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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현실과 역사 속을 오가다
- 윤후명 장편 <삼국유사 읽는 호텔>


ⓒ 랜덤하우스중앙
한 인간에게 30년 세월이란 어떤 의미일까? 대학시절 매료된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던진 화두를 이순(耳順)에 이른 오늘날까지 붙들고 있는 소설가 윤후명이 신작 장편소설을 냈다. 이름하여 <삼국유사 읽는 호텔>(랜덤하우스중앙).

작품은 화자인 '나'(작가 자신이라 보아도 무방하다)의 3박4일 평양여행을 다루고 있다. '나'는 무시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곳의 현실'과 김부식이 서술한 '저 먼 역사' 속을 오간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읽어내고, 미래를 전망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독특한 형식 혹은, 외피 속에서 핍진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독자들에게 "이상세계를 건설하다 깨어진 러시아의 모스크바, 쿠바의 아바나, 그리고 평양. 그렇다면 서울은?"이란 물음을 던진다. 파괴된 이상과 무너진 이데아의 꿈이 모두의 어깨를 꺾어버린 오늘. 윤후명이 질문은 엄혹하고 아프다.

<문예중앙> 주간인 이경철은 "원래 우리네 이야기와 노래의 보고인 <삼국유사>를 우리 식 시공간관으로 어떻게 살려낼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서구의 근대적 기획에 다친 삶을 위무하고 새로운 전망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가감 없이 읽힌다"는 말로 <삼국유사 읽는 호텔>의 의미를 읽어냈다.

12년을 묵힌 '그의 노래'를 듣다
- 이도윤 신작시집 <산을 옮기다>


ⓒ 도서출판 시인
이렇듯 가슴 아리는 노래를 들려주려고 12년을 기다리게 했던가. 이도윤의 '만져지지 않는 사랑'을 읽는 봄밤은 아프다.

'꽃은 일생동안 자신을 물들인다
어느 날
내 마음에 붉어지는 너를
몰래 바라보며 설레이는 일
이것이 나의 삶이다
나에게 사는 사람아
나는 이제 늙어가지 않으리'


1993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첫 시집 <너는 꽃이다>를 출간한 후 10년 이상의 세월을 '침묵'했던 이도윤이 신작 시집 <산을 옮기다>(도서출판 시인)를 내고 작단으로 귀환했다. 받아든 시집은 그의 '침묵'이 그저 침묵만은 '아니었음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수록된 30여편의 시 중에선 버릴 것이 별로 없다. 몇몇은 그야말로 절창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시집의 '하드웨어'도 놀랍다. 제호는 고은 시인이 썼고, 화가 강연균이 표지를 그렸으며, 책에 실린 이도윤의 초상화는 민미협 회장 여운이 그렸다. 해설과 표사를 김지하 시인과 평론가 백낙청이 맡은 것도 귀한 일이다. 그러나, 이 모든 외양보다 빼어난 건 이도윤이 들려주는 곰삭은 노래다.

그리움은 밝혀지지 않으리/노량진 수산시장 좌판 밑 질펀한 아수라장/바구니를 막 빠져나온 게 한 마리/더듬이를 세우고 거품을 문 채/서해로 서해로 가고 있다.
- 위의 책 중 '실향' 전문.


MBC 스포츠국 PD이기도 한 이도윤은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오늘이다, 대한의 아들아' '뜨거움이 새 세상을 낳는다' 등의 월드컵 관련 시를 써 방송을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시집에는 그것들도 실렸다.

한줄 이상의 의미로 읽는 신간들

ⓒ천년의시작
이창수 시집 <물오리 사냥>(천년의시작)

'수정처럼 맑은 영혼의 새를 만나고 싶다'는 젊은 시인 이창수의 첫 시집. "촌스럽거나 느슨해 보이지만 사실은 더 없이 따뜻하다"는 시인 이승하의 말처럼 <물오리 사냥>에서는 조용하고, 쓸쓸한 서정을 바탕으로 한 훈훈한 시편들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아무리 애를 써도 '겨우내 한 마리도 잡혀주지' 않는 물오리. 그럴 줄 알면서도 또 '사냥'에 나서야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시인이 아닐까. 헛됨을 헛됨만으로 끝내지 않으려는.

'잘 보이지 않는 기쁨과 잘 들리지 않는 울음을 적절히 포착해낼 줄 안다'는 평론가 박철화의 평이 새삼스럽다.

정도상 소설집 <모란시장 여자>(창비)
모두가 "지나갔다"고 말하는 시대에 대한 정도상의 집착과 애착 아니, 편착과 천착. 이상향에 대한 꿈을 잃고 타락한 우리를 구원해줄 존재는 세상에 있는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장편소설 <바람의 그림자>
19세기 고전작가들의 전통을 현대영상문법 속에 녹여낸 탁월한 구성력. 스페인 소설의 백미를 맛보다.

장영희 문학에세이 <문학의 숲을 거닐다>(샘터)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매혹적인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까? 짧은 글이 일으키는 거대한 파장에 영혼이 흔들린다. 빼어난 에세이스트 장영희의 미문(美文) 속을 거닐다.

공선옥 산문집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당대)
누구도 '부끄러운' 가난을 이야기하지 않는 오늘. 과연 가난은 '부끄러울 뿐'인가. '가난한 작가' 공선옥의 이야기는 가난한 우리를 가난하지 않게 한다.

삼국유사 읽는 호텔

윤후명 지음, 은행나무(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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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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