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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봄날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 흐드러진 벗꽃이 마치 아름다운 함박눈이 같습니다.



겨우내 백설이 머물다 간 자리마다

소담스럽게 눈이 내렸습니다.



목련의 얼굴마다 하얀 웃음이 번지고

벚나무 손가락 마디마디엔 함박눈꽃이 활짝,

조팝나무 가느다란 목줄기에도 밥풀처럼 작은 미소가 걸렸습니다.



봄에 내리는 꽃눈..... 에는

향기와 함께 빛깔이 묻어납니다.

개나리 팔에는 노랑 꽃눈이, 진달래 어께에는 분홍 꽃눈이

탐스럽게 내려앉았습니다.



봄날의 아침.....

그리스도가 무덤문 열고 나왔음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앞다투어 화이트 크리스마스

꽃눈 잔치를 마련합니다



손톱 끝에 꽃물들이고 첫눈 오기 소망한 소녀처럼

그렇게 기다린 봄이었기에

새봄의 성탄절엔

누구나 울렁울렁

한 떨기 꽃눈으로 피어납니다


/ --- 리 울 김 형 태


낙엽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남산제비꽃의 순결한 자태가 마치 손등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 같습니다. 제비꽃은 그 상냥한 향기와 겸허함으로 옛날부터 사랑받아 왔습니다. 특히 제비꽃은 가장 속히 봄을 알려 주는 꽃으로 만인의 귀여움을 받고 있습니다. 세익스피어로 하여금 '비너스의 유방보다도 향기가 좋은 꽃'이라는 칭찬도 받고 있고요.
낙엽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남산제비꽃의 순결한 자태가 마치 손등 위에 내려앉은 눈송이 같습니다. 제비꽃은 그 상냥한 향기와 겸허함으로 옛날부터 사랑받아 왔습니다. 특히 제비꽃은 가장 속히 봄을 알려 주는 꽃으로 만인의 귀여움을 받고 있습니다. 세익스피어로 하여금 '비너스의 유방보다도 향기가 좋은 꽃'이라는 칭찬도 받고 있고요. ⓒ 여행나라 제공

광릉 수목원에만 살짝 내린 눈꽃, 귀하디 귀한 하얀진달래의 수줍은 미소입니다.
광릉 수목원에만 살짝 내린 눈꽃, 귀하디 귀한 하얀진달래의 수줍은 미소입니다. ⓒ 김미라 제공

누가 뭐래도 봄은 소생, 재생, 부활의 계절입니다. 죽은 것만 같은 나뭇가지에서 움이 돋고 꽃이 피는 것을 보면,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마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작은 풀꽃들 또한 경이롭기 짝이 없습니다. 온갖 봄꽃들이 한껏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요즘은 마치 무슨 꽃잔치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보랏빛 꽃잔디가 환상적 느낌이라면, 우아한 자태의 하얀 꽃잔디는 마음까지 밝게 해주는 순결한 백설공주의 얼굴입니다. 지면패랭이라고도 합니다.
보랏빛 꽃잔디가 환상적 느낌이라면, 우아한 자태의 하얀 꽃잔디는 마음까지 밝게 해주는 순결한 백설공주의 얼굴입니다. 지면패랭이라고도 합니다. ⓒ 강산 제공

봄꽃 중에는 유난히 흰색 계통이 많습니다. 백목련, 벚꽃, 배꽃, 사과꽃, 앵두꽃, 살구꽃, 복사꽃, 조팝나무, 은방울꽃, 너도바람꽃, 솜다리(에델바이스), 하얀민들레, 하얀제비꽃, 하얀팬지, 라일락, 난초, 아네모네, 오렌지….

별빛을 닮은 하얀민들레의 은은한 미소, 눈부시지 않아서 좋습니다.
별빛을 닮은 하얀민들레의 은은한 미소, 눈부시지 않아서 좋습니다. ⓒ 강산 제공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에게 듣자니, 벌과 나비는 흰색을 잘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럼 화려한 때때옷을 입은 다른 꽃들에 비해 흰색 옷을 차려입은 봄꽃들은 손해가 아닐까요?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흰색 꽃들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네요. 그것은 다름 아닌 향기…. 흰색 꽃들은 대부분 자기만의 특유한 향기로 벌 나비를 부른다네요.

'처녀의 부끄러움'이라는 꽃말을 머금은 살구꽃, 그러고 보니 첫눈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소녀의 미소입니다.
'처녀의 부끄러움'이라는 꽃말을 머금은 살구꽃, 그러고 보니 첫눈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소녀의 미소입니다. ⓒ 김형태

외모의 화려함 대신 내면의 향기로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흰꽃, 그래서 그런지 자꾸만 흰색 꽃들에게 눈이 가고 마음이 갑니다. 사람도 화려한 외모보다는 내면의 향기를 머금은 사람에게 더 끌리듯이 말입니다.

