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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불량주부>
드라마 <불량주부> ⓒ SBS
이렇게 말하면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비난이 쏟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다 아내의 행복을 더하기 위한 남편의 애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 주기 바랍니다.

오늘 4월 20일은 아내의 생일입니다. 가끔씩 들어 보면 아내의 생일을 모르는 분들도 있던데, 사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내의 생일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내와 제 생일이 10일 차이이기 때문이죠.

여느 해 같으면 아침에 일어나 미역국 끓여 놓고 아내 생일상을 상다리 부러질 정도는 아니지만 정성이 담긴 아침상을 차렸을 텐데... 아무튼 어제 본 드라마 <불량주부> 탓에 완전히 아내한테 찍혔습니다. 한 마디로 하룻 사이에 '불량남편'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어제 <불량주부>를 보니까 아내 생일인데도 남편과 딸이 모른 척하면서 미역국도 안 끓여 주고 빵과 우유로 아침상을 차렸더라구요. 아내는 은근히 자신의 생일을 알리기 위해 미역국에 밥 먹고 싶다고 말하지만 남편과 딸은 그런 아내를 애써 외면합니다. 아내가 출근하자마자 그때부터 남편은 아내의 생일 파티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갑니다. 뭐, 중간에 다투는 내용이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내의 생일 파티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남편의 진한 사랑을 느꼈으니까요.

그걸 보면서 생각했죠. '아침에 모른 척했다가 저녁에 깜짝 놀라게 해 줘야지!' 그 상상을 하는 순간에는 나의 이 아내 사랑에 감동 먹을 아내 얼굴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떠오르더군요.

그런데... 그런데... 그게 그만, 일이 엉뚱하게 다른 방향으로 튀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 당연히 미역국을 끓이거나 생일 축하 인사말을 할 줄 알았던 내가 뒹굴뒹굴하면서 일어나지 않자 아내가 은근히 화를 내더라구요.

"안 일어나? 아, 그만 일어나!"
"장세린. 너도 빨리 일어나. 얼른!"

왜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나오는지 알기에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갔습니다. 속으로는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그리고 생각했죠. '앗싸, 작전대로 되는군. 저렇게 삐졌다가 저녁에 깜짝 파티를 해 주면...'

아무튼 아내가 삐치는 바람에 그 대가로 김치에 계란찜, 깻잎... 달랑 3개 놓인 아침밥을 먹고 출근했습니다.

그런데 출근 후 조금 후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내였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왜" 했더만 딱 한마디 하고 바로 뚝 끊어버리더라구요. 아내 왈. "그렇게만 해 봐!"

글로야 표현할 수 없지만 그 단호한 목소리. 아! 서늘하대요.

이 시점에서 무지 고민됐습니다. 분명 자기 생일인데 내가 잊어 버렸다고 생각해서 화가 난 것 같은데... 그렇다고 작전 계획을 얘기하기도 그렇고, 말 안하자니 저녁에 파티를 해 준다고 화가 풀릴 것 같지도 않은 분위기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한 번 삐치면 오래 가는 아내의 성격을 아는지라 깜짝 파티는 깜짝 파티고 일단 아내를 달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 전화를 했습니다.

"왜?"
"자기 생일 내가 왜 모르냐. 그게 아니라..."

툭. 전화가 끊겼습니다. 아내는 제가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 놓으려 한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아참, 그게 아닌데... 괜히 불량주부 흉내 내다 이게 뭐야!'

어떡하지? 지금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저녁에 깜짝 파티를 해 주는 것조차 아내는 아마 뒤늦게 요란 떠는 것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후회가 파도를 칩니다.

'그냥 김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미역국 차려줄 걸... 그나저나 내 생일 날 미역국 먹긴 틀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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