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황풍년 <광주드림> 편집국장
황풍년 <광주드림> 편집국장 ⓒ <광주드림> 안현주
"진정한 광주 사람들의 '지역신문'을 만들겠다"던 광주지역 무가일간지 <광주드림>(발행인 하상용)이 22일 창간 1주년을 맞았다. 1년여를 발행하면서 <광주드림>은 "생활정보지도 아닌 것이 지방지 같지도 않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으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느새 종종 '잘 알려지지 않는' 혹은 "지방지들이 애써 무시하는" 특종들을 만들어 내곤 한다. 가장 최근에는 5·18묘역 유영봉안소 안에서 파안대소하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사진, 5·18수사기록 전량이 <월간조선>에 이미 유출됐다는 기사로 특종을 하기도 했다. 광고지를 지향하는 무가일간지가 특종을 한다? <광주드림>은 흔히들 알고 있는 그냥 무가지가 아니다.

서울의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무가일간지들처럼, 대기업 광고나 뉴스 브리핑으로 가득한 것이 아니다. 기존 무가일간지들과는 달리 기사를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여기에 "기존 지방일간지들이 주목하지 않는 뉴스에 주목하면서 사회적 공기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려 한다"는 황풍년 편집국장의 말처럼 <광주드림>은 대안언론으로서의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

대안언론 지향하는 무가일간지 <광주드림>

다만 판형이 타블로이드판이고 생활정보지처럼 소액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여타 무가일간지와 유사하다.

"만약 1억짜리 광고를 받았다면,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1명의 1억원 짜리 광고주가 아니라 1만원 짜리 광고주 1000명에 주목한다. 여기에 주목해야 건강한 언론의 기능을 다하는 무가지로서 성공할 수 있다." 이것이 <광주드림>이 소액 광고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다. 새로운 콘셉의 창간을 위해 당시 <전라도닷컴> 기자 13명은 개인당 600여만원씩을 들여 유럽 각국에서 발행되는 무가지일간지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했다.

창간 당시 '과연 광주에서 무가일간지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광주드림>은 대안언론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하면서 독자들로부터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36면으로 발행되던 지면을 48면으로 증면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풍년 편집국장은 "약간은 무리를 해서라도 증면을 하게된 것은 광고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며 "광주드림이 대안언론으로서의 성격도 있으면서, 소액 광고주 입장에서는 대안적인 광고매체로 인식이 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아직 '손익분기점'에 다다르지는 못하고 있고, 언론으로서 '이슈 파이팅'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것은 1주년을 맞이하는 <광주드림> 맞이하고 있는 숙제 중 하나다.

지난 21일 늦은 저녁 <광주드림> 사무실에서 황풍년 편집국장을 만나 <광주드림>이 지향하는 무가일간지, 편집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월간<전라도닷컴>도 함께 발행하고 있는 <광주드림>은 모두 23명의 기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6만여부를 발행하고 있다.

"고관대작들의 사진은 거의 볼 수 없는 신문이다"

ⓒ <광주드림> 안현주
- 또 하나의 무가일간지가 아닌 진정한 광주의 '지역신문'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가.
"광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와의 차별성을 상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먼저 뉴스의 중심을 기존 신문과는 다르게 잡아가고 있다. 기존 신문은 관공서 대형국책 사업, 또는 고관대작들의 인사에 대해서 지나치게 뉴스의 중심에 두고 있다.

물론 이런 내용이 중요한 기사일 수 있고 터부시될 수는 없지만 시민들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독자들의 삶과 유리되어 있는 신문 지면은 결국 독자와 멀어지게 된다. 우리 신문은 일반적인 광주 사람들이 삶을 영위하는데 밀접하게 관계된 것을 뉴스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기존의 다른 신문들과는 기사밸류 판단을 차별화 했다."

- 이를 실현하려면 취재 시스템도 다를텐데.
"그렇다. 출입처라는 개념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지만 시민의 삶에 밀착하는 기사가 가능해지려면 기자의 동선, 취재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기존 일간지와 다를 수밖에 없다. 기사 생산의 구조를 달리 해야한다. 일간지 기자들의 경우 출입처에 익숙해지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공무원 인사와 시도지사의 일정을 지나치게 중요한 뉴스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출입처에서 주는 보도자료만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하는 패턴을 따른다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지향을 소화해 낼 수 없다. 우리 기자들은 훨씬 더 다리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그래서 더 고생을 한다."

