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다방 미스 신이 심은하보다 이쁘다>의 지은이 서재영은 한 때 소설가였다. 그의 말마따나 '지나가던 개를 줘도 바라보지 않을 명함을 들고 세상과 자신을 속이며' 청춘을 보냈다.
199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그 여름의 유산>으로 등단하고 나서 몇 편의 소설을 발표했지만, 책을 내지는 못했다. 그러니까 이 책이 첫 번째 작품집인 셈이다. 지금은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이 책에는 음성에서의 자잘한 일상이 담겨 있다.
작가가 서울 생활을 접고 음성으로 간 것은 '생태적 삶'이나 '은둔'같은 거창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먹고살기 위해 떠밀리듯 왔을 뿐이다.
따라서 글의 소재는 '시골 생활과 시골 사람들'이지만, 글은 예쁘지 않으며 정겹지도 않다. 작가가 부딪히는 사람들의 삶이 못나고 뒤틀리고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제목에 나오는 '진다방 미스 신'이 바로 이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이건 정말 남 얘기가 아니야!
소위 '386'으로 불리는 세대의 끝자락을 잡고 있는 나도 한때는 작가처럼 '꿈'이 있었다.
나에게도 중학교를 졸업하고 포크레인을 끌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쥐똥만한' 땅이 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며 '빌어먹을' 농사를 못 버리고 있는 고향 친구들이 있다. 내가 이 책을 공감하는 첫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이건 정말 남 얘기가 아니야!"
하지만 작가는 40대의 쓸쓸함을, 무너져 가는 농촌의 서러운 삶을, 고발하듯 날카롭게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어눌한 듯 능청스러운 말투로 농담처럼 삶을 드러낼 뿐이다.
그가 툭툭 내뱉는 말을 듣고 있자면 갈비뼈가 스멀거리기도 하고, 눈물나게 재미있기도 하다. 거기엔 어떤 선입견도 없고 선지자적 각성도 없고, 따라서 교훈도 없다. 이처럼, 한량이나 다름없어 보이는 작가의 일상을 '삶에 대한 무한한 겸손과 긍정'으로 읽는다면 지나친 '오버'일까?
조은 시인이 추천사에서 말한 것처럼, 서재영은 '온갖 욕망으로 들끓는 뜨거운 들판에서 만난 찬 샘물 같은 사람'일지 모른다. 내가 이 책에 공감하는 둘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나도 이 사람처럼 늙어가고 싶다!"
미스 신은 진다방을 떠난 지 오래다. 심은하도 스크린을 떠난 지 오래다. 나는 한 번도 그녀들을 직접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미스 신이 분명 심은하보다 예쁠 것이라 확신한다. 그것은 나이와 장소를 떠나 내가 작가에게 느끼는 깊은 '공감'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임중혁 기자는 부키출판사에서 기획과 마케팅 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