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린 시절의 괴상한 '기아 체험'이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으나, 이러한 '단식'의 경험이 내게 인내심과 끈기를 배양해준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아직도 세상의 변두리에서 인간 이하로 허우적거리며 살아가는 '흥부'들의 고달픔을 나의 고달픔으로 승화(?) 시키는데 기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간혹 있다.
사람은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를 닮는다고 한다. 우리들의 얼굴이 지난 결핍의 시대보다 얼마나 더 탐욕적으로 변해있는지를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제 식욕과잉의 시대가 되었다. 나 어릴 적엔 밥 한 톨도 그냥 흘러 내보냈다간 당장 어른들에게서 벼락이 떨어지곤 했지만, 이제 세상은 변해버려 쌀과 밥은 이제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얘기를 들어보면 요즈음 아이들도 어린 시절의 나 못지않은 '뗑깡쟁이'들인 모양이다. 그러나 그들은 엄청나게 실속을 차린다. 밥 먹고 간식 먹고 온갖 것 다 먹어가면서 엄마를 조른다. 요즘 아이들은 아무 고통없이 막무가내로 요구사항을 관철하려 드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불로소득(?)을 노리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생의 근본원리가 아닌가.
더 직설적 화법을 쓴다면 나는 굶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고 믿는다는 얘기다. 비록 뗑깡일망정 배고픔을 통해서 인내심을 기르고 또 가난한 사람들을 자기 마음 안에 보듬을 줄 아는 넉넉한 품성을 기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한때는 내 생의 밀물이었다가 지금은 내 생의 썰물이 되어버린 봄날에 문득 더듬어 본 아련한 어린 시절. 쓸모 한 개도 없는 추억을 더듬어보니 내 지난 날이 결코 상실의 시기만은 아니었음을 스스로 긍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