- 창간 1년을 맞았는데 내부적인 평가는 어떤가.
"독자들의 반응을 보면 잘해왔다고 평가하고 싶다. 기존 일간지에서 일했던 한 기자가 '내가 10년 넘게 일했던 신문사에서 받아본 독자의 반응과 제보전화보다 6개월 있었던 광주드림에서 일하면서 받은 반응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가 추구하려 했던 편집방향에 대해 독자인 시민이 호응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신문에 고관대작들의 얼굴이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웃의 얼굴이 나오고 직접적인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가 실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 다른 무가지와의 변별점은.
"우리 이전의 무가일간지들은 뉴스브리핑이나 가벼운 읽을 거리를 정리해서 지면을 채우고 대기업체의 이미지 광고를 게재하면서 만들어지는 신문이다. 특별하게 공기 역할을 하겠다는 가치지향적 사고를 하지는 않는다. 무가일간지는 광고지 성격으로 출발했고 심하게는 스스로도 언론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체 생산하는 기사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기존 무가일간지들과는 달리 기사를 자체적으로 생산한다. 기존 지방일간지들이 주목하지 않는 뉴스에 주목하면서 사회적 공기로서의 언론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생활정보성 광고가 주류를 이룬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광고의 주 수입원이 생활광고가 되어야만 우리가 추구하려하는 가치를 이어갈 수 있다. 만약 1억짜리 광고를 받았다면, 광고주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자본의 속성이다. 우리는 한명의 1억원 짜리 광고주가 아니라 1만원 짜리 광고주 1000명에게 주목한다. 여기에 주목해야 건강한 언론의 기능을 다하는 무가지로서 성공할 수 있다. 그래야 우리의 편집방향이 훼손되지 않는다."

- 편집방향과 광고가 전략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지방지냐 생활정보지냐'를 묻는 질문에 우리 신문의 정체성과 편집방향이 있다. 기존의 지방지나 생활정보지라면 1년만에 이렇게 독자들에게 파고들 수 없다고 감히 생각한다. 기존 지방일간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지방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지방지 같지는 않고, 또 생활정보지인데 이미 알고있는 생활정보지와는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언론의 역할에 충실하는 무가일간지, 새로운 신문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면이 광고주에게는 새로운 광고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 창간 당시 '장사가 되겠느냐'는 우려도 있었다. 경영은 어떤가.
"1주년을 맞아서 48면으로 증면했다. 신문의 증면은 기사를 생산하는데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약간은 무리를 해서라도 증면을 하게 된 것은 광고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르면 올 상반기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도 같다. 이때가 고비가 될 것 같다."

- 상당한 자신감이 있는 것 같다.
"광주드림이 대안언론으로서의 성격도 있으면서, 소액 광고주 입장에서는 대안적인 광고매체로 인식이 되고 있다. 지방일간지에 하기에는 비싸고, 다른 생활정보지 등에 하기에는 가독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소액 광고주의 광고가 늘고 있다. 그 틈새가 우리가 개척할 수 있는 분야다."

"더 낮은 곳으로 기자들의 눈이 가도록 하겠다"

ⓒ <광주드림>안현주
- 모 기업과의 관계에서 편집권 독립에 대한 제도적 장치는 있나.
"규약이나 문서화되어 있지는 않다. 편집권 독립 문제는 제도 이전에 결국은 발행인, 편집인, 기자들의 철학과 관련된 것이고 오너의 철학이 중요하다. 우리 오너는 창간하면서 약속한 것이 편집권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신 우리는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면서 좋은 신문을 발행하는 발행인으로서의 명예를 줄 수 있다. 빅마트나 오너로부터 단 한차례도 편집권을 침해받은 적은 없다. 다른 일간신문들이 규정 등을 통해서 편집권 독립을 명문화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편집권 침해에) 무방비 상태인 사례가 많다."

- 무가일간지이면서도 특종을 했는데 사례를 들어달라.
"지난해 힐 주한미대사가 5.18묘역을 참배했는데 우리 기자만 힐 대사가 망월동에서 고개 숙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미국 관리가 묘역을 참배한 것은 처음있었다. 중앙 일간지에 사진을 제공하기도 했다. 얼마 전에 5.18수사기록 전량이 월간조선에 유출됐다는 사실도 제일 먼저 보도했다. 이외에도 운정동 쓰레기 매립장에 부산경남지역 쓰레기가 반입된 문제, 광주시립예술단 노조원들에 대한 성향분석 문건, 이명박 시장의 파안대소 사진 등이 있다."

- 하지만, 특종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도 있는데.
"5월은 광주지역에서는 영원한 숙제로 남아있는데 5.18 수사기록에 대한 보도는 우리가 먼저 했다고 지방 언론들이 애써 외면했다. 우리 것을 받아쓰지 않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중요한 문제라면 후속 취재를 통해서라도 기사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씁쓸했다."

- 이후에는 어떤 것에 주력할 생각인가.
"애초 우리가 추구했던 대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항상 지역신문이 정말 해야할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면서 건강한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방)권력에 대한 감시활동에 더 매진할 것이다. 그리고 환경, 비정규직 문제, 장애우 문제 등을 꾸준히 기사화하고, 더 낮은 곳으로 기자의 눈이 가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무가지라는 이유로 터부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신문 기자들보다 더 많은 다리품을 팔아 쓴 기사들이다. 더욱 더 충실한 신문으로 만들어 가겠다. 지켜봐 달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