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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상술'은 유명합니다. 제가 겪은 바가지가 그 유명한 '중국의 상술'인지 그냥 관광지에서 만나는 흔한 '바가지'인지 구별이 가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겪은 경험을 통해 여러분들이 직접 판단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중국에 첫 번째인가, 두 번째 여행을 했을 때였습니다. 장소는 중국의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인 '절강성 소주'였고요. 지도를 잘못 보는 바람에 관광지에서 제법 떨어진 곳을 헤매게 됐습니다. 생수를 사먹으러 구멍가게에 들렀는데 7~8세쯤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가게를 보고 있더군요. 숫자 빼고는 중국어를 아는 게 별로 없는지라 생수 작은 병 하나 들고 '얼마?' 하니 꼬마가 그러더군요.

"3.5 위안(元)!"

너무 정확한 숫자 그리고 설마 어린아이가 남을 속일까 하는 근거없는 믿음으로, 당시 한국에서 작은 병 생수가 500~600원 할 때였으니, '아! 중국도 생수는 싼 편은 아니구나!'라고만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하여간 8월 말, 그 뜨거운 햇볕 아래 생수 한 병은 곧 바닥이 났고, '소주'의 유명한 정원 중 하나인 '사자원'인가를 들렀을 때 또 갈증이 나 가게로 향했습니다. '사자원'에 있는 가게에서도 생수를 팔고 있었는데 얼음이 얼어 있을 정도로 시원한 같은 회사, 같은 크기의 생수를 '2위안(元)'에 팔고 있더군요.

2Km도 안 떨어진 지역에서 이렇게 가격 차이가 많이 날리는 없는데 하고 당연한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그리고는 최종 여행지였던 상해에 도착해 한 편의점에서 정확한 가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 위안(元)'(당시 1위안은 150원 정도였습니다. 팔 때 기준으로요)

'3.5 위안'에 팔던 곳은 관광지 입구도 아니고 관광지에서 제법 떨어진 가게였는데도 불구하고 생수 한 병 들고 벌쭘하게 서 있는 제게 7~9세 어린 상인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바가지를 씌운 겁니다. 무협소설에서나 보던 '강남아이'의 영악함을 확인할 기회였다고 할까요!

그 여행 이후 '절대로 바가지는 당하지 말자!'고 굳은 각오를 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나올 제 여행기를 보시면 잘 아시겠지만, 중국에서는 바가지를 씌우는 정도는 '본지인 < 외지인 < 외국인' 순으로 심해집니다.

'본지인(本地人)'도 그 지역 사투리를 쓰는 사람과 그 지역 근처 사투리를 쓰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우리 나라식으로 해석하면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사투리'를 쓰면 본지인이고, '오산사투리'를 쓰면 여차하면 '외지인'으로 분류될 수도 있지요.

중국은 같은 성(省 - 필자주: 우리 나라 도(道)급 행정단위, 단 크기는 우리 나라(남한면적)보다 큽니다)에서도 사투리가 정말 심하게 나눠집니다. 제가 살고 있는 산동성을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청도사투리, 유방사투리, 같은 청도시인데도 평도사투리 이런 식으로 나누어집니다.

'외지인'은 그 지역사투리를 쓰지 않는 보통화(필자주: 중국표준어)를 사용하는 중국인 또는 외국인입니다. '외국인'은 중국어를 더듬거리는 외국인과 영어를 쓰는 외국인으로 분류됩니다. 간단히 표를 만들면, '본지인 < 본지인(최소한 같은 성급) < 표준화사용 중국인 < 표준화사용 외국인 < 미숙한 중국어구사 외국인 < 영어쓰는 외국인' 으로 바가지 정도가 심해집니다.

첫 번째로 중국 여행을 하는 분이라면 맨 끝의 '영어 쓰는 외국인'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제가 '상술'인지 '바가지' 또는 '사기'인지 의심간다는 식으로 표현한 이유는 정도가 한국기준으로 봤을 때는 황당한 수준이기에 그렇습니다.

만일, 상인이익이 포함된 물건의 일반 판매가격이 '10위안'이라면, 본지인에게는 10위안~50위안 정도를 부르고, 외지인에게는 30위안~80위안를 부릅니다. 외국인에게는 50~100원 이상을 부릅니다. '이상(以上)'이라고 분명 말씀드렸습니다. 경우에 따라 200~500원까지도 올라갑니다. 제가 겪은 '중국바가지'인지 '중국상술'인지 '중국사기'인지 불분명한 장사의 실체입니다.

이 기준은 보통 '기념품'에 속하는 물건들을 사실 때 적용됩니다. 그리고 돈이 오고가는 모든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비율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바가지가 상당히 포함된다는 얘기지요.

한비야씨 여행기에 나오나요? 인도를 여행하던 중 많이 깎아서 물건을 사니 상인이 '너 행복하니?'라고 물어봤다는. 제가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 구절에 감명받은 분들이 많아서 인지, 또는 중국의 바가지를 모르셔서 그런 건지 그도 아니면 한국물가만 생각하셔서 인지, 체면구겨진다고 생각하셔서인지 당최 깎지를 않으시더군요.

아직 여행 기간이 짧아서인지 한비야씨 여행기에 나오는 인도 상인의 그 철학적인 해석이 가능한 질문은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인도 같은 '철학'의 나라가 아니라, '현실'의 나라라는 건 확실히 장담합니다.

다음은 '바가지 대처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자티의 중국여행(http://ichina21.hani.co.kr/)',
중국배낭여행동호회인 '뚜벅이 배낭여행(http://www.jalingobi.co.kr)'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중국여행에 필요한 자료는 
'인터넷한겨레-차이나21-여행자료실(http://bbs.hani.co.kr/Board/tong_tourdata/list.asp?Stable=tong_tourdata)'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 글은 중국어를 잘 하시거나 중국에 생활하시는 분들 대상이 아니라 중국을 (배낭) 여행하시는 분들을 위한 글입니다(필자주: 2005. 2월 기준 중국원 1위안(元)원 = 한국원 130원 팔 때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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