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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노협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밀고강요와 인간사냥을 즉각 중단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외노협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인 밀고강요와 인간사냥을 즉각 중단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 이민우

불법체류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의 폭력과 협박이 자행됐으며, 심지어 동료 20명을 밀고하면 풀어주겠다는 식의 '프락치 공작'까지 벌어졌다는 인권단체의 폭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39개 이주노동자 인권단체가 모여 구성된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아래 외노협)은 21일 늦은 3시 서울 안국동에 있는 느티나무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프락치 공작' 사례를 발표하고 "파렴치한 인권유린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외노협 박경서 상임대표는 "최근 미등록상태인 18만 이주노동자들이 표적 단속되는 과정에서 잠을 자는데 잡혀가거나 폭력적으로 잡히는 일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몇몇 직원들의 실적 올리기에 의한 게 아니라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의 주도면밀한 계획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성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지난 11일 군포에서 서울출입국직원들의 단속에 걸려 '프락치 공작'을 강요당했다는 누응틴(가명, 베트남)씨가 직접 나와 자신의 경험을 증언했다.

"친구들에게 너무 큰 죄 졌다, 죽고 싶은 마음이다"

누응틴씨는 "일을 끝내고 집에 가던 중 잡혔다"면서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조사하면서 "Mr. Lee라는 출입국 직원이 '20명에 대해 알려주면 널 풀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누응틴씨는 검거된 다음날도 Mr. Lee가 "도망가면 때려 죽인다", "20명만 잡게 해 주면 넌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는 협박과 회유를 계속했고, 강제추방에 대한 불안에 못 이겨 출입국 직원들과 차를 타고 다니며 친구들이 일하던 회사를 알려줘 18명이 체포되게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누웅틴씨는 "친구들에게 너무나 큰 죄를 졌다"면서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친구들이 있는 회사 이름을 알려줘 잡혀가게 한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낍니다. 너무나 후회됩니다. 지금 내 죄가 너무 무거워 난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여기서도 일할 수 없습니다. 죽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에 대해 용인이주노동자쉼터 고기복 소장은 "공권력의 이름으로 폭력과 협박, 회유를 통해 친구들의 이름만 대면 빼주겠다는 공작으로 누웅틴씨를 평생 밀고자란 낙인을 갖고 살게 만들었다"고 규탄한 뒤, "이러한 정부의 행태는 마치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던 대학생들에게 군사정권이 자행했던 '녹화사업'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녹화사업식 단속 중단하고 책임자 처벌하라"

고기복 소장은 "우리사회의 가장 약자를 대상으로 공권력의 조직적이고 공공연한 인권유린이 일어난 것에 슬픔과 탄식을 금할 수 없다"면서 "정부는 지금 당장 '녹화사업식' 단속을 중단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역설했다.

외노협 우삼열 사무국장도 "누가 도대체 한 사람을 죽고 싶은 참혹한 심정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것이고, 인간의 삶을 이렇게 파괴해도 되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한 뒤, "사실 같은 사례가 더 있었으나 피해자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이 자리에서 증언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퇴직금 지급을 거부한 사업주에 대해 진정하여 검찰의 조사를 받던 이주노동자가 검찰청에서 붙잡혀 추방되는 사건도 발생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표적 단속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국인이주노동자인권을 위한 모임' 석원정 소장은 "지난 3월 31일 파키스탄인 무하마드씨(가명)가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의정부지청 검사실에 출석했다가 출입국직원들에게 수갑이 채워져 연행됐다"며 "믿기지 않는 일이지만 출입국 직원이 경찰청에 상주하면서 조사과정에서 불법체류자로 확인되면 바로 잡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체불임금 도움 청하려 검찰 찾아갔다가 잡혀가기도

이어 석 소장은 "이러한 행태가 계속되면 월급을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도 할 수 없게 되고, 한국정부를 믿지 않게 된다"고 지적한 뒤 "임금 체불로 고통 받는 이주노동자가 도움을 청하려 검찰을 찾아갔다 오히려 수갑이 채워져 잡혀가는 현실은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외노협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 개인의 인권을 무참히 유린하고 얻어낸 정보를 통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인간사냥식으로 검거하겠다는 파렴치한 발상에 대해 관계당국과 해당 책임자는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노협은 또 정부에 대해 "미등록이주노동자에게 밀고를 강요하는 파렴치한 인권유린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권리구제가 필요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신분조회와 인간사냥을 중단하고 합리적인 외국인 인력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외노협은 누응틴씨의 밀고로 잡힌 18명 가운데 20일 현재 9명이 강제출국 당했으며, 나머지 9명은 경기도에 있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 등 강제출국 과정에서의 인권유린에 대해 외노협은 지난 19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을 냈으며, 인권위는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와 화성외국인보호소를 상대로 조사 중에 있다.

외노협은 또 법무부장관에 대한 면담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의 심각한 인권유린 상황을 전달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스스로 자진해 알려줘 적발한 것"

한편 이같은 외노협의 발표에 대해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누응틴씨 등은 불법체류 기간이 짧고 현재 시행중인 '불법 체류자 자진출국 프로그램'으로 자진출국 할 수 있게 배려했다"며 "이러한 조치에 감사하게 생각한 누응틴이 스스로 자신의 근무처 주변에 불법체류자가 많다며 직접 알려주겠다고 해 14명을 적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또 "이후 누응틴이 적발해 보호중인 베트남인중 자신이 잘 알고 있는 1명의 석방을 요구했으나 거부하자, 모함성 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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