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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포스터
행사 포스터 ⓒ 전희식
바쁘게 살면서도 가끔씩 자기 삶의 밑바탕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더구나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라면 더 좋다. 이번 행사가 그랬다. 이현주 목사님을 뵐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이현주 목사님 강의를 여러 번 들었지만 이번 강의에서도 잔잔한 미소와 의미 깊은 말씀 내용이 오래 갈 듯싶다. 지난 주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충북 보은에서 있었던 길동무 보따리학교와 보은취회 추진위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행사장 특별강연에서다.

강연을 한 이 목사님은 아주 재미있는 예화를 여럿 소개했다.

단소를 오래 불어왔지만 사람 많이 모인 곳에서는 왠지 불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직 그럴 만한 솜씨는 아니라는 게 그 이유였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좌중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을 하는데 하나님이 그러더란다. “네가 단소를 꼭 잘 불어야 되느냐?”고. 서투르게 부는 게 오히려 당연한 것을 가지고 그렇게 잘 불려고만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 후로는 공개석상에서도 단소를 불게 되었노라고 하면서 회심곡을 연주하였다.

동학 농민군들의 영령앞에 동몽접장 어린이가 술잔을 따르기도 했다.
동학 농민군들의 영령앞에 동몽접장 어린이가 술잔을 따르기도 했다. ⓒ 전희식
또 이런 이야기도 했다.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 성적이 뒤에서만 맴돌았는데 한번은 그러더란다. 자기반에서 꼴찌 했노라고. 이 목사님은 정말 잘 했다고 격려를 했다고 한다. 너 같은 애가 꼴찌를 한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했다는 것이다. 부모가 닦달이라도 심하게 하는 가정의 아이가 꼴찌 했으면 큰일 아니냐 싶더라는 것이다.

그 딸인지 다른 딸인지 모르지만 딸만 셋인 이 목사님은 또 딸 얘기를 했다.

기숙사에서 어둡고 지저분한 구석자리를 배정받은 친구가 의기소침 해 하기에 이 목사님의 딸이 자기 자리와 바꾸어 앉았다는 것이다. 딸은 원래 지저분하고 청소도 안 하고 아무렇게나 하는 편이라서 구석자리가 더 어울렸다는 것이다.

이현주 목사님의 강의 모습. 강의 후에 단소 연주를 하였다.
이현주 목사님의 강의 모습. 강의 후에 단소 연주를 하였다. ⓒ 전희식
이런 일화들이 결코 쉬운 일들은 아닐 것이다. 딸애가 계속 꼴찌를 할 수 있도록 여러모로 애를 썼다는 얘기는 없었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지나간 얘기나 남 얘기는 쉽게 들리지만 자기 현실은 언제나 절박한 법 아닌가 싶다.

주어진 현실을 잘 받아들이라는 교훈으로 들렸다. 만약에 이 목사님이 갑오농민전쟁 시기에 태어났다면 과연 죽창을 들고 왜군과 맞섰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행사는 동학혁명 111주년을 기념하는 보은취회였기 때문이다.

지금의 시대적 가치인 생태환경 가치를 생활 속에서 온전히 체현하고 사는 사람들은 그 당시의 시대적 가치인 ‘보국안민’과 ‘척양척왜’를 외면하지는 않았으리라.

이날 행사장에 온 사람들은 모르긴 몰라도 동학혁명 때 살았더라면 다들 국운이 기우는 위기의 시대에 어떤 식으로든지 혁명대열에 참여 했을 거라고 여겨졌다.

보따리 학교 참석자들과 함께.
보따리 학교 참석자들과 함께. ⓒ 전희식
‘보따리학교’도 열렸던 이곳에 우리 길동무(www.gildongmu.org) 회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왔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별히 어른만을 대상으로 하는 보따리학교를 연 것이다. 이날의 보따리학교를 위해 길동무의 김창환 회원은 두 달 동안 전국 50여 회원 집을 순회하면서 공동의 관심사와 생활을 나누는 전령사 노릇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길동무 활동을 통해 다음과 같은 일을 하기로 결의하였다.

첫째 돈 없이도 행복해 질 수 있는 삶을 창조적으로 만들어 나간다.
둘째 미래사회의 의사결정제도인 ‘화백회의’를 성숙시키고 보급한다.
셋째, 농업중심의 생태생활을 지향하고 농가체험 보따리학교를 더욱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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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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