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왼쪽은 아궁이로 들어간 뽕나무 장작, 곁 가지가 불붙기 직전. 오른쪽은 아궁이로 들어가기 직전의 뽕나무 곁가지 파릇한 새순 .
왼쪽은 아궁이로 들어간 뽕나무 장작, 곁 가지가 불붙기 직전. 오른쪽은 아궁이로 들어가기 직전의 뽕나무 곁가지 파릇한 새순 . ⓒ 박도
그 뽕나무는 지난해 늦가을에 텃밭 곁에서 베어 낸 것인데, 날마다 오후에는 늘 그 놈이 그늘을 지어서 텃밭 작물이 잘 자라지 않았다. 그걸 앞집 노씨가 보고서 베어버리라고 그런 걸, 아내가 멀쩡하게 산 나무를 베지 말라고 반대하여 그대로 두었다.

지난해 늦가을 땔감 준비하면서 앞집 노씨와 함께 마침 아내가 출타 중이라서 기계톱으로 벤 뒤 몇 토막 잘라서 슬그머니 처마 밑에 쌓아두었다. 그러고는 아내에게는 노씨가 베 버렸다고 아주 능청스럽게 둘러대었다.

그런데 아궁이에 들어간 뽕나무 마른 장작곁가지에서 파릇파릇한 새순이 막 불붙기 직전이 아닌가. 이럴 수가…. 이미 장작 앞부분은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제는 엎지른 물이었다. 새순은 곧 숨이 죽어버렸다. 새순은 곧 불길에 휩싸였고 , 잠시 뒤 아궁이에는 재만 남았다.

죄 많은 인생

군불을 지핀 방으로 돌아오자 자꾸만 새순이 눈에 아른거렸고, 내가 크게 못할 짓을 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러면서 사람이 산다는 것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할머니가 장독대 위에다가 정화수를 떠놓고 “천지신명이시여, 아무쪼록 죄 많은 인생 용서해 주세요”라면서 애면글면 빌었다. 어린 나는 할머니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저리도 빌까 그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내가 보기에는 할머니가 남에게 잘못한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도 말이다. 이순(耳順, 60)이 지난 뒤에야 그 의문이 풀린 것은, 할머니가 비는 죄는 바로 인간의 원초적인 죄이다.

사람이 사는 것은 살아있는 동식물을 잡아먹고 뜯어먹고 캐어서 먹고…. 무수한 동식물의 생명을 끊어놓았다. 그뿐 아니라 동식물들에게 숱하게 고약한 짓을 하고, 그들을 못살게 괴롭혔다.

지난 번 양양 산불로 재만 남은 현장
지난 번 양양 산불로 재만 남은 현장 ⓒ 박도
사람들이 저만 편케 살기 위해 땅을 파고 뒤집고 굴을 뚫어서 동식물들을 못살게 하고 그들의 보금자리를 뺏어버렸다. 그들에게 더 못살게 굴고, 그들의 보금자리를 더 많이 뺏은 사람일수록 더 잘난 사람으로 행세하고, 더 부자로 뻐기면서 산다.

몇 해 전, 강원도 동해안에서 산불이 난 현장을 지켜 본 일이 있는데, 산불이 난 자리에는 그야말로 잿더미뿐으로 사람의 실화(失火)는 큰 범죄임을 깨달았다. 내가 37년 동안이나 애써 줄기차게 피우던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어버린 데도 그 산불을 본 것이 한 계기가 되었다.

이런 사람의 원죄를 이미 이천사백여 년 전에 깨달은 석가는 온갖 부귀공명도 버리고, 모든 사람의 원죄를 당신이라도 대신 씻고자 일찍이 왕궁을 떠나 출가하였으리라.

사람이 산다는 것은 죄를 짓는 일이다. 오래 살겠다고 기도하지 말고, 가능한 죄를 덜 짓고 살도록 노력하는 게 부처님을 따르는 바른 행동이요, 부처님의 참 뜻을 바로 아는 일이 아닐까.

나무관세음보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