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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대검 차장은 25일  '수사과정의 인권보호 강화 종합 대책' 발표를 통해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국민의 알권리 보호' 차원에서 접근하는 언론까지 직접 통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상명 대검 차장은 25일 '수사과정의 인권보호 강화 종합 대책' 발표를 통해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국민의 알권리 보호' 차원에서 접근하는 언론까지 직접 통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유창재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수사과정의 투명성·공정성 확보를 위해 공보준칙에 따라 수사과정을 최대한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로 인한 인권침해의 위험성을 철저히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중략) 오보 또는 금지된 사진촬영 등으로 취재기준을 위반한 기자에 대한 '출입제한 조치' 등 제재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명백한 (언론의) 오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도 하겠다."

정상명 대검 차장이 지난 25일 '수사과정의 인권보호 강화 종합 대책' 발표를 통해 밝힌 말이다.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국민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접근하는 언론까지 직접 통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검찰과 함께 경찰도 인권보호 강화를 위한 하나의 대책으로 '피의사실 공표금지'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경 수사기관의 이번 조치가 일반 국민들을 위한 '인권 보장 방어막' 마련 차원인지, 아니면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나 재벌 등 이른바 '가진 자들의 보호막'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 재탕된 '인권보호 대책안' 왜 발표했을까?

정상명 대검 차장.
정상명 대검 차장. ⓒ 오마이뉴스 유창재
이날 오후 2시경 정 대검차장과 이준보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이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밝힌 '수사과정의 인권보호 강화 종합대책'안은 ▲검찰 청사 내 사진촬영을 금지 ▲언론이 사건 관련 피조사자의 소환여부 문의하면 확인불가 ▲참고인 소환 경우 비공개 원칙 철저히 준수 ▲수사 중간발표 강력히 금지 등이었다.

이와 같은 내용은 그동안 검찰과 경찰이 '경쟁적'으로 인권보호 원칙을 강조해오면서 밝혀왔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내용이었다. 단지 새로운 것은 '오보 또는 취재기준을 위반한 기자에 대해 출입제한 등 조치를 강구 등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검 출입기자들은 "검찰의 취지 자체는 다 이해하지만 (발표 내용이) 기존에 진행돼온 원칙과 특별히 바뀐 것은 없다"며 "터놓고 말하면 (이번 발표는) 언론의 취재대상이 되고 관심있게 보도되는 사람(비리 연루 정치인이나 재계인사)의 불평 때문에 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어 기자들이 정 차장검사에게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정 차장은 "제42회 '법의 날'을 맞아 인권보호 기관으로서의 검찰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인권옹호 의지의 표현에서 국민들에게 발표하게 됐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준보 기조부장은 "물론 민정수석실에서 문제제기를 하기는 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이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검·경 피의사실공표 금지 '알권리' 논란... 언론 기능 약화 노림수?

정상명 대검 차장과 대검 출입기자들이 발표내용과 관련해 질문을 주고받고 있다.
정상명 대검 차장과 대검 출입기자들이 발표내용과 관련해 질문을 주고받고 있다. ⓒ 유창재
또 검찰은 실제 최근 있었던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나 연예인 병역비리 사건, '불량만두소' 파동, 인천시장 뇌물수수 사건 등에서 피의자들의 인적사항이나 수사상황이 무분별하게 공개된 사례를 제시하면서 피의자 인권보호를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검찰에 '인권침해'나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제기한 인사들은 주로 비리의혹에 연루된 정치인이나 재계 인사들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정치권이나 재계라는 '힘을 가진 외부적 존재들'의 영향력에 휘둘린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는 데 기자들의 반응이다.

모 법조기자는 "기자도 자신이 쓴 기사가 오보가 나면 스스로 충분히 괴롭고 난감하다"며 "법적인 제재까지 각오를 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접근하는 기자의 자질을 놓고 '취재거부'를 한다면 모를까, '출입금지'를 하겠다는 것은 언론사 통제를 하자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또다른 법조기자는 "언론을 통해 혐의나 실명, 얼굴 등이 공개되는 피의자 대부분은 부정부패와 관련된 정치인이나 재벌총수, 대기업 임원 등"이라며 "검찰과 경찰의 이번 조치로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들만 혜택을 입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검·경 수사기관과 언론간 적절한 룰 만들어야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도 "비리 부패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에 대한 수사상황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권력과 수사에 대한 감시가 원천 봉쇄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서 "마치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국 서울대 법과대학 교수는 이번 검찰 조치에 대해 "정치사범과 일반 범죄사범의 프라이버시가 똑같이 존중했는지 묻고 싶다"며 "수사기관은 수사실적을 자랑하기 위해 과잉정보 공개하는 것을 금해야 하고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은 인권이 침해되는 일을 감수하고 공인이 되는 것이기에 그들과 같은 권력자들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언론보도의 제재조치를 사용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조 교수는 언론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 문제를 앞세워 무조건 밀어붙이고 언론사간의 과다경쟁이 기자들 사이에서 있어 피의자의 인권침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사기관에서 수사결과를 언론에 보도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해가 받아들이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양쪽 모두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유명무실해왔던 검찰과 언론의 원칙 때문에 '피의사실 공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며 "검찰이나 경찰과 언론이 서로 토론을 거쳐 공식적인 적절한 규칙을 만들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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