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표 결과 방송이 시작된 30일 밤 10시부터 유시민•송영길 의원을 비롯해 정 후보의 지지자 100여명이 모여 개표 방송을 신중히 지켜봤다. 개표 시작 후 얼마지 않아 정 후보가 다소 앞서 나가는 개표 결과 보도가 나오자 환호를 하며 기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근소한 차이로 앞서가던 밤 10시 50분쯤 한나라당 정희수 후보의 고향인 영천시 신녕면의 2개 투표소 결과가 나오면서 정희수 후보가 정동윤 후보를 앞서자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 | | "강세지역도 잘못하면 버린다는 것 알아야" | | | 침울한 표정 감추지 못한 유시민 | | | | 유시민 의원도 고개를 숙였다.
유 의원은 선거 초반부터 영천지역에서 상주하면서까지 공을 들였다. 재보선 경북지원단장을 맡은 유 의원은 지역주의 극복의 교두보가 될 영천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 의원은 선거 초반 대구에서 가진 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영천지역 민심이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민심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고무돼 있었다.
하지만 30일 밤 유 의원은 침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나마 영천 개표 초반, 열린우리당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충청권 등 타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의 '대패'가 가시화되자 굳은 표정으로 TV 방송만 주시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재보선 결과에 대한 평가를 묻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가로 흔들며 한숨만 쉬었다.
유 의원은 "이제는 (한나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기존의 강세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잘못하면 유권자들이 버린다는 것이 알아야 한다"면서 "이제부터라도 열린우리당이 잘 해야한다"고 만 짧게 말했다.
유 의원은 영천 선거에서도 패배가 확인된 밤 11시 30분쯤 지지자들에게 "수고하셨다"는 인사말을 남긴채 자리를 떴다. | | | | |
선거 사무소 곳곳에서 탄식이 이어졌다.
"무슨 일이야?"
"아이고. 졌다!"
하지만 이내 정동윤 후보 지지자들은 정 후보의 고향인 임고면 3개 투표소 개표 결과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며 마지막 '반전'을 기대했다. 정동윤 후보의 지지자들은 잠시 표차이가 줄어들자 "힘내자. 더 지켜보자"고 다독거렸다.
그러나 두 후보의 표차이가 끝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자 곳곳에서 자리를 떠는 이들이 늘어났다. 밤 11시 20분쯤 개표장인 영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리우리당 정 후보가 수 백 표차이로 낙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쉬운 탄식들이 이어졌다.
이날 선거사무소를 지킨 송영길 의원은 "지역주의 구도를 깰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면서 "사실상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놓쳐 아쉽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송 의원은 "영천 선거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것은 (열린우리당에게)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재보선 패배를 통해서 큰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당 발전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선거 막판까지 승리를 점치지 못했던 한나라당 정희수 후보측은 개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자 환호의 물결로 넘쳤다.
영천시외버스터미널 옆 정 후보의 선거사무소에서는 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찾는 이들의 발걸음도 늘어났다. 마침내 정 후보의 당선 확정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 후보의 지지자들은 "정희수! 박근혜!"를 연호하면서 극적인 승리를 기뻐했다.
정 당선자는 이날 자정이 지나 지지자들의 무동을 탄 채 선거사무소로 들어섰다. 정 당선자는 선거 사무소에서 가진 기자들과 나눈 당선 인터뷰에서 "영천시민들의 성원에 어긋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 지역과 나라와 당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이번 영천 선거를 통해 3년 후 (한나라당이) 정권을 되찾는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당선자는 또 초반 열세로 고전한 것과 관련해 "애초부터 영천시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면서 "특히 박근혜 대표의 지원이 막판 뒤집기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