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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장은 얼른 주위를 돌아보았다. 마침 칡넝쿨이 엉킨 사이로 작은 틈이 보였다. 그쪽으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칡넝쿨로 몸을 모두 가리기는 힘들었지만 다행히 어두운 밤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다. 거친 호흡소리와 심장의 박동이 귓가에 쿵쿵 울렸다.

그는 겨우 숨을 참으며 그들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다행히 공안들은 자신이 숨어 있는 것을 스쳐 지나갔다. 완전히 간 것을 확인 한 김 경장은 발소리를 죽이며 천천히 걷다가 숲을 빠져나와서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는 한참을 뛰어 화력발전소 부근까지 갔다. 차를 대어놓은 곳이 지척에 보였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채유정이 그들에게 잡혔다면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것을 알지도 모른다. 그는 나무 뒤에 서서 한참이나 그곳을 살폈지만 채유정도 공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한참동안 망설였다. 이곳에서 더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얼른 몸을 피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그는 생각을 정리했다. 무엇보다 유물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김 경장은 주위를 살피고는 얼른 그곳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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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는 짙은 안개가 하얗게 몰려 있었다. 안개는 낮게 깔려 있었지만 아주 짙고 경계가 뚜렷했다. 그 위로 떠올라 있는 태양이 낮달처럼 하얗게 보였다. 우중충하게 가라앉아 있는 건물들은 영화를 찍기 위한 세트처럼 보였다. 주위에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지나가는 차도 눈에 띄지 않았다.

김 경장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2층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검은 기름을 먹인 나무계단을 오를 때마다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아 보였지만 용케 사람들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계단이었다. 계단을 올라서자 2층 입구로 향하는 문이 나타났다. 널빤지로 만든 그 문을 두드리자 네모진 투시구가 열렸다.

"무슨 일이오?"

김 경장이 잠자코 자신의 얼굴을 내밀자,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어주었다. 주인의 얼굴은 이상하게 상기되어 보였다. 붉게 충혈 된 흐릿한 눈이 크게 벌여졌고, 흉터가 있는 뺨이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김 경장은 그 표정을 살피며 낮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흐릿한 전구가 밝혀진 좁은 통로가 나왔다. 바닥 역시 나무판을 덧대어 놓아 걸을 때마다 삐걱 소리가 났다. 보폭을 좁히고 있는 김 경장의 발걸음은 가늘게 떨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묶고 있는 방 앞에 선 채 잠시 망설였다. 옅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동안 주춤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방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방 한쪽에 채유정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녀는 김 경장이 들어서자 환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사하셨군요? 전 그들에게 잡혔을 줄 알았어요."

"다행히 그들에게 발각되지 않았어요. 그보다 유정 씨는 어떻게 거기서 빠져나왔죠? 전 그들에게 체포되는 줄만 알았습니다."

"저도 아슬아슬하게 몸을 피했어요. 마침 주위에 작은 웅덩이가 있더라구요. 그 안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새벽이 되어 빠져나왔어요."

채유정은 그때를 회상하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미소를 지으려고 애썼으나 얼굴의 근육만 묘하게 일그러뜨리고 말았다. 잠시 김 경장을 건너다보던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어디에 계셨던 가요? 꼬박 사흘이 지나서야 여길 찾아오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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