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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M(주)중앙출판사
TV와 신문에서 장애인의 날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들려왔다. 한글날이 되면 우리 말을 아끼고 사랑하자고 한다. 하지만 그때만 반짝일 뿐 길거리로 나가보면 외래어로 만들어진 간판들 일색이다.

이런 경우는 한글날만 있는 게 아니다. 무슨 특별한 날이면 그에 대한 이야기가 언제나 화제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나 몰라라 한다.

한편으로 특별한 날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나마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 날을 정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그것은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이 있습니다>란 제목의 책으로 어린이를 위한 동화와 시를 많이 쓴 작가, J.W.피터슨이 지었다. 나도 여러 번 읽었고 아이들과 함께 소리 내어 크게 읽은 적도 있지만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다시 꺼내 보았다.

이 책은 ‘내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 애는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합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아이랍니다. 내 동생 같은 아이는 정말 드물 거예요."로 시작된다.

ⓒ JDM(주)중앙출판사
언니는 동생이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을 창피해 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특별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 그들이 이어가는 이야기가 내 가슴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지금은 여러 번 읽어 그래도 적응이 됐지만 처음 이 글을 접했을 때는 놀라웠다. ‘아~ 장애를 특별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니….’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아마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것을 동정했기 때문이 아닐까?

ⓒ JDM(주)중앙출판사
나는 ‘동생은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천둥이 치고 바람이 요란하게 불어도 잘 수 있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언니는 너무 무서워서 뜬눈으로 밤을 샜다’는 부분을 읽을 때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내용의 담백함이 이 책을 자주 읽게 하는 힘이지만 그에 걸맞는 흑백의 그림도 큰 장점이다. 즉 글에서 읽혀지는 맑은 두 아이의 심성이 연필을 사용한 듯 흑백 그림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또 색채를 곁들이지 않은 엄마와 자매간의 일상적인 그림이 친근하다. 정리 정돈보다는 방금 가지고 놀았던 흔적의 널부러진 장난감과 투박해 보이는 코, 풍부해 보이는 표정이 따뜻하게 와 닿는다.

"내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라는 반복적인 말과 "귀가 안 들리면 아프지 않아?"라는 친구의 질문에 언니는 "귀가 아픈 건 아니야. 하지만 사람들이 자기를 이해하지 못할 때에는 마음이 아주 아플 거야"라고 짧고 부드럽게 말한다. 단순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지만 그것이 던지는 무게의 깊이는 깊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은 언니의 말을 알아들으려면 언니가 천천히 말을 해야 하고 입술을 크게 움직여 주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언니는 엄마의 커다란 검은색 색안경을 쓰고 놀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동생이 언니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 그 색안경을 벗기려고 발을 동동 굴렀기 때문이다. 동생은 언니의 눈빛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이부분이 나를 가장 찡하게 만들었다.

정말,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우리들은 가끔 잊고 있는 것이 아닐까? 눈으로 주고받는 말을…. 서로의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 JDM(주)중앙출판사

덧붙이는 글 | 국정넷포터와 위민넷에 송고하였습니다.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엄기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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