝 핀 꽃만 아름다운 게 아닙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쑥도 아름답습니다. 노란 수액을 가득 담고 자라는 애기똥풀도 아름답습니다.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곳에서 제 힘으로 거친 땅 비집고 올라온 이름 없는 들풀도 눈부신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작은 것들도 활짝 핀 꽃들과 더불어 봄을 만들어가는 소중한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