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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RED가 38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건설할 부지 평면도.
미래로RED가 38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건설할 부지 평면도. ⓒ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청계천 재개발 비리와 관련해 한 부동산개발업자가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과 김일주 전 한나라당 성남중원지구당 위원장에 건넨 뇌물 액수는 세인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지난 대선 당시 '차떼기' 사건 이후 14억원이라는 액수는 가장 큰 규모의 뇌물이기 때문이다.

대체 개발이익이 얼마이기에 무려 14억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이 오갈 수 있었던 것일까.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오마이뉴스>가 개발이익을 추정해본 결과 14억원이라는 로비자금은 전체 개발이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에게 돈을 건넸다는 길아무개 미래로RED 대표가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추진중인 중구 을지로2가 수하동 5번지 일대의 사업부지 면적은 1만2414.6㎡(3755평). 이 가운데 780평은 청계천 공원부지로 서울시에 기부채납한 상황이다. 공원용지를 기부채납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서울시의 방침 때문이다.

이 부지에 미래로RED는 지상 38층, 지하 8층짜리 쌍둥이 타워형태의 주상복합건물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두 개동을 합친 건축물의 연면적은 14만9645㎡으로 약 4만5200여평에 이른다. 서울 강남의 아셈센터(연면적 4만4000평)와 맞먹는 규모다.

'비교사례에 의한 평가방식'(comparison approach)에 따라 이 빌딩의 가치를 추정한 결과, 이 건물의 가치는 5424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형빌딩 거래 전문 컨설턴트의 조언을 토대로 추정한 건물가치다.

이 컨설턴트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규모가 아셈타워와 비슷할 정도라면 등급 자체가 최고급으로 분류된다"며 "바로 뒤편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의 평당 가격이 1200∼13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그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이 컨설턴트는 "주상복합건물의 경우 상업·업무시설보다 평당 가격이 더 비싼 것이 특징"이라며 "남대문 세무서쪽 한 주상복합 건물이 평당 1500만원에 분양을 했다 미달이 된 경우를 바탕으로 추정하면, 주상복합건물의 평당 가격은 약 1200만원에서 1300만원 정도는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컨설턴트의 조언에 따라 평당 1200만원이라는 기준을 적용해 건물가치를 추산하면, 위에서 밝힌 5424억원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 물론 두 건물의 층고와 연면적이 동일하다는 조건 아래서다.

5월 11일 현재 철거가 진행중인 미래로RED 주상복합건물 부지.
5월 11일 현재 철거가 진행중인 미래로RED 주상복합건물 부지. ⓒ 오마이뉴스 이성규
미래로 주상복합건물 가치 및 비용 추산 결과

 

구분

고도제한시

고도완화시

가치

층수

20층

38층

평당 가격

1200만원

연면적

2만3700평

4만5200평

건물가치 총액

2854억원

5424억원

비용

부지매입비

1120여억원

건축비

1540억원

2938억원

원가총액

2660억원

4058억원

 

ⓒ 오마이뉴스 이성규
이 경우 1000억원 가까운 순익이 길 대표 앞으로 떨어진다. 부지매입비용 1120여억원(주변시세인 평당 3000만원 기준)과 건축비용 2938억원(대형빌딩 평당 650만원 기준)을 합쳐도 4058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금융비용, 기타 비용 등을 가산하면 순익의 폭은 일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고도제한에 묶여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서울시는 지난 2003년까지만 해도 이 건물이 들어설 지역에 고도와 용적률의 제한을 두고 있었다. 고층빌딩은 최고 90m를 넘지 못하며 용적율은 600% 이내여야 한다고 못박아놓은 것.

만약 미래로RED가 이 규정에 묶여 20층 규모로 빌딩을 건설하게 되면 빌딩의 가치는 2854억원으로 하락한다. 건물의 연면적이 2만3700평으로 줄어들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3000억원에 달하는 부지매입비용, 건축비, 금융비용 등의 비용요소를 제하고 나면 수익성이 맞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같은 구역에서 96년 34층의 고층빌딩을 건설하려던 대한주택공사는 2000년 용적률이 991%에서 800%로 하향조정되면서 이 사업에서 손을 뗀 적이 있다. 수요자를 유치하지 못한 데다 수익성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 대표 입장에서는 14억원의 로비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고도제한만 풀 수만 있다면 결과적으로 크게 남는 장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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