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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 ⓒ 블룸버그=연합뉴스

서갑원·유재건 의원 "참석 않겠다"

우리당 서갑원 의원은 12일 오전 기사가 나간 후 <오마이뉴스>에 전화를 걸어와 "의원 대표단으로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착오가 생겨 그 일원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의원 대표단이 아니면 미국에 가야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유재건 의원실 역시 "공성진 의원실에서 추천을 부탁해 우리당 의원들을 소개시켜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라면서, "유재건 의원은 현재 다른 일정으로 미국에 가 있으며 19일 진행되는 헤리티지 재단 세미나에 참석하고 귀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원 외교를 위한 방미인가, 아니면 특정 기업 지원을 위한 출국인가.

유재건 열린우리당 의원과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 외교연구모임'(대표의원 유재건, 이하 외교연구모임) 의원들과 산자위와 통일외교 소속 의원 10여명이 오는 20일 오전(한국시각) 현대차가 제공하는 전세기를 타고,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현대차 공장 준공식 행사에 참석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회의원들이 특정 기업 공장 준공식에 그것도 전세기까지 제공 받아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차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공장 준공식에는 이희범 산자부 장관과 국회의원, 취재진을 포함해 300여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5단체장들도 현대차쪽에서 초청을 받았다"면서 "특정기업 행사에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대대적으로 참석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참석 국회의원은 열린우리당 유재건·노현송·안병엽·서갑원·이화영 의원과 한나라당 공성진·윤건영·정두언·원희룡 의원 등 9명이다. 이 가운데 원희룡 의원실은 전세기를 이용하지 않고 보스톤에서 개별적으로 행사에 참여할 계획으로 전해지고 있다.

의원들, 현대차에서 편의 제공 받아

4월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외교연구모임 대표인 우리당 유재건 의원(오른쪽)이 산자위 소속 한 의원에게 상세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4월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외교연구모임 대표인 우리당 유재건 의원(오른쪽)이 산자위 소속 한 의원에게 상세일정을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위쪽 사진 속의 상세일정. 현대차가 주최하는 만찬과 공장 방문이 일정에 포함돼 있다. 오른쪽에는 <공성진 의원실>이라고 표기돼 있다.
위쪽 사진 속의 상세일정. 현대차가 주최하는 만찬과 공장 방문이 일정에 포함돼 있다. 오른쪽에는 <공성진 의원실>이라고 표기돼 있다. ⓒ 오마이뉴스
이같은 사실은 <오마이뉴스>가 지난 4월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외교연구모임 대표인 유재건 의원이 산자위 소속 한 의원에게 상세일정을 설명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통해서도 포착됐다.

상세일정이라고 적힌 종이 오른쪽에는 '공성진 의원실'이라고 명기돼 있어, 공 의원실에서 이번 방미 실무를 추진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참석 의원실에서는 일제히 공 의원실에서 이번 방미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 일정(사진 참조)은 17일 한국을 출발, 워싱턴에서 국제경제연구소 세미나를 개최하고, 저녁에 현대자동차 주최 만찬이 진행된다. 18일에는 미 의회를 방문하고 저녁에는 또 현대차 주최 만찬이 예정돼 있다. 19일에는 헤리티지 재단 세미나가 있으며, 20일에는 전세기로 앨라배마 몽고메리 현대차 공장 준공식 행사에 참여하게 된다.

참석자들은 몽고메리 현대차 공장 준공식이 끝나면 다시 전세기로 LA로 이동해 22일 새벽 6시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하도록 돼있다.

일정을 조율한 공성진 의원실에서는 "헤리티지 재단 세미나 초청 때문에 미국을 방문한다"면서 "현대차 공장 방문은 미국에 간 김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흘 동안의 일정을 살펴보면, 현대차 주최 만찬이 2번이나 예정돼 있고 준공식 행사가 배치되는 등 현대차 행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현대차 앨러배마주 몽고메리 공장 방문이 예정된 한 의원실 관계자는 "비용은 현대차가 다 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해 의원들 사이에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몽고메리 공장을 방문하는 또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헤리티지 행사가 아니라 공장 준공식이 주 행사"라고 설명했다.

국회 사무처 국제국에 따르면 예산을 지원받아 정식 출국하는 의원은 한나라당 공성진·윤건영 의원과 열린우리당 노현송·안병엽 의원 등 4명. 그러나 이들 역시 현대차 전세기를 통해 특정업체 공장 준공식에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참석 예정인 한 의원실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현지 공장을 세운 것은 축하할 일 아니냐"면서 "국가적으로 의미있는 일이라 참석하는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다. 참석을 요청 받았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전세기까지 제공받아 특정업체 준공식에 가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국회의원들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있는 만큼 부적절한 방문"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윤리적으로 문제"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미국 본토에 210만평 규모의 현대자동차 공장이 세워진다는 것 만으로도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국익과 관련된 일이라 산자부장관과 산자위, 외교통상위 소속 국회의원을 초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에게 어떠한 편의가 제공되는 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면서 "도덕적인 기준이 높아져서 자신의 비용을 대고 참석하는 의원들도 많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말 김원기 국회의장을 비롯한 여야의원 30여명이 멕시코 관광외유로 비난을 산 바 있으며, 이후 진행된 미국 만찬 행사 비용을 현대자동차에서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시민감시국 이지현 팀장은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의 편의를 제공 받아 특정 기업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면서,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팀장은 "국회의원들의 윤리강령을 엄격하게 제정해 이해가 상충되는 기관으로부터 편의를 제공 받아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제한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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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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