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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0일 한국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핵문제 등 양국 현안과 관련한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한국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핵문제 등 양국 현안과 관련한 한-미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6자회담 재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 사이의 갈등이 장기화 되고, 2005년 4월 들어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5MWe급 원자로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회부 문제가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은 시한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했다. 주목할 점은 미국 정부의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 3월 하순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다른 선택을 취할 수 있다"며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북한이 5MWe급 원자로 가동을 중단한 것이 확인된 지난 18일 스콧 멕클랠런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한다면 다음 단계에 대해 다른 참가국들과 협의할 것"이라며 "안보리 회부도 그 조치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20일 당정협의를 갖고 "현 상황에서 유엔 안보리 회부나 대북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은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시 행정부는 안보리 회부 가능성을 더욱 강도 높게 피력했다. 라이스 장관은 지난 21일 폭스 TV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는 필요하다면 유엔 안보리에 (북핵 문제를) 회부하는 권리와 가능성을, 필요하다면 다른 조치를 취할 권리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리 회부, 가능성 높아

미국이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한다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북핵 문제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악의적인 무시' 단계를 지나 북한과의 정면 충돌 등 위험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이 북핵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는 것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결코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한국 역시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라크의 안정화와 이란 핵문제 해결이 요원한 상태에서 북한과의 벼랑끝 대결도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관건은 실제로 부시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할 것인지, 회부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일 것인지에 모아진다. 이와 관련해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을 수 있다. 경우의 수를 결정한 가장 큰 변수는 역시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이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고 5MW급 원자로에서 연료봉을 인출해 재처리하는 등 핵 시위를 강화한다면, 안보리 회부는 올 여름께 이뤄질 공산이 크다. 반면 북한이 회담에 복귀한다면 안보리 회부는 상당 기간 유보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6자회담 참가를 계속 미루는 반면에 추가적인 핵 시위나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으면, 안보리 회부 여부는 불투명해질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나 협상 전략을 볼 때, 현재의 조건에서 6자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북한은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최소한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의도가 없고 평화적으로 공존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요구가 충족되기는커녕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추가적인 양보를 하지 않겠다며 유엔 안보리 회부 등의 압박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셈이 되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체면을 살려주지 않는 한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할 수 있다.

6월에서 9월 사이를 주목하라

이에 따라 5월과 6월경에 타진되고 있는 북중·한미정상회담에서 이렇다할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북핵 문제는 유엔 안보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은 6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 9월까지는 마무리하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전망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6월은 3차 6자회담이 열린 지 1년째 되고 9월은 4차 회담을 열기로 한 지 1년이 되는 상징적인 때이다. 6월까지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미국으로서는 추가적인 조치를 추진할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5MWe급 원자로의 폐연료봉 인출 및 재처리 시점도 이때와 일치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이 기간에 재처리에 돌입하거나 그 징후를 보인다면, 미국은 이를 안보리 회부의 강력한 근거로 삼으려고 할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6월부터 9월까지 안보리 의장국이 프랑스(6월), 그리스(7월), 일본(8월), 필리핀(9월) 등 미국의 주요 동맹 및 우방국들로 짜여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15개 이사국들에게 매달 순번제로 부여되는 의장 자리는 회의의 시기, 방식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미국과 가까운 나라가 의장을 맡으면 미국은 그 만큼 수월하게 북핵 문제를 다룰 수 있다. 미국이 북핵 문제를 안보리 차원에서 다뤄나가기를 희망한다면, 6월에서 9월 사이를 선호할 만한 까닭인 것이다.

참고로 2005년 안보리 이사국은 5개 상임 이사국 이외에 아르헨티나, 베닌, 브라질, 덴마크, 그리스, 일본, 필리핀, 루마니아, 탄자니아, 알제리 등 10개의 비상임 이사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북핵 문제를 안보리에 회부하는 방식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거나 안보리 회원국이 직접 의제로 제안하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대개 IAEA 결의를 거치는 것이 '정석'이지만, 2003년 2월에 이미 IAEA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를 결정한 바 있어, 이번에는 IAEA을 거치지 않고 바로 안보리가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IAEA를 거치든, 회원국에 의해서든 북핵 문제가 안보리로 넘어가면 정식 의제로 채택될 가능성은 대단히 높다. 의제 채택은 상임이사국의 반대와 관계없이 15개 이사국들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안보리 의장 성명이 될텐데, 이때부터 미국과 중국 사이의 본격적인 힘 겨루기가 이뤄질 것이다. 이 단계부터 상임이사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한발도 앞으로 나가기 힘들다. 참고로 중국과 러시아는 1994년 4월 상정된 의장 성명에는 찬성한 반면에, 2003년 4월에 미국이 상정한 대북 비난 의장 성명에는 반대해 이를 무산시킨 바 있다.

2003년 4월에 의장 성명 채택이 무산된 배경에는 미국-이라크 전쟁이 초기였기 때문에 미국이 적극적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북한,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3자 회담이 모색되었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할 명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북핵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고 의장 성명 채택이 추진된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첫 회담이 모색되었던 2003년 4월과는 달리, 6자회담이 열린 지 1년이 지나고 북한의 핵보유 선언 및 재처리 움직임이라는 악화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다시 안보리 의장 성명의 채택을 추진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는 채택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그 수위를 낮추는데 진력할 가능성이 높다. 안보리 이사국 가운데 압도적인 다수가 찬성할 가능성이 높고 북핵 문제도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안보리 회부는 새로운 국면

앞으로 변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북핵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되는 순간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6자회담의 재개 가능성은 소진된 상황에서 미국의 '대북 제재론'과 북한의 '전쟁불사론'에 맞부딪치면서 한반도 정세를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태로 몰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버티고 있는 안보리에서 강도 높은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 94년 6월 북미간에 일촉즉발의 위기가 있을 때에도 두 나라는 대북 제재 결의안에 반대했었다(94년 상황에 대해서는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 www.peacekorea.org 참조).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 결의안에 반대한다고 해서 파국을 피한다는 보장은 없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가 여유치 않을 경우 일본 등 맹방국들과 함께 경제제재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며 전시태세로 돌입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가 안보리에 가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행히 이해찬 총리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남북 당국자 회담의 재개 필요성에 공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6월을 목표로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노무현 정부가 북미간의 갈등을 중재해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중대한 기회와 도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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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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