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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딸아이의 차례가 되고 사범님이 딸아이의 이름을 부르자 딸아이는 체육관이 떠나가도록 우렁찬 목소리로 제 이름을 외치며 씩씩하게 달려 나갔습니다.
태권도를 배우는 목적을 외치는데 어디서 그런 우렁찬 목소리가 나오는지 순간 깜짝 놀라기도 하였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준비자세를 하고 섰는데 어찌나 씩씩하던지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져 왔습니다.
연이어 팔을 뻗고 다리를 뻗고 하는 일련의 순서들은 그저 언니 오빠들의 폼을 흉내 내는 정도였기에 구경을 하러 온 부모님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성함을 말하고 부모님의 생일을 말하는 순서에서 결국 전 눈물이 핑 돌고 말았습니다.
“저희 어머니 성함은 김 정자, 혜자. 김정혜 어머니이시고 생일은 1월 12일입니다.”
집에선 마냥 철부지인줄 알았는데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인데도 기죽지 않고 엄마 이름과 생일을 저렇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똑부러지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습니다. 딸아이가 "태권"이라 크게 외치며 그 작은 고사리 손으로 경례를 하는데 결국 벅찬 감동은 가슴으로 치고 올라와 눈물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두 달여. 제 딸아이는 태권도학원에서 육체와 정신을 골고루 살찌우는 참으로 좋은 운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 승급심사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간 배운 것을 보여 드리고자 하셨다는 사범님의 말씀에 저는 자꾸만 목이 메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깊이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만 드렸습니다.
오늘 제 딸아이의 태권도 승급심사를 보면서 저는 절실히 느꼈습니다. 아마도 제 딸아이가 태권도를 배우면서 튼튼해지는 육체 못지않게 머릿속에도 더 많은 것들로 쑥쑥 채워져 분명히 정신건강도
토실토실 살찌워지리란 걸. 하얀 도복에 흰 띠를 질끈 동여 맨 제 딸아이의 근사한 모습은 아마도 오래오래 제 가슴에 깊은 감동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