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World Book & Copyright Day)을 기념해 대전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아주 특별한 북데이 페스티벌을 가졌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책장 한 켠에 잠자고 있는 책을 이웃과 서로 나누어 보는 판매 행사이기 때문이다. 판매 수익금은 우리사회의 지치고 힘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인다.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모아온 책과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읽을거리가 풍부한 아동도서 등 2000여점 이상을 기증받아 이날 매장을 마련했다. 기증받은 헌 책 및 신간도서 등 2000여점은 구매자가 쉽게 고를 수 있도록 종류별로 진열해 놓고 일반시중가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했다.
아름다운 가게 탁영순 매니저는 “오늘행사는 단순히 시중서점보다 책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게 전부는 아니다”며 “아름다운가게에서는 나눔과 순환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도록 홍보도 하고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기부와 재사용 문화가 습관화됐으면 한다”고 이날 행사 취지를 밝혔다.
또 “기증받은 받은 책들 중에는 오래전에 절판된 책이나 맞춤법 통일 이전의 책들도 있는데 이런 책을 통해 참가자들은 옛날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와 같은 행사는 아름다운가게가 아니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매장 구석구석에 영유아를 위한 좋은 책 고르는 방법으로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를 판별할 수 있도록 정리해서 붙여두어, 구매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그래서인지 책 고르는 요령을 꼼꼼히 읽어가며 아이들과 같이 읽을 책을 읽어 내려가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날 매장에는 아이와 함께 온 많은 엄마들이 영유아용 도서 등을 구입하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루며 북적였다. 자원봉사자들은 책을 구입해가는 엄마들을 향해 “나중에 애기가 크면 다시 오셔서 기증해주세요”라며 홍보하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독서삼매경에 빠져있는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어떤 엄마는 아이에게 그림 동화책을 읽어주는가 하면 엄마의 구연에 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귀를 쫑긋 세우며 듣고 있다.
길춘현(대전 가장동·36)씨는 “생활용품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도 있고 집에서 안 쓰는 옷가지 등 물건을 기증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으로 좋은 것 같아 자주 들리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름다운 가게는 재활용될 수 있는 대형 가전·가구 제품을 제외한 모든 생활용품을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아 판매한 수익금은 공익과 자선활동에 다시 쓰인다.
이곳은 기증 받은 물건을 운반하고 손질하는 등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랑을 실천하는 천사 같은 많은 자원봉사자와 상근자가 있어 아름다운 가게로 불린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물건을 구입해가는 구매자 역시 나눔과 순환을 실천해 가는 사람들이다. 기증자와 구매자가 모두가 곧 기부를 의미하고 자선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원봉사에 나선 최종설씨는 “평소에는 요일을 정해놓고 자원봉사를 하는데 오늘만큼은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나와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정년퇴직 후 자원봉사를 통해 커다란 보람을 느끼며 산다”며 봉사활동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아름다운 가게 대전점은 지난해 9월 3일에 개점 이후 작년 하반기에는 1000만원정도 수익 배분을 했으며, 올 1월에는 ‘나눔 보따리’를 통해 150여 어려운 가정에 현물을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