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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화사한 벚꽃들의 합창. 저멀리 하늘의 조각달도 벙그러졌습니다.
봄을 알리는 화사한 벚꽃들의 합창. 저멀리 하늘의 조각달도 벙그러졌습니다. ⓒ 김형태


[시] 봄꽃이 아름다운 까닭은

▲ 봄의 전령 산수유꽃. 봄이 왔음을 알리고는 제자리로 돌아갑니다.
ⓒ김형태

작두 위에 사뿐 올라선 무녀의

뜨거운 눈물꽃…



봄꽃이 아름다운 까닭은

칼빛 그림자를 밟고 선 영롱한 햇빛처럼

여린 가슴속살로 두꺼운 겨울을

이겨냈기 때문이요,



벼랑 끝에서 기꺼이 몸을 날리는 여인의

눈부신 웃음꽃…



봄꽃이 더욱 아름다운 까닭은

새날이 밝았음을 가장 예쁜 목소리로 노래하였으니

가야 할 때를 읽고

연둣빛 잎새에게 바로 자리를 내어주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슬픈-

황홀한 봄꽃을

바라보며

울다가 웃는다. / 김형태


개나리꽃 웃음~ 봄이 왔다고, 희망을 가지라고, 겨울을 털어내고 좀 웃어보라고 앙증맞은 황금종을 열 손가락 마디마디에 달고 저렇게 온몸으로 흔들고 있지 않습니까? 자 한번 따라 웃어보세요!
개나리꽃 웃음~ 봄이 왔다고, 희망을 가지라고, 겨울을 털어내고 좀 웃어보라고 앙증맞은 황금종을 열 손가락 마디마디에 달고 저렇게 온몸으로 흔들고 있지 않습니까? 자 한번 따라 웃어보세요! ⓒ 김형태

물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꽃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독 봄꽃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춥고 기나긴 겨울을 이겨내고 터뜨리는 함박웃음 때문은 아닐까요?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슬픈 전설과는 달리 가장 예쁜 얼굴로 웃음짓는 백목련과 자목련... 아마도 눈물을 미소로 바꾸는 재주를 가졌나 봅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슬픈 전설과는 달리 가장 예쁜 얼굴로 웃음짓는 백목련과 자목련... 아마도 눈물을 미소로 바꾸는 재주를 가졌나 봅니다. ⓒ 김형태

어렵게, 참으로 죽을 고생을 하며 피워낸 절정! 어떻게 해서 얻어낸 자리인가? 웬만하면 물러나지 않으려 용을 쓸 만도 하건만, 그러나 욕심 부리지 않고, 미련 없이, 정상의 자리를 바로 잎사귀나 열매에게 비껴주기에 봄꽃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요?

'첫사랑의 감동, 젊은 날의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진 라일락. 꽃보다 향기로 봄을 노래하는 라일락도 잎새를 위해 미련없이 자리를 내줍니다.
'첫사랑의 감동, 젊은 날의 추억'이라는 꽃말을 가진 라일락. 꽃보다 향기로 봄을 노래하는 라일락도 잎새를 위해 미련없이 자리를 내줍니다. ⓒ 김형태

봄꽃은 이렇게 우리에게 나서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가르쳐줍니다.

명자는 꽃을 피우자마자 잎새가 돋아납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좀더 볼 수 있도록 잎새가 조금만 늦게 나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명자는 꽃을 피우자마자 잎새가 돋아납니다. 꽃의 아름다움을 좀더 볼 수 있도록 잎새가 조금만 늦게 나오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 사진제공 강산

매년 피면서도 늘 새로움을 잃지 않고,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봄꽃…. 봄꽃을 보면 자꾸만 북극곰이 연상됩니다.

다른 곰들이 쿨쿨 동면에 빠져 있는 기나긴 겨울 동안, 어미북극곰은 혼자서 쌓인 눈 속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그곳에서 새끼를 낳아 기릅니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상태에서 새끼에게 젖까지 물리고 말입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그렇게 새끼를 키우며 겨울을 나는 것입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했나요? 봄은 그렇게 겨울을 밀어내고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했나요? 봄은 그렇게 겨울을 밀어내고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 김형태

어미곰은 얼마나 춥고 배가 고팠을까요? 외로움은 또한 얼마나 컸을까요? 그럼에도 오직 새끼곰을 바라보면서, 새봄을 기다리면서 참고 견디지 않았을까요?

