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이 일고 석가탄신일을 맞아 사회단체들의 양심수 사면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 통일연대 사무처장 민경우씨에게 대법원이 13일 징역 3년6월에 자격정지 3년의 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유지담)는 이날 국가보안법상의 간첩, 자진지원·금품수수, 회합·통신 등의 혐의로 기소된 민경우씨에게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 등 일부는 무죄 선고하고, 간첩 혐의 등 검찰 기소 내용에 대해서는 유죄로 인정했던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민경우씨는 통일연대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기 전인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으로 일할 때 범민련 공동사무국 박용 부총장에게 8·15 통일대축전 행사와 통일연대 결성 관련 내용 등을 전달했던 것이 문제가 돼 지난 2003년 12월 1일 연행돼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민경우씨를 국가보안법 4조의 간첩, 5조의 자진지원·금품수수, 7조의 찬양·고무, 8조의 회합·통신을 비롯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2000년 통일대축전과 11차 범민족대회 행사 개최와 관련 범민련 공동사무국과 이메일을 주고받은 건 그 내용이 ‘국가기밀’이라 볼 수 없다며 일부 무죄를 확정했다.
하지만 이른바 ‘간첩혐의’에 대해서는 범민련 공동사무국 박용 부총장과 범민련 활동 등과 관련한 내용의 전화통화를 한 것은 ‘공지된 사실들도 아니며 일반인들이 접하기엔 어려운 것’이란 이유로 지령을 주고받은 혐의가 있다며, 검찰의 기소대로 유죄를 인정했다.
“6·15시대에 냉전 시대 잣대 들이대는 건 잘못”
이에 대해 통일연대 한현수 정책위원장은 “6·15공동선언 이후에 진행됐던 남북사회단체들의 공동행사관련 연대와 연합에 대해 국가보안법 혐의를 적용한 자체가 시대 현실에 맞지 않게 냉전 시대의 잣대를 들이댄 잘못된 것”이라면서 “검찰과 사법당국이 여전히 냉전 시대의 생각이나 유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현수 정책위원장은 “석가탄신일을 맞아 대선자금 관련자 등 경제파탄 주범들은 사면되어 나온다고 한다”며 “대통령 스스로도 국가보안법은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고 했으면서 양심수는 단 한명도 사면하지 않는 걸 보면 소위 개혁의 실체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민경우씨의 부인 김혜정씨도 현재 6·15공동준비위에서 남북해외가 함께 조직결성을 논의하며 결성 경과 등을 공유하는 걸 예로 들며, “통일운동을 하다보면 남북의 단체가 서로 연락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건 당연한데, 다 도청되는 전화로 연락한 걸로 징역을 살고 있다는 게 황당하다”면서 “석가탄신일엔 혹시나 사면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힘든 상황”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참말로](www.chammalo.com)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