종지나물과 제비꽃의 작은 합창! 들리지 않는다고요? 원래 눈꽃은 소리내지 않습니다.
종지나물과 제비꽃의 작은 합창! 들리지 않는다고요? 원래 눈꽃은 소리내지 않습니다. ⓒ 김형태

흰꽃은 눈부시지 않아서 좋습니다. '은은한 아름다움, 소박한 아름다움'이 선남선녀 같고, 갑남을녀 같아 더 친근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화려한 색깔의 꽃들이 눈부신 햇빛이라면 흰옷을 입은 봄꽃들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빛이요, 달빛입니다. 그 ‘수줍은 웃음과 부끄러움의 미학’이 우리네 백의민족과 닮았습니다,

혼자 있어도 아름답고, 함께 있으면 더욱 아름다운 벚꽃, 어김없이  함박눈을 닮았습니다. 벚꽃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인 것처럼 주장하나 실은 제주도 한라산에 일본 벚나무보다 훨씬 오래된 왕벚나무의 원시림이 있는 것이 1930년에 발견되었습니다. 꽃은 담홍색으로 여러 개씩 모여 피며 매우 아름답습니다.
혼자 있어도 아름답고, 함께 있으면 더욱 아름다운 벚꽃, 어김없이 함박눈을 닮았습니다. 벚꽃나무는 일본이 원산지인 것처럼 주장하나 실은 제주도 한라산에 일본 벚나무보다 훨씬 오래된 왕벚나무의 원시림이 있는 것이 1930년에 발견되었습니다. 꽃은 담홍색으로 여러 개씩 모여 피며 매우 아름답습니다. ⓒ 강산 제공

또한 흰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계절이 아직도 겨울인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합니다. 남산제비꽃은 탐스러운 한 떨기 눈송이 같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함박눈을 연상하게 하고, 돌단풍은 잔설을 닮았습니다.

돌단풍의 아름다운 모습이 봄햇살을 받아 빛나는 잔설같아 보입니다. 주로 바위 틈에서 자라는데다 잎 모양이 단풍을 닮아 돌단풍이라 한다. 해서 강원도에서는 바위나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돌단풍의 아름다운 모습이 봄햇살을 받아 빛나는 잔설같아 보입니다. 주로 바위 틈에서 자라는데다 잎 모양이 단풍을 닮아 돌단풍이라 한다. 해서 강원도에서는 바위나리라 부르기도 합니다. ⓒ woon 제공

지금은 봄의 절정입니다. 하얀 꽃눈이 곳곳에 소담스럽게 내려 마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같은 느낌을 줍니다. 모두들 그렇게 손톱 끝에 꽃물들이고 첫눈 오기 소망한 소녀처럼 기다린 봄이라서 그럴까요? 봄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도 성탄절 기분처럼 자꾸만 가슴이 울렁울렁거립니다. 한 떨기 꽃눈으로 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깨끗한 마음, 결백'이라는 꽃말을 간직한 매화꽃, 마치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깨끗한 마음, 결백'이라는 꽃말을 간직한 매화꽃, 마치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 김형태

오늘은 매화의 아름답고 슬픈 전설을 들려 드립니다.

옛날 옛날 어느 산골에 질그릇을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던 청년 하나가 살고 있었답니다. 그 청년에게는 정혼을 약속한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으나, 혼례 사흘 전에 그만 그 처녀는 병으로 죽고 말았다네요.

청년의 슬픔과 상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답니다. 정혼녀의 무덤가에서 날마다 슬피 울던 청년은 무덤가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돋아나는 것을 보고, 이 매화나무가 죽은 정혼녀의 넋이라고 생각하여 자기 집으로 옮겨다 심고는, 이 꽃을 가꾸는 것으로 낙을 삼았다고 합니다.

정혼녀가 죽은 후부터는 어쩐 일인지 같은 솜씨로 만드는 질그릇인데도 그 모양이 예전 같지 않다며 사람들이 사가지 않아 고생은 점점 심해졌답니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청년은 백발이 되고, 매화나무에도 여러 번 꽃이 피고 지고 했답니다. "내가 죽으면 넌 누가 돌봐 줄까? 내가 없으면 네가 어떻게 될까?" 청년은 사랑했던 여인을 대하듯 말하며 몹시 슬퍼했답니다. 청년은 이제 늙어 눈도 잘 보이지 않고 손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동네사람들은 그 집 대문이 잠겨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무슨 곡절이 생기질 않았나 싶어 그 집으로 갔답니다. 그러나 방에는 아무도 없고 그가 앉았던 자리에 예쁘게 만들어진 질그릇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동네사람들이 그릇 뚜껑을 열자, 그 속에서 한 마리 새가 날아갔습니다.

휘파람새였습니다. 그가 죽어 휘파람새가 된 것입니다. 지금도 휘파람새가 매화나무에 앉아 있는 그림은 이생에서 못다 이룬 사랑을 뜻한다고 하네요. 동시에 영원한 사랑을 소망하는 것이라고도 하고요.


봄을 맞으러 강화에 갔다가 백로들의 비상을 보았습니다. 백로들의 날개짓은 사뿐사뿐 내려앉는 눈으로 보였고, 논 고랑의 물은 쌓인 눈으로 보였습니다.
봄을 맞으러 강화에 갔다가 백로들의 비상을 보았습니다. 백로들의 날개짓은 사뿐사뿐 내려앉는 눈으로 보였고, 논 고랑의 물은 쌓인 눈으로 보였습니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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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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