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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일 오후 2시 50분]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정부 산하 신용보증기관이 각종 부패와 관리부실 등으로 1조원 이상의 거액에 달하는 혈세를 낭비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 기관들은 이사장의 연봉을 두배씩 인상해 제 잇속만 챙기는 등 도덕적 해이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부패방지위원회(위원장 정성진)가 두 기관과 16개 지역보증재단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드러났다.

부방위에 따르면 2004년 한해동안 보증사고로 인해 이들 공적 신용보증기관이 대신 물어준(대위변제) 금액은 총 3조4913억원. 신보가 1조711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기보가 1조6215억원, 지역재단은 1586억원이었다.

보증사고로 대신 물어준 돈만 3조4913억원...기보 10건 중 1건 이상씩 보증사고

보증사고율도 2003년 이후 6%를 상회하는 등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특히 기보의 경우 지난해 보증사고율이 무려 12.9%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10건 중 1건 이상에서 보증사고가 터진다는 의미다.

때문에 이들 신용보증기관은 적자(2조2921억원) 신세를 면치 못했고 '구조' 요청을 받은 정부는 2004년 추가 1조원 이상의 출연금을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신용보증기관의 부실한 관리감독으로 국민의 혈세가 낭비된 꼴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보증 과정에서 발생한 부패사례. 형식적으로 보증서류를 심사하거나, 심사과정에서 사례비를 수수, 브로커와 결탁해 '부실' 보증을 해 주는 경우가 적잖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보·신보는 재경부 출신 낙하산 코스...재경부 관리감독도 부실

지난 1월 27일 적발된 경기신용보증재단의 부실보증이 대표적이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의 이아무개 전 과장은 무자격자들에게 허위신용보증서를 발급해 창업자금 100억원을 부정대출 받도록 도와주고 사례비로 5억원을 챙겼다 적발돼 구속됐다. 뿐만 아니라 보증업체가 신용불량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확인하지 않아 채권회수를 못한 사례도 있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재경부는 이들 기관의 감독에 거의 손을 놓다시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보와 기보의 이사장직이 재경부 출신 인사의 낙하산 코스로 '찍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02년부터 신보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배영식 이사장은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출신(행시 13회)이고, 박봉수 현 기보 이사장도 재경원 출신(행시 10회)이다.

재경부는 이들 기관들에 대해 직접 감독·검사를 하거나 금감원에 검사를 위탁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신보는 91년 이후부터, 기보는 97년 이후부터 이러한 권한을 행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부방위 실태조사 결과 밝혀졌다.

특히 기금에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재경부는 임직원에 손해배상책임을 묻도록 돼 있지만, 수조원의 결손이 발생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재경부 보증책임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신보·기보 이사장 연봉 각각 4억5000만원, 4억원...업무추진비도 대폭 인상

상황이 이러함에도 신보와 기보는 이사장직의 보수를 2002년 새 이사장이 취임한 뒤 무려 두배 가까이 상향조정했다. 신보의 경우 2억4000만원이던 이사장의 보수를 2002년 4억5000만원으로 인상했고, 기보도 같은 해 4억원(기존 2억4000만원)으로 높였다. 경영진 보수 현실화를 명분으로 축소하겠다던 업무추진비는 도리어 800만원에서 7600만원(신보)으로 인상했다. 도덕적 해이의 전형적인 사례다.

부방위는 이러한 실태조사결과를 토대로 신용보증 절차의 투명성과 보증업체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신보와 기보의 중복 기능을 해소하기 위해 두기관을 통폐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보 "일부 사실을 마친 전체인 것처럼 확대" 불만 표시

부방위에 의해 '부패기관'으로 낙힌 찍힌 신보쪽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보의 한 관계자는 "보증심사에 대해 언급된 것을 보면 심사도 하지 않았다고 나와 있는데 맞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일부자료만을 가지고 총체적 부실이 있는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27만개 보증기업들에 상당히 영향을 크게 미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부방위가 신보와 기보의 통폐합을 언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론을 폈다. 이미 공청회 등을 거쳐 양 기관을 특성화하기로 결정된 마당에 굳이 통폐합을 거듭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얘기다.

연봉과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 이사장의 연봉은 2억4000만원이 아니라 3억원이었다"며 "두배나 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업무추진비 인상과 관련해서도 "2001년 12월 30일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1%로 제한돼 있던 접대비가 6%로 늘어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절대금액이 높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신용보증기금은 부방위의 '03년 공공기관의 주요민원업무 청렴도 측정결과 10점 만점에 8.32라는 높은 점수를 받아 청렴도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부방위의 결과에 의하면 불과 1년 만에 신보는 청렴도 우수기관에서 총체적 부패기관으로 전락한 셈이다. 이를 근거로 신보는 부방위의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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