북극곰의 하늘빛 모성애가 봄꽃나무에게서도 그대로 느껴집니다. 북극곰 어미나 나무는 겨우내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기꺼이 목숨을 걸고 새봄을 준비했던 것입니다. 봄꽃이 달리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요?

초롱같은 금낭화, 재주도 좋아라~ 땅 속 어디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색소를 찾아내어 꽃으로 피워냈을까?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환해지는 느낌입니다.
초롱같은 금낭화, 재주도 좋아라~ 땅 속 어디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색소를 찾아내어 꽃으로 피워냈을까?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까지 환해지는 느낌입니다. ⓒ 사진제공 강산

꽃잔디의 분홍빛 웃음, 밤하늘의 별빛처럼 아름답습니다.
꽃잔디의 분홍빛 웃음, 밤하늘의 별빛처럼 아름답습니다. ⓒ 사진제공 강산

참고로 대표적인 봄꽃들의 꽃말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갯버들'은 친절, '개나리'는 희망, '목련'은 자연에의 사랑, '제비꽃'은 나를 생각해 주세요, 그 중에서 백색은 순진한 사랑을, 황색은 행복을, 보라색은 성실, 고상한 취미를 뜻한다고 하네요.

'진달래'는 절제, '민들레'는 선고, 사랑의 신탁, '배꽃'은 환상한다, '벚꽃'은 정신의 아름다움, 가인을 뜻하고, 그리고 '라일락'은 첫사랑의 감동, 젊은 날의 추억, 아름다운 인연 등을 뜻한다고 합니다. 대체로 우리에게 희망과 힘을 실어주는 꽃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채꽃과 봄나비의 찰떡궁합, 부지런한 봄꽃들 덕분에 나비도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유채꽃과 봄나비의 찰떡궁합, 부지런한 봄꽃들 덕분에 나비도 덩달아 바빠졌습니다. ⓒ 김형태

마지막으로 민들레에 관한 많은 전설 중 하나를 들려 드립니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왕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신하나 백성들 앞에서 임금으로서의 권위를 갖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왕위에 오르면서 단 한 번의 명령밖에 내릴 수 없다는 운명을 타고 났기 때문이라네요.

그래서 군대를 통솔하는 일에도, 세금을 거둬들이는 일에도, 심지어 왕자나 공주의 혼례를 치를 때에도 그는 아무런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답니다. '딱 한 번의 명령, 언제 그 명령을 내려야 하는 거지? 가장 중대한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언제가 그때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너무나 낙심한 왕은 어느 날 몰래 궁궐을 빠져 나와 민가를 돌아다녔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미천한 백성들조차 가장의 뜻에 따라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농사를 짓고, 집안의 일들을 결정하고 명령하는 것이었습니다. 초라한 움막에 사는 백성들의 처지가 화려한 궁궐에 사는 자신의 신세보다 몇 배는 낫다고 생각한 왕은 전보다 더 깊은 우울증에 빠졌답니다.

'신하들에게도, 백성들에게도 아무런 명령을 할 수 없는 신세… 이런 내가 무슨 왕이란 말인가? 차라리 왕의 자리를 버리고 미천한 백성이라도 되었으면…' 왕은 절망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그렇게 만들어 버린 하늘의 별들을 원망했답니다.

'괘씸한 별들… 저 별들에게 복수할 수는 없을까?' 몇 날 몇 달을 궁리하던 그에게 어느 날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무릎을 치며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밖으로 나가 밤하늘의 별들을 향해 소리쳤답니다.

"이 못된 별들아! 모조리 떨어져 땅 위의 꽃이 되거라!" 왕은 일생에 단 한 번 할 수 있는 명령을 별들에게 던진 것입니다. 그러자 별들은 주르르 땅에 떨어져 민들레가 되었답니다.


이런 아픈 전설 때문일까요? 민들레는 오늘도 별이 되고자 하늘로 나래짓합니다.

별이 꽃이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민들레, 그래서 그런지 별빛처럼 눈이 부시지 않아서 좋습니다.
별이 꽃이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민들레, 그래서 그런지 별빛처럼 눈이 부시지 않아서 좋습니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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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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