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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나라당 지도부들의 호남행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30일 전남 구례에서 사흘간 의원연찬회를 마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광주 망월동 5.18묘지를 참배하고 헌화분향을 하는 모습이다.
최근 한나라당 지도부들의 호남행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30일 전남 구례에서 사흘간 의원연찬회를 마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광주 망월동 5.18묘지를 참배하고 헌화분향을 하는 모습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전국구(비례대표) 3명 준다는 약속은 왜 안지켰나. 때 되면 내려왔다가 가면 끝이다. 한나라당의 서진정책에 진정성이 없다."

한나라당 전남도당 한 관계자는 지도부의 잇따른 호남행을 앞두고 언성을 높였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를 배정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울분이었다.

당 지역발전화합특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의화 의원 역시 "호남에 내려가면 비례대표 3명 배정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욕을 가장 많이 듣는다"며 "줄 건 주면서 사랑해달라고 해야지, 지금처럼 가서 인사하고 악수하는 식으로는 절대 호남민심을 돌릴 수 없다"고 꼬집었다.

원희룡 "인적청산도 없이..."

최근 전남도당은 또 황당한 일을 겪었다. 4·30 재보선 당일 전남도당 청년위원회는 원희룡 의원을 초청해 간담회와 5·18 묘역 참배, 5·18 기념 마라톤 등 각종 행사를 가졌다. 그런데 이를 두고 '박사모'(박근혜를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자유게시판에는 "당사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지 않았다"며 "최고위원 자격이 없다", "탈당하라"는 비난글이 이어졌다.

이에 전남도당측은 공식사과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서울로 항의 방문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창호 전남도당 청년위원장은 "한나라당의 '호남껴안기' 시도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박사모는 "원희룡 의원의 광주 방문 비난한 글이 게시된 적이 없다"며 "음해"라고 항변했고, 이에 대해 원희룡 의원실과 전남도당측은 "상처를 주고 나서 이제 와서 발뺌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양측은 삭제 의혹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느닷없이 구설수에 오른 원희룡 의원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원 의원은 "아무리 팬클럽이라고 하지만 근거 없는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며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적극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 의원은 한나라당의 이른바 '서진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원 의원은 "호남 문제를 특정지역의 문제로 놓고 구체적인 정치결과를 보려는 단기목표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차별, 5·18 민주화 운동 등 과거사에 대한 한나라당의 입장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또 "5·18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당내) 인사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첫 단추도 꿰지 않은 상태에서 여당이나 할법한 예산 지원 등의 정책으로 호남 민심을 얻겠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인적청산'을 주장하기도 했다.

호남 출신으로 22년째 한나라당과 전신 정당에서 일해온 이정현 부대변인도 같은 맥락의 지적을 했다. 이 부대변인은 5일 당 홈페이지에 "호남 접근, 진정성이 더 필요하다"는 장문의 글을 올려 알맹이 빠진 '호남행보'에 쓴소리를 던졌다.

이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호남 사람들의 마음은 별 미동도 없다"며 "한나라당은 여전히 거부의 대상"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인 치유책으로 "호남인들의 자존심 회복"을 주장했다.

이 부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왜 한나라당은 호남에게 미안한가, 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며 "30·40년에 걸친 누적된 상처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잘못이 뭔지 지적해야 호남인들의 마음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빅3'의 잇딴 호남행, 속뜻은?

한편 한나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빅3'는 이달 중 호남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오는 18일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에서 거행되는 제25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다.

박 대표는 작년 한나라당 의원연찬회를 전남 구례에서 갖은 후 5·18 묘역 집단참배를 이끌었고, 최근에는 DJ의 고향인 신안 압해도 섬을 방문하는 등 대표 취임 후 6번이나 호남을 방문, 일찌감치 호남행보를 선점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올해 들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시장은 작년 광주를 방문한 데 있어 지난달에는 서울시내 구청장들과 함께 광주를 찾아 전남 22개 시군과의 합동 자매결연을 맺었다. 또한 오는 11일 전남대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 '세계 일류를 향한 도전과 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며 김대중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에 있는 목포대 강연도 검토 중이다.

1993년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5·18 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해온 손학규 경기지사는 지난 4일 광주와 전남 강진을 방문해 경기-전남 간 문화교류협력 합의서를 교환했다.

'잠룡'으로 거론되는 강재섭 원내대표 역시 오는 12일 광주를 방문해 5·18 묘역을 참배할 예정이다. 당내 중도성향 의원들의 모임인 '국민생각'과 동행한다.

5월 들어 경쟁적으로 방문하는 한나라당 거물급 인사들에 대한 호남 민심의 반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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